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6일 목요일

세상에서 수학은 날고 있는데, 우리 수학교육은 기어가겠다고

근대과학의 아버지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은, 그 책이 쓰여진 언어를 아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언어는 바로 수학이다’라고 했다. 즉 수학을 모르면 자연과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수학의 중요성과 그 위상의 확고한 위치는 만고불변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되면서 신기술 개발의 핵심으로 활용되는 수학의 그 응용확장성은 더욱 확대돼 인류의 역사를 통 틀어 수학이 가장 활발히 그리고 긴요히 쓰이는 때가 곧 다가올 것이라 한다.  

수학은 선사·고대 시대 때 부터 생활밀착형으로 발전을 해왔고 근대·현대에 이르러는 수학의 발달로 과학과 컴퓨터 혁명을 이루게 됐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독일 암호를 해독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오늘날 컴퓨터의 원조가 되는 튜링 머신을 개발했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페이지랭크와 엣지랭크와 같은 수학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애플에서 잠시 쫓겨났던 스티브잡스가 1986년 인수한 픽사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회사로 수학자들을 대거 고용해 토이스토리와 같은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은 나비아 스톡스 방정식과 같은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텐서플로어는 구글에서 만든 머신러닝의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로서,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연구에 선형대수학, 확률론, 미적분 등 다양한 수학이 활용된다. 스탠포드 대학의 수학자 Gunnar Carlsson 교수는 위상수학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TDA를 개발해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등 의료, 금융,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난제를 해결하며 잘 나가는 스타트업을 이끌고 있다. 대학에서 배우는 위상수학은 고등학교에서 기하라는 과목으로 다루어지는 학문 분야이다.

작년에 스위스 로잔공과대학의(EPFL) 뇌연구팀(Blue Brain Project Team)은 뇌속의 신경세포(뉴런)가 서로 기하학적인 구조를 이루고 무리(clique)를 이룰 때 다차원 구조를 형성하며, 두뇌의 신경세포가 모여 형성하는 네트워크는 최대 11차원의 공간을 이룬다고 발표했다. 뇌 구조가 복잡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나 이 연구팀은 두뇌 신경회로 연구에 수학자들과의 공동연구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순수 수학으로 알려진 기하의 한 분야인 위상수학이 복잡하고 추상적인 뇌신경 구조를 표현한 것이다. 그 복잡한 두뇌의 신경구조를 수학으로 설명하려 했다니 수학의 그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은 이제 상상을 초월한다. 조만간 우리 생각의 움직임도 기하학적으로 모델링이 가능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현재와 미래'에 무관심(무책임)한 우리의 수학교육 정책

현대사회는 데이터가 폭증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표현된다. 이런 시대에 요구되는 역량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과 로봇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불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역량이 필요하겠다. 과거에 유용했던 하드스킬이라 불리는 전문지식과 기술력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창의 융합적 사고력, 논리적 사고력, 새로운 콘텐츠를 학습하는 능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자신감 등과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는 소프트 스킬이 중요한 시대라 한다. 그러면 이러한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수학공부가 일정 부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학의 가치는 지식습득을 통해 그 활용성과 유용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 체계를 구축하고 분석력, 상상력, 문제해결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창조력을 발현하는 등 사고체계 영역을 확대하는데 있다. 수학을 통한 심오한 사고체계 속에서 창의력이 발현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이 함양된다. 

요새 대입제도 개편을 앞두고 사회가 매우 어수선하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배우게 하고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과, 힘든데 어려운 학습은 가능하면 하지 말고 가능하면 쉽게 가자는 마음이 부딪힌다. 고등학교 수학·과학 교육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은 수학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데 미래 세상에서 경쟁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공계 인력들을 위한 교육은 너무 안이하게 하려는 것 같다. 어려운 수학, 과학 내용은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다. 자기 자식 아니라고 조금만 배워도 된다고 한다.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가서 그 쉬운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좌표와 같은 내용을 배우라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 등록금의 가성비가 참으로 낮아지겠다. 대학은 수월성을 위한 기관이라 이렇게 가성비를 낮추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내용들이 이미 너무 많으니 어떡하나? 고등학교 공교육에서 안 다루어 주면 학구열 높은 우리 학생들과 학부형이 두드려야 할 곳은 결국 사교육 시장일 것이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학생들의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변 국가들을 보자. 우리 청소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수학·과학 교육 정책을 이제는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학습부담 완화로 10년을 넘게 추진해 왔으니 그 교육 정책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진정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공계열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을 이렇게 방치하지 말자. 세상에서 수학은 날고 있는데 우리 수학교육은 기어가겠다고 한다. 같이 날아보는 정책을 펴보자.



이향숙 이화여대·수학과 교수, 대한수학회 회장

 교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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