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26일 월요일

식물 나선무늬는 수열에 따른 ‘섭리

선인장, 파인애플, 해바라기 등 식물의 꽃잎이나 씨앗은 복잡한 나선무늬를 갖고 있다. 수학자들은 자연 속의 식물에서 나타나는 나선무늬들이 피보나치 수열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왜 식물들이 이러한 모습을 갖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최근 미국의 수학자들은 이러한 무늬들이 식물내부의 역학적 힘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수학적 모델을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란=12세기 이탈리아 천재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사노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우리에게 한쌍의 토끼가 있다. 토끼 한쌍은 태어난 지 두달 뒤부터 새끼를 낳는다. 토끼 한쌍이 한달에 한번씩 한쌍의 새끼를 낳는다고 하자. 그러면 12개월 뒤 토끼는 모두 몇쌍이 되는가?”
토끼의 쌍의 수를 차례로 1개월 뒤부터 12개월 뒤까지 나열하면 수열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을 이룬다.
이 수열은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불린다(피보나치는 레오나르도 피사노의 별명이다). 즉 피보나치 수열은 서로 이웃하는 두 수의 합을 구하면 바로 다음 항이 되는 수열이다.
피보나치 수열이 자연에 구현되는 사례는 여러가지다. 예를들어 해바라기의 나선 수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1개와 34개, 혹은 34개와 55개다. 치코리의 꽃잎은 21장, 데이지는 34장 등으로 피보나치 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무늬가 생기는 원인=생물학자들은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힘에 의해 이러한 피보나치 수열이 들어가는 나선무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왔다. 식물의 새 잎은 원형의 성장하는 눈에서 나오는데, 이 눈은 흐늘흐늘한 핵을 덮는 외부 껍질로 구성된다. 식물이 자람에 따라 껍질은 핵보다 더 빨리 자라서 여분의 표면적을 수용하기 위하여 나선의 봉우리가 만들어진다.

미 애리조나대학의 수학자인 패트릭 쉬프만(Patrick Shipman)과 알란 네웰(Alan Newell)은 이 아이디어를 검정하기 위해 선인장의 성장에 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수학모델은 성장하는 식물 내에 존재하는 힘을 계산하고 가장 안정된 배열을 재현함으로써 선인장의 나선무늬를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냈다.
선인장의 나선은 가지가 3개인 것, 5개인 것, 8개인 것에 따라 3세트가 있다(3, 5, 8은 피보나치 수열의 연속적인 세 항이다). 나선은 일단 만들어지면 서로 만나게 된다.
이때 만나는 지점의 힘이 합쳐지면 언덕이 생기고 상쇄되면 계곡이 만들어진다. 수학모델에 따르면 안정된 배열은 정확히 나선의 3세트를 포함하고 있고 이 3가지 계열의 나선은 각 가시에서 교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나는 지점의 힘이 합쳐진 곳에 바로 가시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로 식물들의 배열에 관한 미스터리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늬 형성에서 구부러짐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전된 결과”라고 과학자들은 평가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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