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9일 일요일

동굴 속의 사람과 동굴 밖의 사람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대화편 중 <국가>(Politeia) 제7권에 보면 '동굴의 비유'라는 글이 있는데 소크라테스와 젊은 학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참다운 철학자의 삶의 모습과 일상인의 삶의 모습을 아주 극명하게 대조하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굴에는 사람들이 갇혀 있다. 그들은 목과 손, 발이 견고한 쇠사슬에 묶인 채 영원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오직 동굴의 앞쪽 벽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들은 단 한 번도 동굴 밖으로 나가거나 태양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의 등 뒤에는 횃불이 타오르고 있고, 이 불과 그들 사이에는 통로가 있다. 이 통로를 따라 다른 사람들이 오가며 사물들을 운반할 때 그들이 운반하는 말이나 소ㆍ양 같은 동물의 상이 횃불에 비쳐 그 그림자가 동굴 앞쪽의 벽면에 나타난다. 따라서 쇠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그림자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렇게 평생 보아 온 그림자에 친숙하게 되어 그 그림자가 마치 진짜인 양 착각하고 결국 익숙해진 그림자에 집착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만약 그들이 쇠사슬에 풀려나 등을 돌려 그림자를 만드는 실재를 볼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불빛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그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다시금 그림자 세계로 돌아가 안주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어느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등을 돌려서 햇불을 바라보고, 그 불빛 속에서 동굴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통로를 보고, 마침내 이를 따라 동굴 밖으로 나가 태양과 동굴 밖의 세계를 본다면, 그는 그림자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보게 될 것이다. 이때 그는 동굴 속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그는 동굴 속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그림자를 실제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일깨워 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동굴에 들어가 동굴 밖의 세계와 태양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동굴 속의 사람들은 이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오히려 그를 조롱하고 비웃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쇠사슬에 묶인채 앞만 보며 어둠 속에서 살아왔으므로, 자신들이 보아 온 것이 그림자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사람들도 그것이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결국 동굴 밖의 세계를 체험한 사람은 동굴 속의 사람들에 의해 .... 왜냐하면 그들이 아무 의심없이 만족하면서 살고 있던 삶을 그가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결과적으로 혼돈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굴의 비유'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태어나면서부터 온몸이 쇠사슬에 얽매여 꼼짝 못하게 된 환경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태어나면서부터라는 것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존재의 피구속'을,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반성이나 회의의 기회나 여지가 없음을, 그리고 영원히 쇠사슬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그만큼 견고하게 선입관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테네의 가장 지혜로운 인물인 소크라테스를 일부 지배 권력자와 무지한 군중들이 죽음으로 몰아간 것을 목도한 젊은 플라톤은, 스승의 사상이나 삶이 그들에게 진정으로 이해되지 못한 까닭을 이런 비유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는 오늘날 독선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살아오면서 익숙해진 생각이나 느낌, 신념 등에 대해 깊은 반성이나 자각 없이 이를 그대로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와 다른 생각이나 느낌, 신념을 말하면 배척당하거나 조롱과 경계의 대상이 되고 이단시되기 일쑤이다. 그 차이가 선명하고 그 영향력에 따른 개입의 정도가 깊을수록 더욱 더 그러하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적 삶은 동굴 속에서 쇠사슬에 얽매여 사물의 그림자를 참된 모습으로 알고 동굴 밖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것은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일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솔직하고도 신랄한 풍자로서 그 의미가 여전히 유효하다.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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