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의 영역 승마대회 도전기
사회편견 깨는 여성상 보여줘녹원의 천사’(National Velvet)는 그레타 가르보 주연 영화들과 자연, 동물, 가족, 이웃 사랑을 소재로 하는 가족영화에 능했던 클라렌스 브라운의 대표작 중 하나다.
클라렌스 브라운이 선택한 가족영화 소재는 시대와 국가, 세대를 아우르며 감동을 안겨주는 건전한 것들이다. 동물과 자연 사랑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아니 만들 수 없는 우리 현실에서는 무척 부러운 소재이기도 하다. 미국 전원생활 묘사의 최고작 ‘가장 특별한 선물’(The Yearling) 역시 클라렌스 브라운의 작품으로 ‘녹원의 천사’와 함께 보면 좋겠다.
‘녹원의 천사’는 말을 유난히 사랑하는 11살 소녀 벨벳 브라운(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승마대회 도전기다. 벨벳은 길을 걸을 때도, 잠자리에서도 말 타는 흉내를 낼 정도로 말을 사랑한다. 복권 행사에 나온 야생마 파이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게 된 벨벳은 파이를 길들여 그랜드내셔널 장애물 경주에 나갈 꿈을 키운다.
벨벳에게 돈 많은 귀족 남성만 참가할 수 있는 그랜드내셔널 장애물 경주에 나갈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이는 떠돌이 전직 기수 마이(미키 루니)와 어머니 브라운 여사(앤 리비어)다.
브라운 여사는 벨벳의 승마대회 도전을 어리석은 짓으로 여기는 남편과 이웃에 아랑곳하지 않고, 벨벳에게 자신의 저축금을 내준다. 브라운 여사는 처녀 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했었고, 그래서 벨벳의 꿈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브라운 여사는 벨벳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젊은 시절에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아야 하지만, 유명세보다는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이 더 중요하단다.”
벨벳이 승마대회 우승에도 불구하고 자만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어머니의 충고를 잘 새겨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브라운 여사는 떠돌이 청년을 믿지 못하는 남편을 다독이며 방황하는 마이를 끝까지 믿어준다.
‘녹원의 천사’에서 앤 리비어가 보여준 현명한 어머니, 아내상은 ‘아버지의 인생’(Life With Father)에서 이레느 던이 연기한 어머니, 아내상과 함께 이상적인 모델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앤 리비어는 ‘녹원의 천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소녀의 도전, 인생 선배인 어머니의 바른 지도와 딸의 현명한 선택은 ‘녹원의 천사’를 여성영화로 자리매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벨벳과 언니, 동생의 자매애도 작지만 여성영화에 기여한다.
벨벳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시절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깜찍한 미모와 정확한 발성, 진심이 느껴지는 당찬 연기로 이 영화를 잊을 수 없게 만든다. 벨벳의 언니 에드위나 역을 맡은 안젤라 란스베리의 풋풋하고 요염한 젊은 시절 모습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
이 영화에 대한 칭찬거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등에서 촬영한 1920년대 후반의 영국 바닷가 마을 스콜스의 평화로운 풍광, 잉글랜드 민요 ‘그린 슬리브즈’의 서정, 어수룩할 정도로 소박한 이웃들, 초반에 잠깐 나오는 벨벳의 학교생활, 영화 기저에 흐르는 유머감각 등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요소들이 적지 않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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