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2일 토요일

양자 역학① (빛과 물질의 이중성)

 뉴턴과 맥스웰의 업적 때문에, 20세기 초의 물리학자들은 성경에 나오는 창조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고쳐 썼을지도 모른다.

 

태초에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고,

"빛이 있으라" 말씀하셨다.

인간이 수학과 과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자연의 기저에 숨겨진 신의 언어를 해석한 것처럼 보였다. 어디까지나 거시 세계로 한정한다면 말이다. 미시 세계에서의 역학을 분석하기 위해 도입된 고전 통계학은 그 시대 다른 과학적 발견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미시 세계 역학은 확률론적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하였다. 결정론적 관점을 취했던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고전 물리학자들은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하며 이러한 확률론적 접근을 거부하였다.

 

그러나 "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마라."는 보어의 일축으로 시대의 흐름은 미시 현상의 확률론적 접근이 주를 이루는 양자 역학에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학습 목표

  • 고전 역학의 한계를 나타내는 흑체 복사와 자외선 파탄을 설명할 수 있다.
  • 빛의 입자성을 나타내는 광전 효과와 콤프턴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
  • 물질파의 개념을 이해하고 물질의 운동량으로부터 드브로이파를 계산할 수 있다.
  • 전자의 파동성의 증거인 전자 회절을 설명할 수 있다.

 

물리학 전개도

양자 역학은 앞에서 살펴본 상대성 이론과 함께 20세기에 들어 이룩된 현대 물리학의 큰 토대이다. 빛이 파동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와 동시에 입자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양자 역학의 성립에 큰 실마리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물질도 또한 입자 성질 외에 파동의 성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미시 세계의 운동에 해당하는 원자 내의 전자들의 성질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고급물리학 양자 역학 파트에서는 양자 역학이 수립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견된 빛과 물질의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를 알아보고, 슈뢰딩거 방정식을 통해 1차원 무한 퍼텐셜 상자 속 입자 운동에 대해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보어의 양자 가설을 시작으로 한 수소 원자 모형과 스펙트럼에서 더 나아가 현대의 원자 모형까지 살펴본다.

 

1. 에너지 양자화의 스타트를 끊은 흑체복사

일반적으로 뜨거운 물체는 열 복사를 통해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물체의 복사로부터 나오는 전자기파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파장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체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빛의 색깔이 점차 붉은색에서 노란색, 나중에는 푸른색으로 변하게 된다. 천체의 표면 온도에 따라 발현되는 색이 다른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러한 복사의 원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으로부터 양자 역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물체의 복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상적인 물체, 들어오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흑체'를 정의하여야 한다.

모든 빛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이상적인 물체, 흑체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흑체가 있다. 이 구멍으로 들어오는 모든 빛은 공동 내부에 갇히게 되어 벽에 흡수될 때까지 반사를 반복한다고 하자. 이렇게 들어온 모든 빛을 흡수한 공동의 벽은 다시 외부로 빛을 복사하게 되는데, 이것을 '흑체 복사'라 한다. 특정 온도 T에서 흑체로부터 방출되는 빛의 파장에 따른 세기를 측정함으로써 흑체 복사의 성질을 조사할 수 있다.

흑체복사 스펙트럼 (x축은 파장, y축은 빛의 세기)
흑체복사 스펙트럼 (x축은 진동수, y축은 빛의 세기)

첫째 흑체에서 방출되는 빛들은 연속적인 파장 분포로 구성되어 있으며(그래프의 선이 쭉 연결되어 있다), 모든 파장에 대해 복사되는 빛 에너지는 절대 온도의 네제곱에 비례한다. 즉, 복사 에너지 스펙트럼은 물체의 온도에 의존한다.

둘째 흑체 복사 스펙트럼에서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빛의 최대 파장(최대 에너지 밀도와 관련된 파장; 그래프에서 최고 꼭지를 나타내는 파장)이 감소한다. 이를 '빈의 변위 법칙'이라고 한다. 

즉 온도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은 빛이 방출된다. 즉, '빈의 변위 법칙'은 천체의 표면 온도에 따라 방출되는 빛의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색깔이 다른 것임을 설명한다.

레일리-진스 공식

흑체복사 스펙트럼은 관찰 결과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수학적 수식을 만들기 위해 빈과 레일리, 진스는 고전 열역학의 통계론적 관점을 이용하여 진동수에 따른 빛 에너지 밀도 식을 만들었는데 이 식은 진동수가 작은 영역에 대해서는 설명을 잘하지만, 진동수가 큰 영역에서는 설명이 되지가 않았다. 레일리-진스 공식에 따르면 진동수에 비례하여 에너지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자외선 영역에서 그래프가 푹 꺼져 0으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플랑크는 '에너지를 연속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불연속적인 것으로 가정한다면 어떨까'에 착안하여 레일리-진스 공식을 수정한다.

 

레일리-진스 공식을 수정한 플랑스 복사 법칙

플랑크가 수정한 식은 진동수가 어떤 영역에 있든 에너지 밀도의 변화를 잘 설명했다. 그러나 고전물리학에 심취해 있었던 플랑크는 멘붕에 빠지게 된다. 플랑크는 순전히 계산상의 편의를 위해 흑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 값이 특정한 값의 정수배만 가질 수 있다고 가정했을 뿐, 그 스스로는 가정 자체와 수정된 공식의 결과를 납득할 수가 없었다. 고전 물리학 관점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에너지 양자화'가 양자 역학 탄생의 시초가 될 것임을 플랑크 본인은 전혀 알지 못했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물리학자들은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가 갖는 불연속성 개념의 혁명성을 알아챘다. 

2. 광자(빛알), 빛의 양자화

양자 역학은 주로 미시세계에 대한 연구 분야이다. 미시세계에서는 많은 물리량들이 어떤 기본값만을 갖거나 기본값의 정수배에 해당하는 값들만을 갖는다. 이때 그 물리량이 '양자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화폐의 양자화

비유를 하자면 화폐는 양자화되어 있다. 왜냐하면 가장 적은 가치의 동전은 1원이며 다른 동전들이나 지폐는 이 값의 정수배만을 갖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원화의 양자는 1원이고 다른 화폐는 모두 1원의 양의 정수배만을 가질 수 있다. 즉 0.755원이란 있을 수 없다.

 

1905년에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수정된 공식에서 힌트를 얻어 전자기파(빛)가 양자화되어 있고 광자(빛알)라는 기본량들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 제안에 의하면 진동수 f를 갖는 빛의 양자는 다음의 에너지를 갖는다.

      E= hf  (h: 플랑크 상수) 

 

이에 덧붙여 아인슈타인은 빛은 광자의 불연속적인 집합으로써 광자 1개가 갖는 에너지가 'hf'이기 때문에 빛 에너지가 hf의 정수배만 갖는다고 제안했다. 즉 빛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양자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빛 에너지는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hf의 정수배로만 정의된다. 즉, 빛은 0.6hf 또는 75.5hf와 같은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

 

3. 광양자설로 분석하는 광전 효과

 

1) 광전 효과

광자 1개는 금속 안에 있는 여러 개의 자유 전자와 상호작용하지 않고, 오로지 1개의 자유 전자와만 상호작용한다. 기억해라. 광자와 전자는 1대 1로만 상호작용한다. 따라서 광자 1개가 갖는 에너지가 금속의 자유전자 탈출 여부를 결정한다. 

 

ⓐ빛의 진동수가 금속의 문턱 진동수보다 낮을 때는 광자 1개의 에너지(hf, f=빛의 진동수)가 금속의 일함수 W(hf', f'=금속의 문턱 진동수) 보다 작다. 따라서 광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음의 값을 갖게 되는데, 이는 광전자가 방출되지 않음을 뜻한다. 반대로 빛의 진동수가 문턱 진동수보다 높을 때는 광자 에너지가 금속의 일함수보다 크다. 이때 광전자는 광자의 에너지에서 금속의 일함수를 뺀 값만큼의 운동 에너지를 가지므로 금속에서 방출된다.

 

ⓑ광자의 에너지가 금속의 일함수 이상일 때 광자의 에너지를 흡수한 전자가 즉시 방출된다. (입자가 충돌하면 즉시 반응하는 것처럼)

 

ⓒ빛이 밝다는 건 빛의 알갱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 말은 광자와 매칭되는 전자의 수가 많아짐을 의미하므로 빛의 세기가 셀수록 방출되는 광전자의 수가 많아진다. 물론 빛의 진동수가 금속의 문턱 진동수보다 커야만 한다. 반대 상황이라면 빛의 세기와 관계없이 전자는 금속에서 방출되지 않는다.

 

ⓓ광전자의 최대 운동 에너지는 광자의 에너지와 금속의 일함수에 의해 결정되는 거지, 빛의 세기와는 전혀 무관하다.

 

2) 광전 효과 실험 분석

진동수가 f인 빛을 음극 표적에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이 튀어나온 전자들에 의해 광전류 i가 흐른다.

 

극판의 전압을 조절하여 극에 도달하는 전자의 개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전류계에 기록되는 전류값은 감소하게 된다. 그 전류가 0이 되는 순간까지 가변 저항을 조절하여 'V = Vstop'이 될 때,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가 컵에 도달하기 일보 직전이 된다. 이때 전자의 운동 에너지는 최대값이며 크기는 다음과 같다.

Kmax(= eVstop) = hf - W

광전효과 결과

 

고전 물리학과 광전 효과의 모순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 전자기파의 전기장 진폭이 클수록 빛의 밝기는 밝다.

금속에 빛이 입사하면 금속의 전자는 전자기파의 전기장 사인파 진동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전기장의 진동, 진폭이 큰 밝은 빛이 입사하면 움직이는 전자의 진폭도 커지기 때문에 전자는 금속으로부터 튕겨나가기 쉽다. 그러나 빛이 빛이 눈부실 정도로 밝아도 금속에서 전자가 탈출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한 빛도 금속에서 전자를 탈출시킬 수 있다. 전자의 탈출 여부는 빛의 진동수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빛을 파동이 아닌 입자로 봐야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다.

 

3) 광전효과가 활용되는 사례

 

①광 다이오드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접합시켜 만든 다이오드의 한 종류로, 빛을 비추면 광전 효과에 의해 전류가 흐른다. 태양광 발전에서는 광 다이오드의 일종인 태양 전지를 사용하여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직접 변환한다.

 

②전하 결합 소자(CCD)

디지털카메라 등에서 사용되는 장치로, 광전 효과에 의해 빛 신호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소자이다.

 

4. 콤프턴 산란

아인슈타인은 빛이 입자라면 빛도 운동량을 갖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따라서 광자가 물질과 충돌하면 광자의 운동량이 변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1923년, 이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증명한 사람이 콤프턴이다.

아서 콤프턴

콤프턴은 흑연 표적에 파장이 λ인 X선을 입사시킨 후, 흑연 표적으로부터 여러 방향으로 산란되는 X선의 파장과 세기를 측정하였다.

 

1)빛의 파동적 관점

산란되는 X선의 파장은 입사하는 X선의 파장과 같아야 한다. X선은 사인파 형태로 진동하는 전자기파이다. X선이 흑연에 입사하면 전자 역시 사인파 형태로 진동해야 한다. 그네를 미는 리듬에 따라 그네가 진자 운동을 하듯이 전자는 입사하는 X선과 똑같은 진동수로 진동 운동을 하고, 이에 전자는 가속 운동을 하기 때문에 똑같은 진동수, 파장의 X선을 방출해야 한다.

 

2) 실험 결과

콤프턴 산란 실험

실험 결과, 산란된 X선의 일부는 파동적 관점에서 예상한 대로 입사한 X선과 비교했을 때 파장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일부는 그렇지 않았다. 입사한 X선의 파장보다 길어졌다. 더욱이 산란되는 각도가 클수록 파장의 변화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길어졌다.

 

3) 빛의 입자적 관점

콤프턴은 X선을 구성하는 광자 한 개와 정지해 있는 전자 사이의 입자적 상호 작용에 집중하였다. 위 그림은 이러한 상호작용에서 에너지와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입자적 관점을 기반으로 정리한 수식이다.

 

X선이 입사하면 X선의 광자가 전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전자는 튕겨나가게 되고, 광자의 진행 방향은 꺾이게 될 것이다.(=X선의 산란) 이 과정에서 광자의 에너지 일부가 전자의 운동 에너지로 전달되기 때문에 산란되는 광자의 에너지는 입사하는 광자의 에너지보다 작아야 한다. 따라서 일부 산란하는 X선의 파장이 길어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콤프턴은 에너지와 운동량을 주고받는 빛의 입자적 상호 작용을 실험으로 증명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광양자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5. 물질파

프랑스의 물리학자 드브로이

1924년 드브로이는 다음과 같은 대칭성을 눈여겨보았다. 빛(전자기파)은 전자기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형태였다. 이 전자기 진동은 전하로 인해 왜곡된 전자기장의 총제적 결과였다. 전하가 만들어낸 빛이 이중성을 전제한다면, 그의 모체인 전하 역시 입자이기도 하면서 파동이지 않을까? 

h: 플랑크 상수
전자의 회절

물질파의 존재에 대한 드브로이의 예측은 3년 후 실험으로 검증되었다. 전자와 양성자, 중성자 심지어 전자보다 50만 배나 무겁고 복잡한 요오드 분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입자들이 파동만이 갖는 특성인 간섭과 회절을 보였다. 그러나 더 크고 복잡한 물체들을 고려하게 되면 물체의 파동성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다. 플랑크 상수가 워낙에 작다 보니 분모 값이(질량)이 너무 커져버리면 파장이 0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물질의 파동성을 논하는 게 의미 없어진다. 이 단계부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비양자세상이며 고전 물리학이 지배하게 된다. 요약하면 전자는 일종의 물질파이며 자기 자신과 간섭을 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물질파가 아니며 자기 자신과 간섭을 할 수가 없다.

 

1) 전자의 이중 슬릿 간섭 실험

전자를 이중 슬릿에 통과 시키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등장한다. 이때 이웃한 무늬 사이의 간격이라든지, m번째 밝은 무늬, m번째 어두운 무늬를 결정하는 경로차 공식에 들어가는 λ값은 물질파 식으로 유도된  λ값과 소름 돋게 똑같다. 이를 통해 드브로이 물질파 이론은 힘을 얻게 되었다.

 

2) 데이비슨-거머의 전자 산란 실험

데이비슨-거머 실험

데이비슨과 거머는 그림과 같은 실험 장치로 고체에 따른 전자의 산란을 연구했다. 그들은 가속된 전자들을 니켈 결정의 한 면에 입사시켰을 때 튀어나오는 각도에 따른 전자들의 분포를 관측하였다. 전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특정 각도에서 보강 간섭이 일어나 산란이 강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고 실제로 특정 각도에서 산란이 강하게 일어났다.

 

브래그 회절 조건

특정 각도로 입사한 전자가 강한 회절 무늬를 나타내는 '브래그 회절 조건'이다. 니켈 결정의 d는 X선의 간섭 조건을 이용해 0.91옴스트롱임을 밝혀냈다. 전자가 입사한 특정 각도를 브래그 조건에 대입하면 n=1인 경우에 전자의 물질파 파장은 1.65옴스트롱이 나온다. 한편 전자의 가속 전압이 54V이므로 입사하는 전자는 54eV의 에너지를 가진다. 이 값을 드브로이 물질파 식에 대입하면 파장값은 1.67옴스트롱이다. 이 실험 역시 드브로이가 제안한 전자의 파장이 실험적으로 측정한 결과와 거의 일치함을 밝혀냈기 때문에 드브로이 물질파 이론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드브로이 관계식의 해석

드브로이 관계식을 보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

"운동량 p를 갖는 입자가 파도처럼 넘실넘실거리는 것이고, 그때 파장의 크기는 식에서 정의되는 λ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보다는 드브로이 관계식에 의해 정의된 λ는 입자가 보이는 파동적 성질을 정량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단서라고 보는 게 더 낫다. 

가령 이런 식이다. 전자의 간섭 실험을 통해 실제로 측정가능한 값은 '무늬 사이 간격 △x, 이중슬릿 간격 d, 슬릿과 스크린 사이 거리 L 그리고 전자의 운동량 p'이다. '이중슬릿 간격 d, 슬릿과 스크린 사이 거리 L'이라는 원인으로부터 '무늬 사이 간격 △x'라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λ가 필요한데, 전자의 운동량이 파장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드브로이 관계식이 말하고 있다.

 

운동에너지로 표현하는 드브로이 관계식

 

6. 전자 현미경

17세기 네덜란드 과학자 뢰이우엔훅이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을 관찰한 이후 세균학, 의학, 약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천연두·장티푸스 박멸을 비롯한 혁혁한 성과를 가져왔다. 현미경으로 세균과 미생물의 생김새, 즉 입체 구조를 파악하여 약점인 부위를 찾아내어 이를 통해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구조

하지만 미생물과 세균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바이러스는 가시광선을 이용한 현미경으로는 파악이 불가했다. 그 이유는 가시광선의 회절 현상 때문이다.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서로 가까이 있는 2개의 물체를 구별하여 볼 수 있는 두 물체 사이의 최소 거리는 0.2㎛ 정도이다. 따라서 가시광선을 사용하는 광학 현미경으로는 이보다 작은 크기의 미생물을 관찰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nm 수준의 크기이다.

(좌)낮은 분해능 (우)높은 분해능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물체를 구별하여 볼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해야 현미경의 성능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이 현미경의 성능을 '분해능'이라 하며 분해능이 좋을수록 미세한 물체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현미경의 분해능은 렌즈의 크기가 같을 때 사용하는 파동의 파장이 짧을수록 좋다. 

빨간색 빛은 파장이 길고 파란색 빛은 파장이 짧다 그래서 파란색 빛의 분해능이 좋아서 분해가 잘 된다.

따라서 가시광선으로 관찰할 수 없었던 미세한 부분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더 짧은 파동이 필요했고, 그 적임자는 전자의 물질파였다. 전자의 속력을 높이면 물질파 파장이 매우 짧아지므로, 전자의 속력을 조절하여 수 nm 수준의 좋은 분해능을 가질 수 있다. 

 

광학 현미경과 전자 현미경의 원리

광학 현미경과 전자 현미경은 기본적으로 렌즈를 배열하여 확대된 상을 얻는 구조이다. 그러나 전자 현미경은 전자의 물질파를 사용하므로, 전자살(음극선)을 굴절시킬 때 자기 렌즈를 사용하고, 전자의 물질파에 의한 상을 관측할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 재앙에 대처하는 과학의 힘은 대단하다. 과학자들은 2019년에 발병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초저온-전자현미경 기술(cryo-EM)로 ASF 바이러스의 정확한 입체구조를 밝혀냈다. 단백질 등의 생체물질을 초저온으로 급속히 얼려 본연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자빔을 이용해 고해상도로 입체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인 cryo-EM은 이미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지카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 기여하며 주목받았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의 입체구조가 규명된 뒤 같은 해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과학의 힘 덕분에 코로나 19의 입체구조도 밝혀졌고, 현재 백신이 개발되어 전 세계로 보급되고 있는 중이다.

뻔하지만 Fun한 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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