이른바 화이트데이로 알려진 3월 14일을 앞두고 과자 가게와 편의점 등마다 사탕이 넘치도록 진열되고 있다. 그러나 수학에 관련된 사람들은 3월 14일을 파이(π)데이로 기념하고 있는데,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 즉 원주율 파이(π)가 3.1415926… 이라는 사실에서 착안된 것이다.
매년 3월 14일 오후 1시59분 무렵에 파이(Pie) 종류를 먹으면서 조촐한 기념식을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대학 수학과와 연구기관, 수학 관련 단체 등에서 파이데이 행사를 여는 곳이 늘고 있다.
원주율이 약 3.14…가 된다는 사실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원주율을 흔히 π라고 표시하는 이유는 그리스어로 둘레를 뜻하는 ‘περιμετροζ’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18세기 스위스의 저명한 수학자 겸 물리학자인 레온하르트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자신의 저서에서 쓰기 시작한 후부터 다른 학자들도 이 표현을 따랐다고 한다.
인류가 역사적으로 π의 값을 알아낸 시기와 그 정확도 등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수학의 발전 역사 혹은 과학사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성경의 기록을 보면, 『구약성서』 「열왕기상」과 「역대하」에 “바다를 부어 만들었으니 지름이 십 규빗(길이의 단위)이요, 그 모양이 둥글고 그 고는 다섯 규빗이며 주위는 삼십 규빗 줄을 두를 만하며…”라고 나와 있는데, 주위를 지름으로 나누면 3이 되므로 기원전 10세기 무렵인 솔로몬왕 치하에 사용한 원주율 값은 3 정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보다 앞선 기원 전 약 1700년경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고대 이집트의 책 『린드 파피루스』에는 “원의 넓이를 구하려면, 지름의 9분의 1을 뺀 후 그것을 제곱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 방식을 따라서 계산하면 원주율이 약 3.16049…가 되는 셈이다.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실용적인 기하학 지식이 매우 뛰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학문적 의미의 과학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원주율을 효과적으로 계산해 내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안티폰(Antiphon)이라는 사람이 원 안에 정사각형과, 무수한 내접 삼각형을 그려서 그 넓이를 합하여 원의 면적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계산해 본 것 같지 않고,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실제로 원주율을 계산해 낸 사람이 바로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B. C. 287?-212)이다.
여러 일화들을 남긴 이 유명한 수학자는 다각형들을 원에 내접과 외접을 시켜가면서 원주율을 계산한 결과, 3과 10/71보다는 크고, 3과 1/7보다는 작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π=3.14…라는 값을 밝힌 것이며, 이 근삿값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한편 고대 동양에서도 당시 서양 못지않게 정확한 원주율 값들을 계산한 바 있다. 1세기경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는 고대 중국의 유명한 수학교과서 『구장산술(九章算術)』은 246가지의 예제가 실려 있는 당대 세계 최고수준의 수학책이라 볼 수 있는데, 초기에 이 책에 나타난 원주율은 약 3이었다.
그러나 훗날 『구장산술』에 주석을 단 수학자 유휘(劉徽)는, 3세기경에 무한등비급수와 유사한 방법을 적용하여 아르키메데스보다 훨씬 더 정밀한 원주율 값을 계산해내었다.
또한 6세기경, 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조충지(祖沖之, 429-500)는 비슷한 방법으로 π=3.1415926…라는 놀랄만한 원주율 값을 계산해 자신의 저서 『철술(綴術)』에 기록하였다. 이 정도의 값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는 적어도 192각형 이상을 계산해서 무려 소수점 아래 384자리 이상의 수치들을 반복해서 계산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전자계산기도 컴퓨터도 없던 시대의 그의 업적은 중국인, 나아가서 동양인의 끈기를 잘 보여 준다 하겠다. 이는 355/113이라는 근삿값으로 서양에도 전해졌고, 서양에서는 15세기까지도 이처럼 정확한 원주율 값은 나오지 않았다.
독일의 수학자 루돌프(Ludolph van Ceulen, 1540-1610)는 거의 평생을 바쳐서 소수점 아래 35자리까지의 원주율을 계산한 바 있는데, 17세기 말엽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미적분법이 개발된 후, 수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한결 수월하게 원주율을 계산할 수 있었다.
손으로 가장 긴 원주율을 계산해 낸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샹크스(William Shanks, 1812-1882)로서, 1873년경에 소수점 이하 707자리까지 원주율 값을 계산해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이 값을 검산해본 결과, 소수점 이하 528자리까지는 정확히 맞았으나, 그 뒤부터는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원주율의 실체에 대하여 수학자들은 진작부터 의문을 품었는데, 1761년에 람베르트(Johann Heinrich Lambert, 1728-1777)는 그 값이 무리수임을 밝혀냈다. 또한 독일의 린데만(Ferdinand Lindemann, 1852-1939)은 1882년에 π는 무리수(無理數, Irrational number)일 뿐만 아니라 초월수(超越數, Transcendental number)로서 대수 방정식의 근이나 제곱근의 형태로도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원주율을 끝자리까지 계산해내려는 수학자들의 노력을 중단시켰다.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정확한 원주율 값을 계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컴퓨터에 의한 원주율 계산은 도리어 컴퓨터 성능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 주목적이다. 최근에 일본에서는 컴퓨터로 32억 자리 이상의 원주율을 계산해낸 적도 있다. 또한 실생활에서 필요한 근사치도,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중대한 경우라도 소수점 다섯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π=3.1416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결과를 얻기까지 수많은 수학자, 과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수천 년간 이어졌으며, 이는 곧 오늘날의 수학과 과학문명을 이루게 된 한 원동력이 되어왔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의 영시는 π값을 외우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각 단어의 알파벳 수를 숫자로 바꾸면 소수점 이하 30자리까지의 π값을 외울 수 있다.
π =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88….
Now I, even I, would celebrate
In rhymes unapt, the great
Immortal Syracusan,
rivaled nevermore,
Who in his wondrous love,
Passed on before,
Left men his guidence
How to circles mensurate.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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