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 목표
- 슈뢰딩거 방정식과 그 해인 파동 함수의 성질을 설명할 수 있다.
-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에서의 입자의 양자 역학적 운동을 설명할 수 있다.
- 유한 퍼텐셜 장벽의 입자의 터널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 전개도
1. 입자의 파동성이 의미하는 것
입자가 파동성을 갖고 있다면, 그 파동의 실체는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 파동 친다는 말인가? 이 질문의 해답이 제시되자 물리학계는 발칵 뒤집어졌고 물리학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파문의 진원지는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본이 1926년에 발표한 논문이었는데, 이 논문에서 그가 파동의 실체는 각 위치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이라는 파격적 주장을 펼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자는 입자임이 분명하지만, 주어진 위치에 전자가 존재할 확률은 '파동 함수'로 주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물리학계에 떨어진 핵폭탄이었다. 막스 본의 주장이 옳다면, 우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양자 이론은 모든 실험 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2. 슈뢰딩거 방정식
막스 본의 파동 함수를 만족하는 방정식이 필요했기에 슈뢰딩거는 파동 방정식을 만들었고 이를 '슈뢰딩거 방정식'이라 한다.
1) 시간에 무관한 1차원 슈뢰딩거 방정식
2) 자유입자의 슈뢰딩거 방정식
자유 입자에 관한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는 두 파동 함수의 선형 결합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파동 방정식을 만족하는 해(파동)가 중첩의 원리를 만족하듯이 슈뢰딩거 방정식도 어떻게 보면 파동 방정식이기 때문에 그 해역시 중첩의 원리를 만족해야 한다. 이는 파동의 특성인 간섭과 회절이 입자에게도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 확률의 세상, 미시 세계
공간에 퍼져 있는 파동은 경로차 조건에 부합하는 위치에서 보강 간섭을 하고 상쇄 간섭을 하였다. 입자의 위치, 속도가 하나의 값으로 결정되는 거시 세계에서는 간섭 현상은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도 엄연히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입자의 물리적 정보(위치, 운동량, 에너지)가 파동(확률적 형태)처럼 퍼져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미시 세계에서는 확률 정보가 큰 의미를 가진다. 어떻게 확률 정보를 얻을까? 파동 함수를 제곱하면 된다.
입자의 위치에 대한 확률 밀도
어떤 임의의 위치 x에서 구간 dx 안에 이 입자가 발견될 확률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규격화
1차원 공간에서 입자는 어느 위치에서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규격화'라고 한다.
파동 함수는 보통 복소수이기 때문에 제곱을 할 때 켤레곱을 하여 구한다.
자유 입자의 파동함수 규격화로 설명하는 불확정성 원리
3.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의 입자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입자의 파동 함수를 구하고 그 파동 함수로부터 물리량들을 계산해보자. 특히 슈뢰딩거 방정식 문제들 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제로 자주 관측되는 물리적 상황인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에서의 입자의 운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고전 양자 역학적 관점으로 파동 함수 구하기
2)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파동 함수 구하기
대응 원리
파동 함수의 제곱은 입자가 존재할 수 있는 확률을 의미한다. 무한 퍼텐셜 상자에서 양자수(n)에 따라 파동 함수의 제곱, 위치에 따른 확률 분포가 달라진다. n=1인 파동 함수의 경우,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 상자의 중앙 위치 x=L/2에서 최대치를 보이는 반면 n=2인 파동 함수의 경우에는 입자가 중앙 위치에 존재할 확률이 0이다.
즉, 양자수(n)가 변함에 따라 특정 위치에서 입자가 존재하는 확률이 달라지게 된다. 고전 물리학 관점에서는 상자 안의 입자는 x=0과 x=L 사이를 자유롭게 운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위치에서든지 입자가 존재할 확률은 똑같다.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양자수가 점점 커지는 경우(n=1 → n=3), 위치에 상관없이 입자가 존재할 확률이 근사적으로 같아진다. 양자수가 더 커진다면 고전 물리학에서의 결과와 일치할 것이다. 이처럼 양자수가 아주 큰 경우 양자 역학적인 결과와 고전 물리학적 결과가 동일해지는데 이를 '대응 원리'라 한다.
양자역학과 DNA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는 일부 핵심 분자 안에 생명의 암호가 저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의 무대에서 에테르를 추방한 것처럼, 슈뢰딩거는 생물학의 무대에서 '생명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이 사라지기를 원했다. 그는 '생명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의 해답을 양자역학에서 찾는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힘으로써, 전후세대 과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가 각 세대에 걸쳐 후손에게 전달되며, 이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곳은 영혼이 아니라 세포 속에 있는 분자라고 믿었다. 또한 그는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핵심 분자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40년대의 생물학으로는 슈뢰딩거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
미국의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과 영국의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슈뢰딩거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그가 말했던 핵심 분자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두 사람은 분자가 너무 작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고 조작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가시광선의 파장이 분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 이것은 투박한 장갑을 낀 손으로 나뭇잎 표면의 미세한 돌기를 느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그러나 왓슨과 크릭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초단파장 빛을 이용한 X선 결정학이 바로 그것이었다. X선의 파장은 분자의 크기와 비슷하여 생체분자 결정에 X선을 쪼이면 여러 방향으로 산란되는데, 이때 산란되는 패턴을 분석하면 결정 속에 들어 있는 분자의 세부 구조를 알아낼 수 있다. 능숙한 양자물리학자는 산란 패턴을 찍은 사진만 봐도 분자의 구조를 짐작할 수 있다. 분자를 직접 보지 않고서도 세부 구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양자역학은 여러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를 구성할 때, 각 원자들 사이의 각도까지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이론이었다. 아이들이 레고블록을 조립하여 장난감을 만드는 것처럼,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다양한 원자를 순차적으로 결합하여 복잡한 분자를 재현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왓슨과 크릭은 DNA 분자가 세포핵의 중요한 구성 성분 중 하나임을 알아냈고, 바로 그곳에 유전 정보가 담겨 있음을 직감했다. 두 사람은 생명의 기본 과정인 '번식'이 분자 단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고전 물리학자들은 양자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관찰자 현상을 인정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소립자가 우리가 관측하지 않을 때는 물결과 같은 '파동'으로 존재하다가 우리가 관측하기 시작하면 야구공 같은 '입자'인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고전 물리학자들은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고, 그건 그저 너무 작은 대상들을 측정하려다 보니 발생한 장비의 문제와 감각의 한계로 치부할 뿐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양자 역학의 승리였다. 이후에 이루어진 실험 결과들은 양자역학의 예측에 정확히 부합했다. 기세등등해진 양자 역학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선언을 했다. 이것이 고전 물리학이 막을 내리고 현대 물리학으로 전환하게 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여 이렇게 선언했다. "소립자들은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파동 함수로 존재하고 있다가 관찰자가 관찰을 시작하면 파동 함수의 붕괴가 일어나면서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분쟁은 일단 소강되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고전 물리학자들과 양자 물리학자들이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전 물리학이 다루는 세계는 거시 세계였고, 양자 역학이 다루는 세계는 미시 세계였다. 이들 중간에 모종의 높은 턱 같은 것이 있어서 서로 분리되는 독립적인 영역이라 간주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평화를 흔든 사람이 슈뢰딩거였다. 그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유 실험을 통해,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중간에 놓인 높은 턱 같은 것은 없으며, 미시 세계의 문제가 거시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상자에 고양이, 독가스가 담긴 유리병, 알파 입자 가속기를 넣는다. 알파 입자 가속기는 정확히 1시간 후에 50%의 확률로 알파 입자를 방출한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첫째, 1시간 후에 알파 입자가 방출되고 독가스 유리병이 깨진다. 그러면 고양이는 죽을 것이다. 둘째, 1시간 후에 알파 입자가 방출되지 않고 독가스 유리병은 깨지지 않는다. 그러면 고양이는 죽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1시간 후에 천천히 뚜껑을 열어볼 예정이다.
문제는 뚜껑을 열어보기 바로 직전이다. 고양이는 어떤 상태일까? 고전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고양이는 죽어 있거나 혹은 살아 있을 것이다. 관찰자가 확인을 하든 하지 않든 고양이의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기대되는 건 양자 물리학자들의 대답이다. 그들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알파 입자 때문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알파 입자는 미시적 존재이고, 미시적 존재는 관찰자의 관측 여부에 따라서 상태가 결정된다. 관측하기 전까지는 확률적으로 중첩되어 있는 파동 함수로 존재할 뿐이다. 양자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
"고양이는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양자 물리학자들의 대답이 바보 같아 보이지만, 앞서 말했듯 오늘날의 과학은 양자 역학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자 역학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물리 이론이고, 양자 역학의 여러 방정식에서 도출되는 예측들은 놀랍도록 정확한 값으로 들어맞는다. 그렇기에 납득이 안 되더라고 어쩔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멋진 말이 있다. 한 대학의 양자 물리학자의 잠언이다.
"입 닥치고 그냥 계산이나 해!"
4. 터널링
'터널링'이라는 입자의 장벽 투과 현상은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물리 현상이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입자의 총 에너지보다 큰 퍼텐셜 에너지 영역에서는 입자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 물체의 역학적 에너지가 10J이라면 이 물체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퍼텐셜 에너지는 10J이다. 만약 퍼텐셜 에너지가 15J이라면 운동 에너지가 -5J이 되어야 하는데 운동 에너지는 음의 값으로 정의될 수 없다.
10J만큼의 퍼텐셜 에너지에 해당하는 높이를 넘어간다는 것은 최소 10J 이상의 역학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입자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10J이 되지도 않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들이 이 벽을 뛰어넘는다. 거시 세계에서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 미시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양자 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위 그림의 E'<U 인 입자의 경우에도 장벽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현상을 '터널링'이라 부른다. 이러한 터널 효과는 장벽의 높이가 낮고 너비가 좁을수록 크게 일어난다.
1)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용하여 터널링 확률 구하기
2) 터널링으로 설명하는 다양한 현상
①알파 붕괴 현상
방사성 붕괴할 때 방출되는 알파 입자(He)의 운동 에너지는 핵력에 의한 퍼텐셜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고전 물리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알파 입자는 핵으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그러나 알파 입자의 탈출은 양자 역학적 관점으로 본다면 터널링 현상이다. 따라서 핵력 퍼텐셜 에너지에 미치지 않는 운동 에너지의 알파 입자도 충분히 탈출할 여지가 있다.
②생명학적 돌연변이
양성자는 양자 터널링을 통해 한 염기에서 다른 염기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뢰브딘은 일부 돌연변이의 핵심에 양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작은 규모에서 생물학의 불확실성과 물리학의 불확실성이 양자라는 공통 원인에서 비롯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기체이든 기러기이든 모든 물질에서 가장 작은 구성 요소들의 행동을 아우르는 물리적 불확실성을 탐구하는 분야가 바로 양자생물학이다.
③그래핀
그래핀은 일반 금속보다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에 널리 쓰이는 실리콘보다 전자의 이동성이 매우 빠르며, 기계적 강도도 강철에 비해 차세대 기술을 선도할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흑연에서 분리한 한 장의 얇은 그래핀 막은 원자 한 개 층과 같아서 그 두께가 불과 0.3나노미터다. 한 장의 그래핀 막은 위아래에 다른 탄소 원자 층이 없어서 전자가 양자 역학의 지배를 받는다. 즉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위아래 원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일반적인 물질과 전혀 다른 전기역학적 성질을 띠는 새로운 물질이 탄생한 셈이다.
④반도체
반도체 성능은 미세공정의 수준에 의존한다. 쉽게 말해 같은 면적에 더 많은 회로를 촘촘하게 그릴수록 처리용량이 늘어나는 거다. 결국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반도체는 미세화가 핵심 기술이다. 그러나 집적도 5나노미터 수준이 되면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터널링 현상'으로 인해 전자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합선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선폭을 5nm로 그리는 세계 최고의 초미세공정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은 그 선폭을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소의 한계까지 줄이려고 하는 개발 단계에 있다.
터널링, 무한에 가까운 시도가 빚어낸 기적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 이는 물리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양자역학에는 양자 터널링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양자 역학은 분명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도, 아주 희박한 확률일지도 모르지만 벽의 반대편으로 넘어갈 확률이 완전히 0은 아니라고. 아주 희박한 확률이라도 무한히 시도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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