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3일 금요일

면역 체계 병균 저리 가! 피부가 먼저 막고 백혈구가 먹어 치우죠

피부와 신체기관서 병균 1차 방어… 위산 분비하고 대장서 유익균 활동

1차 뚫리면 면역 세포들이 2차 방어
백혈구와 포식세포, 병균 잡아먹고 T세포는 '사이토카인' 분비해 도와
B세포, 한 번 들어온 균 기억해 대응

몇 달째 유행 중인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행여 바이러스가 모르는 새 우리 몸에 침투할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제법 많은 세균, 바이러스, 그리고 다른 미생물들이 우리 주변이나 몸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우리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어떤 것들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기도 하죠. 이처럼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가 들어오려고 하면, 우리 몸은 일종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 체계를 발동합니다. 과연 면역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피부와 신체 각 기관이 담당하는 1차 방어

우리 몸의 방어 체계는 크게 1차 방어와 2차 방어로 나뉩니다. 우선 1차 방어는 외부 병균과 직접 맞부딪치며 이들의 침입을 막는 것입니다. 피부를 비롯한 신체 각 기관이 담당합니다. 피부는 외부 병균이 우리 몸에 침입하는 걸 막는 가장 1차적인 방어선이죠. 다만 피부 조직에 상처가 생긴 경우, 병균이 훨씬 침투하기 쉽겠죠.
[재미있는 과학] 병균 저리 가! 피부가 먼저 막고 백혈구가 먹어 치우죠
 /그래픽=안병현
눈이나 코, 입은 어떨까요? 눈물이나 콧물, 그리고 입속의 침에는 세균을 죽이는 '라이소자임'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각막이나 콧구멍 속의 털, 호흡기의 점액 역시 먼지나 병균이 몸에 들어가기 어렵게 만들어요.

만약 상한 음식을 먹어 병균이 곧바로 위로 들어가더라도 좀처럼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병균이 들어오면 위벽에서 염산, 즉 위산이 분비돼 병균을 죽이게 되거든요. 설사 위에서 살아남아 대장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대장에 사는 유익한 세균들이 병균의 번식을 억제하게 됩니다. 대장의 유익균처럼 우리 몸에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을 '정상균총(normal flora)'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 전체에 수백 종이 분포하며 인간 세포보다 3배쯤 많아요. 이들은 1차 방어를 할 때 각 신체 기관의 방어 작용을 돕는 역할을 하지요.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등 외부 변화에 따라 정상균총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는데, 그러면 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아집니다.

2차 방어는 면역 세포들이 맡아

병균이 1차 방어를 뚫고 들어와도 우리 몸속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몸속 면역 세포들이 2차 방어를 시작하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면역 세포는 백혈구와 포식 세포입니다. 백혈구는 혈액 속에서, 그리고 다른 포식 세포들은 몸의 모든 조직 속에서 침입한 병균이나 이물질을 잡아먹습니다. 세포막이 안으로 접히면서 이물질을 세포 안으로 넣고 그 안에서 효소를 이용해 분해합니다.

또 다른 면역 세포인 T 세포나 B 세포의 작용은 약간 더 복잡합니다. 흉선(가슴의 중앙부에 있는 나비 모양 림프 기관)에서 분비되는 T 세포는 살해·도움·조절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하면 도움 T 세포가 경고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해서 살해 T 세포와 또 다른 면역 세포인 B 세포의 활성을 높입니다. 살해 T 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들을 직접 죽이며, 조절 T 세포가 이 과정을 조절하지요. T 세포에 의해서 활성화되는 B 세포는 뼈 내부 조직인 골수에서 유래합니다. B 세포는 병균의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 병균에 붙여요. 이 항체는 병균을 비활성화시키고, 병균에 대한 세포 외부 자극을 유도하는 당단백질입니다. 항체는 전체적으로 'Y자' 모양이고, 2개의 끝부분이 특정한 병균을 인식할 수 있지요. 항체가 붙은 병균은 T 세포나 포식 세포가 먹어 치우기 쉬워집니다.

후천적 면역 체계 활용한 독감 예방주사

이처럼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은 1차와 2차로 나뉩니다. 1차 방어와 2차 방어 중 병균을 직접 잡아먹는 포식 세포까지 통틀어 선천적 면역 체계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 면역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병균이 들어오든 똑같은 방식으로 면역반응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B 세포는 역할이 달라요. B 세포는 우리 몸에 처음 들어온 병균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세포가 기억 세포로 분화돼 한 번 들어온 병균을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같은 병균이 다시 몸에 들어오면, 이미 저장된 정보로 빠르게 항체를 만들어냅니다. 이를 후천적 면역 체계라고 합니다.

이 후천적 면역 체계를 활용한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감 예방주사입니다. 예방주사는 독감을 일으키는 병균을 죽이거나 아주 힘을 약하게 만들어 우리 몸속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러면 B 세포는 그에 맞는 항체를 만들고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 살아 있는 강력한 병균이 들어오면, 기억에 따라 항체를 신속하게 만들어 독감을 신속하게 물리치는 것이지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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