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지금 시작하면 늦었다는데요?”
어느 고3 학부모님의 우려가 담긴 물음이었다. 논술시험을 준비하려면 진즉 시작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고등학교 입학 직후부터 꾸준히 준비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과연 논술 준비를 위한 적절한 시기란 언제부터인 걸까?
고려대학교에서 더 이상 논술전형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을 때, 논술의 수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를 일컬어 기우(杞憂)라고 해야 옳을까? 생각보다 논술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논술전형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이 보인다. 이는 일견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의 생활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기준으로 성패가 갈린다. 학교교육 정상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기준은 의미 있는 잣대로 보인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같은 경우는 교과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관한 모든 것들이 녹아있기 때문에 수업 태도는 물론, 인성의 영역까지도 아우르는 측면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런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특징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이 전형의 장애물이 무척 높다고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공부에 흥미가 없다가 해가 바뀌면서 점점 공부에 열의를 가지면서 목표 대학에 도전하려는 학생들이라든가 상대적으로 내신 등급을 좋게 받을 수 없는 지역의 아이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내신 등급에 한계가 있는 지역의 경우는 학구열이 유난히 높아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인 곳도 포함하지만, 전체 학생 수가 일반 지역보다 적기 때문에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운 곳까지 포함한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가 바로 이런 케이스의 학생이었다. 학교 정원이 한 학년 당 100명 조금 넘는 학교다 보니, 등급 상으로 좋은 성적을 받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어쨌든 상대평가라는 것은 전체 수에 의해서 그 위치가 산정되기 때문에 항상 조금씩 아쉬운 성적을 받아오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논술에 유독 욕심을 냈었다. 어떻게든 논술을 통해 원하는 대학을 가고 싶다는 것이 아이의 꿈이었다.
그래서 언제부터 논술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놓으며 학원,과외, 인터넷 강의 등의 다양한 준비 방법 중 무엇이 좋은지도 조언을 구했다.그러고 보니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나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물음에 딱 떨어지는 정답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생각해보면, 선뜻 긍정적인 말을 뱉기 어렵다. 정말 상황과 사람에 따라 적절한 논술 준비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3년 동안 준비했어도 좋은 성과가 없는 반면, 또 누군가는 1년을 채 준비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작 시기와 논술을 배우는 방식이 중요하기 보다는 그것을 준비하는 학생의 태도와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다. 단순히 한번 써본 후 깊은 고민 없이 넘어가는 것을 아무리 오랜 시간 반복한다 한들, 논술 실력이 그리 많이 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반복적으로 고쳐 써보는 방법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성과를 내는 공부는 당연 무언가 ‘다른’ 면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언제 시작할지, 어떻게 시작할지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다르게’ 공부할 지를 더 깊이 고민해보기 바란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논술에서도 이는 통용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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