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보나치 수열은 사람이 가장 아름답게 느낀다는 황금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황금비는 피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체 비례, 미켈란젤로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용카드와 담뱃갑, A4용지 가로 세로 비율에서도 황금비를 찾아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태풍과 은하수 형태, 바다의 파도, 배꼽을 기준으로 한 사람 상체와 하체, 목을 기준으로 머리와 상체 비율도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황금비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사례들은 자연에서 무한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우주 전체가 피보나치 수열로 이뤄져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
이렇듯 자연의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피보나치 수열이란 무엇일까?
피보나치 수열은 `0, 1, 1, 2, 3, 5, 8, 13, 21…`과 같이 앞의 두 항을 합친 값이 다음 항이 되는 수열을 말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시하면 수열의 n항을 Fn이라고 할 때 피보나치 수열은 Fo=0, F₁=1이고, Fn-₂+Fn-¹=Fn, n≥2를 만족하는 수열이다.
이 수열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기원전 500년께 핑갈라라는 인도 수학자가 쓴 `찬다 사트라`라는 운율에 관한 산스크리트 책에서다. 인도 학자들은 한 박자와 두 박자 음절에서 형성되는 리듬감 있는 형태에 관심이 있었는데, n박자를 갖는 이런 리듬의 수가 Fn+1이었다.
서구에 이 수열이 유래된 것은 바로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1202년에 저술한 `주산서`에서다. 피보나치는 주산서 12장에서 "어떤 사람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장소에 토끼 한 쌍을 놓았다. 만일 매달 각 쌍의 토끼가 두 번째 달부터 새로운 쌍의 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하자. 그럴 때 1년 동안에 한 쌍의 토끼가 낳을 수 있는 토끼는 몇 쌍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170년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피보나치는 북아프리카 연안을 비롯해 지중해 연안을 두루 여행하면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주산서, 실용기하학, 수론, 제곱근서 등 다양한 수학책을 저술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피보나치 수열은 황금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는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지적됐다.
피보나치 수열의 이웃한 두 수열의 비 Fn+₁/Fn은 n이 무한대로 갈 때 황금비 φ(phiㆍ파이)=1.618…로 수렴하고, 이 황금비 φ는 방정식 χ=1+1/χ의 양의 근으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피보나치 수열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식물 잎이 나는 차례다. 잎 차례는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하는 방식인데, 보통 t/n으로 표시된다. t번 회전하는 동안 잎이 n개 나오는 비율이다. 참나무와 벚꽃은 2/5이고, 포플러 장미 버드나무는 3/8, 아몬드는 5/13이다. 식물 90% 이상이 이런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고 있다.
이런 신비함 때문에 추리소설 소재로도 자주 쓰였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도 피보나치 수열이 등장했다.
소설 첫 부분에 박물관장인 소니에르가 죽으면서 `13-3-2-21-1-1-8-5 O, Draconian devil! Oh, lame saint`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소니에르 손녀인 암호 전문가 소피는 맨 윗줄 숫자가 재배열 피보나치 수열임을 알아차리고, 종교학 교수인 주인공 랭던은 이 수열 배치에서 힌트를 얻어 `Leonardo Da Vinci! The Mona Lisa`라는 것을 밝혀내고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또 소피(Sophie)라는 이름에도 피보나치 수열로 나타나는 황금비 φ가 들어가 있다.
피보나치 수열은 신호이론, 의학, 물리학, 통계학에 쓰이는 것은 물론 숫자와 상관없어 보이는 예술 분야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음악에서 튜닝을 하는 데 이용되고, 비주얼 아트에서는 길이나 콘텐츠, 형식요소를 결정하는 데도 이용된다. 벨라 바르토크의 `현악기, 타악기 그리고 첼리스트를 위한 음악`은 피보나치 수열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술작품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주식시장에도 중요한 분석 도구로 쓰인다.
1930년 미국 R N 엘리어트는 `우주의 비밀`이란 책에서 "철학적 관점에서 20세기 최대 발견은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등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궁극적 실체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다만 변화를 주재하는 법칙에 따라 진행되어 외부세계에 나타난 현상을 규정지을 뿐이다. 모든 생명체와 움직임은 진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식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어트는 과거 75년 동안 주가 움직임에 대한 연간, 월간, 주간, 일간, 시간, 30분 단위 데이터까지 분석한 결과 인간 심리나 군중 행태를 반영한 증권시장도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1987년 미국 주식시장 폭락사태를 예견해 최상의 주식 예측도구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이 이론은 원래 다우지수와 같은 전체 주가지수 움직임을 바탕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개별 종목 움직임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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