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0일 수요일

'생명의 설계도'에 새 염기 추가… 신종 단백질 만들어내요

유전 정보 전달하는 30억 개의 DNA, 아미노산 만들어 생체작용 일으키죠
최근 美서 DNA에 인공 염기 추가… 유전자 변형하는 '합성 생물학' 주목


얼마 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유전 물질인 DNA에 '새로운 글자'를 추가했다는 뉴스가 전해졌어요. DNA는 아데닌(A)·구아닌(G)·시토신(C)·티민(T) 이렇게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되는데, 연구팀이 인위적으로 새로운 염기(X·Y)를 만들어 대장균의 DNA 안에 집어넣는 데 성공했다는 거예요.

DNA는 '생명 설계도'라고 불리는 유전 물체예요. 과학계에선 DNA에 새로운 염기가 생기면 더 많은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네 글자로 만들어진 생명 설계도

우리는 왜 부모님을 닮았을까요? 부모님의 특징은 어떻게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달된 걸까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답하고자 여러 가설(假說)을 세웠어요. 19세기에는 남성의 정자나 여성의 난자에 아주 작은 인간이 들어 있고 그것이 점점 커져서 유전(부모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것)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20세기 중반 이에 대한 고민이 해결됩니다. DNA가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며, 이를 통해 유전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에요. 인간은 정자와 난자에 들어 있는 DNA가 절반씩 자식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유전이 이뤄져요. 1953년엔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二重螺旋) 구조를 처음으로 밝혀내면서 DNA 복제 과정이 규명됐답니다.

▲ 그래픽=안병현
DNA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사람 몸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돼 있어요. 이 세포 하나하나에는 제각각 '핵'이 들어 있지요. 핵 속에는 염색체가 23쌍(46개) 들어 있는데, 여기엔 마치 사다리를 꼬아 놓은 듯이 생긴 DNA가 30억 개나 들어 있어요. DNA는 우리 코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은 무슨 색깔인지 같은 모든 정보를 담아내고 있지요. 이 정보는 우리 몸 어디든 모든 세포에 똑같이 들어 있기 때문에, 혈액이나 피부 조각 같은 아주 작은 단서만으로도 그 사람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거예요.

DNA의 네 가지 염기는 AGC·AGT·ATC·ACG처럼 반드시 3개씩 짝을 지어 그에 맞는 아미노산으로 바뀌어요. 이 아미노산들이 연결돼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지요. DNA가 만들어내는 아미노산은 총 20여 종인데, 이 아미노산들이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단백질 종류가 매우 다양하답니다. 이렇게 만든 단백질이 사람 몸을 구성하면서 온갖 생체 작용을 일으켜 유전 효과를 나타내는 거지요.



◇새로운 설계도를 만들 수 없을까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요. 자연계에는 이미 수백 가지 아미노산이 존재하는데, DNA가 만들어내는 아미노산 20여 종 말고 다른 단백질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인 DNA부터 손보기로 결정했어요. A·G·C·T 염기 외에 인위적으로 만든 새로운 염기를 DNA에 넣으면 더 많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지요. 이때 인공적으로 만드는 DNA 염기를 X와 Y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2014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플로이드 로메스버그 박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인공 염기인 X와 Y를 대장균의 DNA에 추가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연구팀은 X와 Y를 어느 생물의 대장균 속 DNA에 집어넣은 뒤 그 변화를 관찰했어요. 그랬더니 염기가 6개(A·G·C·T·X·Y)가 된 대장균 유전자는 99%가 넘는 정확도로 자기 DNA를 복제해냈어요. 자기 DNA를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하는 유전이 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최근 연구팀은 후속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염기 A와 C 사이에 인공 염기 X를 넣어 'AXC'라는 조합을 만들었더니 PrK라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아미노산이 생긴 거예요. 또 G와 C 사이에 X를 집어넣어 'GXC' 조합을 만들었더니 pAzF라는 신종 아미노산도 얻을 수 있었어요. 기존 아미노산 외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거예요.

새로운 아미노산을 만들었다는 건 앞으로 더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에요. DNA의 염기가 6개로 늘어나면 이론적으로는 총 216가지 아미노산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아미노산 216종은 서로 결합해 그보다 더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연구팀은 이를 통해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지 않아도 몸속에서 스스로 적혈구 수를 조절하는 신종 단백질을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답니다.

이처럼 인간이 인위적으로 DNA를 변형해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연구 분야를 '합성 생물학'이라고 해요. 현재 많은 과학자가 관심을 쏟고 있지요.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약을 개발할 수도 있지만,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생명 윤리나 그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합성 생물학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 발전할 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답니다.
☞DNA의 발견
DNA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869년 스위스 과학자 프리드리히 미셰르예요. 상처에서 생기는 고름을 연구하다가 백혈구의 핵에서 DNA를 추출했지요. 하지만 당시에는 DNA가 유전 물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대신 단백질 자체가 유전 물질이라고 생각했지요. 이후 1952년 박테리아 실험을 통해 DNA가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임이 밝혀졌고,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확인하면서 DN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답니다.

조선일보

고등학교에서 더 잘하려면 능동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

고등학교 공부는 중학교 때와 달리 능동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능동적으로 공부한다는 게 무슨 말일까? 반대로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것과는 뭐가 다른 걸까?

능동적인 공부?

누구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게 뭐였더라 뭐였더라, 혹은 그게 왜 그러지?’ 하고 궁금해서 미치겠는 경우가 말이다. 예전에 알던 어떤 내용이 알쏭달쏭 기억나지 않는다든가,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 없는 작은 일이 나는 왜 그런지 궁금해서 미치겠는 경우 말이다. 그럴 때 우리는 머릿속을 맴도는 그것 혹은 궁금한 그것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뒤적이고 결국에는 찾아내서 시원함을 느낀다. 특히나 성격이 느긋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거 한번 걸려들면 해결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기도 하지 않는가?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그 ‘필요하고, 다급하고, 갑갑하고, 궁금하고 심지어 짜증까지 나는 해결 욕구를 가지고 자기가 찾아서 공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능동적인 공부는 책을 읽거나 설명을 들을 때, 작은 것 하나라도 항상 왜 그런지 궁금해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서 애쓰는 것을 말한다. 수학이라면 공식을 책을 보지 않고 유도해보고, 조금만 어려워도 문제를 별표치고 질문할 생각만 하지 말고 낑낑대며 풀어보는 것을 말한다.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손쉽게 전자사전만 찾지 말고 종이로 된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스스로 궁금해서 찾고 익혀야 내 것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야 생각하는 공부가 가능하다.

생물에 나오는 예를 들어서 설명하면,
광포화점에 이르면 더 이상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고 일정해진다는 내용이 나온다. 가끔 어떤 강의나 교재에 보면 광합성량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광포화점에 도달한다고 광합성을 안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단위 시간당 광합성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뿐이다. 이를 혼동하여 마구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면 이미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처럼 광합성 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다는 것만 배우고 익혀서 외운다. 바로 이게 수동적인 공부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것이다. ‘도대체 왜 더 이상 광합성 속도가 증가하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면 이미 능동적인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장치의 량이 일정하니 아무리 빛을 세게 비춰도 모든 장치들이 다 작동하고 있다면 더 이상 시간당 광합성량은 증가하지 않고 일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어를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시점은 항상 단골로 시험에 나오는 메뉴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과서의 어느 소설 작품의 시점을 선생님이 말씀해주시거나 자습서에 있는 내용을 외우기 전에 한 번쯤 먼저 자기가 찾아보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시점이란 게 뭐 별건가? 네 가지 종류의 시점에 대해서 공부해 봤다면, 어떤 소설 작품을 읽을 때 그중에 어떤 시점에 해당하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데도 이렇게 쉬운 것을 하나하나 다 외우려고 하니까 점점 공부가 재미없고 외울 것 투성이가 된다. 비슷한 예로 어떤 글의 주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단락의 중심 내용이나 글의 주제를 찾는 것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자습서에 정리된 내용을 보고 외운다. 혹은 선생님의 필기를 보고 외운다. 그러니까 외울 것만 하염없이 많아진다. 무작정 외우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고 내가 스스로 주제나 중심 내용을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습서를 보면서 내 생각과 비교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그럼 왜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 보다 능동적인 공부를 해야 할까?
 고등학교 공부는 분량도 많고 난도도 높다. 우선 공부할 내용의 난도가 올라갈수록 깊이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것저것 따져 보지 않고 무턱대고 받아들이면 당장은 빨리 흡수하니까 좋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더 빨리 머리에서 증발한다. 또, 공부할 분량이 많아질수록 능동적으로 해야 한다. 공부할 분량이 늘어날수록 그것들을 구조화해야만 머릿속에 남아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구조적인 공부는 자기가 찾아서 공부하지 않고서는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게다가 양이 많을수록 한 번 공부한 내용을 오랫동안 꺼내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가 찾아서 하지 않고 누가 알려주는 것만 공부하면 필요해서, 다급해서, 궁금해서 공부한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래가질 않는다. 결론적으로 공부한 내용이 오래가려면 자기가 찾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엄마 매니저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도 이유다. 더 이상 어머니가 시켜서,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그만하자. 언제까지 그렇게 살 것인가! 시켜서 하는 공부 5시간보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 3시간이 훨씬 낫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도와주신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는 내가 능동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방법들 예시

- 국어: 글의 주제, 단락별 중심내용, 시의 어조, 소설의 시점 같은 것들을 자습서를 보지 말고자기가 먼저 찾아내보고 나서 자습서로 확인해야 한다.

- 영어: 단어는 꼭 종이로 된 사전을 찾는다. 문법은 예문을 꼭 외운다. 듣기는 꼭 받아 적기를 연습한다. 영어 교과서 본문해석만 보고 영작을 한다.

- 수학: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며 푼다. 공식을 스스로 유도한다. 문제집을 풀고 나면 지우고 또 푼다. 세 번까지 지우고 풀고 나면 자신 없는 문제만 정리하고 버린다.

- 사회, 과학: ‘왜 그럴까?’를 항상 고민하고 이것을 해결하려고 애쓴다. 그림이나 그래프 등을 책을 보지 않고 그려본다.​
조선일보

학년마다 바뀌는 대입과 미래 입시 경쟁력

2018학년도 대입 수시 합격자 발표가 한창이다. 2월까지 진행되는 정시모집이 남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전체 신입생 모집의 2/3이상을 수시로 마무리 짓는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올해 대입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모집 비율의 증가와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첫 도입으로 압축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비 1등급 학생 비율을 두 배 이상 늘어나게 한 영어 절대평가제는 남은 정시모집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입시 구도의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입시 정책은 2022학년도 대입부터지만 그 전후로도 크고 작은 변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철학과 그간 발표된 정책 기조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방향 예측은 가능하다. ‘밀레니엄둥이(2000년도생)’인 현재의 고2 수험생들을 포함해 이후의 초·중학생들까지, 미래 우리 아이들이 마주해야 할 새로운 교육과 입시 정책, 또 그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2002년생(중3)까지는 현행 대입 체제로

2017년 기준 고1~2 수험생들이 치러야 할 2019~2020학년도 대입은 현재 진행중인 2018학년도 대입과 전체적인 틀에서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대교협이 지난 4월 발표한 ‘2019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모집 확대와 그 중에서도 학생부전형 선발 인원의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 2019학년도 대입 전체 모집인원의 76.2%가 수시로 선발되어 2018학년도의 73.7%보다 2.5%p 늘어난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모두가 증가하는데, 상위권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무게중심을 둔다. 성신여대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논술전형을 신설해 논술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의 3.7%에서 3.8%로 소폭 증가하지만 타대학들의 논술 모집인원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간다. 큰 변화가 없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입시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례적인 학생 수 증가가 입시 전략의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0년생은 1999년생보다 2만여 명 이상이 많다.

2001년생이 치르게 될 2020학년도 대입은 기본 방향만 나온 상태다. 각 대학별 전형 명칭을 표준화하고 수시에서의 수능최저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기존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 각 대학별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은 2018년 4월에야 확인 가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존의 선발 비율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2001년생은 ‘인구절벽’의 정점에 이르는 학년이어서 전년 대비 10% 이상의 학생 수 감소가 경쟁 완화에는 긍정적이다.

현재 중3인 2002년생 또한 인구 감소 폭이 이에 못지않지만 새 교육과정과 수능 출제의 불일치가 부담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 학년이라 수능 과목 조정과 절대평가 확대가 논의된 바 있으나 결론은 현행 수능 체제의 유지로 마무리 됐다. 선배들과는 다른 교과서로 공부하지만 수능은 기존 과목과 형식으로 치르게 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중3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2015개정교육과정’에 새롭게 포함되는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배우게 되지만 수능 과목에는 해당 과목들이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보다 명확한 출제 범위와 계획은 2018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고된 두 번의 입시 변화와 대입 경쟁력
문재인 정부의 ‘진짜’ 입시 변화는 2003년생(현 중2)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다. 수능뿐 아니라 학생부전형 등 대입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대략의 윤곽은 2018년 6월에 드러나고 8월에 확정될 예정이다. 조만간 발표될 학생부 기재 방식 변화도 그 신호탄일 수 있다. 아직 논의중인 사안에 대한 예단이 부담스럽지만 수능은 절대평가의 확대가 유력하다. 교육부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연 2회 이상의 수능 실시도 검토 대상이다. 단 한 번의 객관식 시험으로 순위를 정하고 대학을 가르는 평가 방식으로써의 수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은 다각도의 보완이 따를지언정 확대가 확실시 된다. 내신을 포함해 학생의 교내 활동과 그 성과로 대학을 가게 함으로써 입시에서의 공교육 역할을 강화하고 주입식이 아닌 참여형 교육으로 미래 경쟁력을 길러내고자 함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2부터 초6 학생들은 변화될 학생부 기재 방식에 관심을 갖고 수행평가나 조별과제, 발표수업 등의 교내 과정 평가에서 경쟁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시험공부보다는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적극성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생인 초5 학생들부터 치르게 될 2025학년도 대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언급된 바 없지만 역대급 변화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11월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안)’이 그 증거다.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교사별 평가와 정성 평가가 강화됨으로써 수능에 이어 내신 또한 절대평가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육과 입시에서 점수의 입지가 줄어듦에 따라 대학의 학생 선발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블라인드 면접 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시 형태를 예상하긴 어렵다. 서울대학교 입학본부가 지난 2월 공개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I’ 자료에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처럼 면접 문항을 완전히 탈교과적 내용으로 구성하는 입시 방식의 도입 가능성도 언급된 바 있다. 다만 그 전제 조건으로 공교육이 학생의 창의성을 제대로 신장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함께 강조했다.

아직 뚜렷한 그림까지 그릴 순 없지만 학생의 주도적인 학습 및 활동 과정과 그 결과물로써의 구체적인 컨텐츠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미래 입시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 이는 정답 찾기를 위해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가둬놓는 공부의 시대가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에 반응하고 실천하여 그를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그 변화는 느린 듯 매우 빠르게 지금 우리 아이들의 곁을 지나고 있다.
조선일보

정시 성공하려면⋯ “대학별 수능 반영 방법·사회적 이슈 살펴야”

2018학년도 정시모집 주요 특징과 지원 전략
-입시전문가 “눈치작전 치열할 것… 신중하게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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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2018학년도 대입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가운데, 한 고교 교사와 수험생들이 정시지원 배치 참고표를 보며 입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선일보 DB

2018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다음 달 6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험생들은 내달 초까진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다소 쉬워 동점자가 많고 상위권에 학생들이 더 많이 몰려 있다. 또 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입시 경향 예측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정시모집은 수능 성적을 중심으로 합격자를 가르기 때문에 수시보단 변수가 많지 않지만, 대학별로 반영 영역과 비율, 수능활용 지표 등 반영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을 세밀하게 살펴 자신이 받은 수능 성적의 유·불리를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시전문가와 함께 ‘2018학년도 정시모집 주요 특징과 지원 전략’에 대해 짚어봤다.

◇수능 변별력 하락으로 ‘안정·적정 지원’ 경향… “막판 눈치작전 심할 것”올해는 수능 변별력 하락으로 입시 경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험생은 무리한 지원을 피하고 안정·적정 지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수험생 간 일명 ‘눈치작전’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막판에 경쟁률이 치솟는 학과가 발생하거나, 하위권 학과 합격선이 높아지는 변수들이 발생하는 등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실시간 경쟁률을 참고하되, 원서 접수 전 마지막으로 발표하는 경쟁률에 따라 수험생들 간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며 “지나친 눈치작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해는 수능 영어영역의 절대평가로 인해 대부분 대학에서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에 변화가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비슷한 점수대 대학의 수능 반영방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별로 어떤 영역에 얼마만큼의 가중치를 부여하는지 모두 다르므로 이를 잘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경쟁 대학들의 경우 수능 가중치 영역에 따라 지원 경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 비슷한 점수대 대학의 수능 반영 방법을 잘 점검해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정·적정 지원 경향을 보일 때는 대개 상위권대에서 학과보다 대학을 보고 지원하는 지원자들도 많아, 인기학과보다 하위권 학과에 오히려 많은 수험생이 몰리기도 한다. 지난해 정시모집 주요대 경쟁률을 살펴보면, 경희대에서는 철학과, 사학과 경쟁률이 6대 1을 넘어, 인문계열에서 경쟁률 상위학과 Top 5 안에 포함됐다. 한양대(서울)도 나군의 철학과, 사학과가 경쟁률 상위 학과로 나타났다. 연세대의 경우 문헌정보학과 경쟁률이 10대 1로 인문계열 최고 경쟁률을 보였으며, 고려대(서울)도 독어독문학과, 환경생태공학부 등 합격선이 비교적 낮은 학과들의 경쟁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 소장은 “상위권 학과보다 하위권 학과에 변수가 많으므로 하위권 학과를 안정 지원으로 안심하고 타 모집군에서 상향 지원 시 모든 모집군에서 불합격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경된 대학별 모집군 살펴봐야… ‘사회적 이슈’ 경쟁률 영향 주기도
올해 정시모집에서는 일부 대학 및 학과의 모집군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군별 선발 대학 및 학과 변화에 따른 지원 경향의 변화가 예상된다. 대학별 모집군 변경은 다른 대학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지망 대학의 모집군 변경과 함께 경쟁 대학의 모집군도 참고해 지원 대학 및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 예컨대, 아주대는 인문·자연계열 모두 가·나·다군에서 분산해 선발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체 모집단위 선발을 다군으로 옮겨 중상위권 수험생의 다군 대학 선택 범위가 다소 확대됐다. 동국대 사범대학 학과들이 나군에서 가군으로 이동하는 등 각 대학에서 일부 학과들의 모집군을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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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웨이중앙교육 제공
그 해에 일어난 사회 이슈도 학과에 대한 선호도 증가 및 하락을 가져와 학과별 경쟁률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는 초등 교사 선발 인원의 감소로 교대 경쟁률 하락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2018학년도 초등교사 임용고시 선발 인원을 6022명에서 4088명으로 대폭 감축하면서 ‘임용 대란’이 일어났다. 그간 교대와 이화여대, 제주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는 졸업 후 안정적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올해 초등교사 임용이 대폭 축소되면서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초등교육 경쟁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다. 진주교대는 지난해 11.96대 1에서 8.55대 1(3.41%포인트 하락)로 가장 하락폭이 컸다. 부산교대도 12.76대 1에서 9.72대 1(3.04포인트 하락), 전주교대는 7.74대 1에서 5.5대 1(2.24포인트 하락), 서울교대는 지난해 7.87대 1에서 올해 6.16대 1(1.71포인트 하락), 춘천교대는 11.43대 1에서 11대 1(0.43포인트 하락)로 하락했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도 논술전형의 경우 지난해 155.1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79.5대 1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펫(Pet) 산업 확산으로 수의예과 등 동물 관련학과는 상승 추세다. 특히 수의예과는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상승 추세가 이어져 수시모집에서 경북대 수의예과가 논술(AAT) 전형에서 의예과를 꺾고 치의예과 다음으로 높은 162.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주대 수의예과도 일반전형1에서 66.22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전형 평균 경쟁률인 8대 1의 8배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 외에도 건국대, 서울대, 전북대, 전남대 등 대부분 대학의 경쟁률이 증가해 수의예과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7년 12월 15일 금요일

분자를 정리하는 수학 아이디어, 군(group)



“이렇게 분자의 모양을 이용해 분자 나라를 잘 정리할 수 있었던 건 수학의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이야. 조금은 어렵고 생소하겠지만 너희들에게 ‘군(group)’이라고 부르는 수학 개념을 소개하려고 해. 함께 보자고~”

군이 뭘까?

수학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어. 도형을 다루는 기하학, 함수를 분석하는 해석학, 그리고 수를 대신해 문자로 수나 방정식의 체계를 연구하는 대수학이 있지. 군은 대수학의 기본이 되는 개념이야. 군은 이렇게 약속해.

집합 A가 연산 *에 대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군이라고 한다.

우선 집합 A의 어떤 원소끼리 연산 *을 하더라도 그 값은 다시 A의 원소여야 한다. 또 a, b, c는 집합 A의 원소다.

➊ 결합법칙 (a*b)*c=a*(b*c)을 만족시킨다.
➋ 항등원이 있다.
➌ 역원이 있다.

여기서 항등원은 어떤 원소에 연산을 해도 그 원소가 되게 하는 원소를 뜻해. 예를들어 덧셈을 할 때 0은 어떤 수에 더해도 원래 자기 자신이 되지? 그래서 0을 덧셈의 항등원이라고 해.

두 번째로 역원은 어떤 원소에 연산을 했을 때 항등원이 되는 원소지. 1에 어떤값을 더해야 0이 될까?

1+(-1)=0이 되니까 -1은 덧셈에 대한 1의 역원인 거야.

군은 우리가 이미 쓰고 있는 수 집합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정수는 덧셈(+)에 대해 군이 돼. 우선 정수끼리 덧셈은 (2+3)+5=2+(3+5)이므로 결합법칙을 만족시키지.

그리고 어떤 정수라도 0을 더하면 자기 자신이 되기 때문에 0은 정수의 덧셈 항등원이야. 또 어떤 정수라도 음의 부호를 붙인 값을 더하면 항등원 0이 되니까 모든 정수는 역원을 가져.

하지만 군이 되지 않는 것도 있어. 자연수는 덧셈에 대해 군이 되지 않아. 왜냐하면 자연수 1의 덧셈 역원은 -1인데, 자연수에 음수는 없기 때문이지.

이렇듯 군이란 용어는 낯설지만, 우리가자주 쓰는 수 집합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정다각형을 군으로, 정이면체군

군에도 종류가 많아. 그중 정다각형을 이용해 만든 군이 있는데, 바로 ‘정이면체군’ 이라고 해. 정이면체군은 정다각형에 대칭요소인 회전과 반사를 통해 만든 군이야. 정이면체군 중에서 가장 간단한 정삼각형으로 만든 군을 보자~!

군을 처음 만든 갈루아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군’이라는 수학적 개념을 처음 만든 프랑스 수학자다. 아벨이 5차 방정식의 일반적인 근을 구하는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갈루아는 더 나아가 어떤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군의 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뱅글뱅글 돌리는 큐브도 군!

뱅글뱅글 돌리는 큐브도 군!뱅글뱅글 돌리는 큐브도 군!

큐브를 가로방향, 세로방향으로 돌리는 것을 연산으로 생각하자. 루빅스 큐브는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 때문에 군이다.
➊ 큐브를 돌리는 연산은 결합법칙을 만족시킨다.
➋ 큐브를 전혀 돌리지 않는 것은 항등원이 된다.
➌ 큐브를 돌린 후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역원이 된다.

정삼각형으로 만든 군

정삼각형으로 만든 군정삼각형으로 만든 군

G = {A0, A1, A2, B1, B2, B3}라 하자.

A1*B1 은 삼각형을 120˚회전한 다음 ❶번 대칭축으로 반사한 것을 뜻하는데, 그 결과는 원래 삼각형을 ❷번 대칭축에 반사한 B2와 같다(오른쪽 표 참고). A0부터 B3까지 모든 원소에 A0와 *연산을 하면 원래 그 원소가 되므로 A0는 항등원이다.

두 번째로, 모든 원소는 역원을 갖는다. 한 예로 A1의 역원은 A2다. A1*A2=A0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원소는 결합법칙을 만족시킨다. 한 예로 (A1*A2) *B1=A0*B1=A1*B3=A1*(A2*B1)이다. 따라서 G는 군이다.

G는 군이다.G는 군이다.
수학동아

분자에 숨어 있는 수학 법칙



분자의 약수를 찾아라

이를 닦을 때 입 안에 화한 느낌이 나는 건 치약에 들어 있는 ‘멘톨’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멘톨은 탄소 10개로 이뤄진 분자다. 계피를 우려낸 물에 곶감을 넣고 잣을 띄워 먹는 겨울철 별미 수정과가 제 맛을 내려면 생강이 꼭 들어가야 한다. 생강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매운 맛은 ‘진지베렌’이라는 분자에서 온다. 진지베렌은 탄소 15개로 이뤄진 분자다.

‘비타민A’가 결핍되면 밤에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야맹증에 걸린다. 비타민A는 탄소 20개로 구성돼 있다. 피부에 바르면 10년은 젊어진다는 상어기름의 주성분 ‘스쿠알렌’은 탄소 30개가 모여 만든 분자다. 이들 분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분자를 이루는 탄소의 개수가 5를 공약수로 갖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향기분자의 대다수는 탄소가 10개 아니면 15개인 분자다. 탄소 개수가 11개나 14개, 21개는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식물이나 동물의 세포에서 이런 분자를 만들 때 탄소 5개를 한 단위로 쓰기 때문이다. 이처럼 탄소 5개짜리 단위체를 ‘아이소프렌’이라고 부르고 아이소프렌으로 이뤄진 분자들을 ‘터펜’이라고 부른다. 앞에 소개한 멘톨, 진지베렌, 비타민A, 스쿠알렌은 모두 터펜에 속한다.

요즘 같은 웰빙시대에는 통닭도 올리브기름에 튀긴다. 올리브기름의 주성분은 ‘올레이산’인데, 탄소 18개로 이뤄져 있다. 안에 들어 있는 시원한 수액을 마시는 야자열매의 하얀 과육에는 ‘팔미톨레산’이 많이 포함돼 있다. 팔미톨레산은 탄소 16개로 이뤄져 있다. 등푸른 생선에 풍부한 머리를 좋게 하는 영양성분 ‘DHA’는 탄소 22개로 이뤄진 분자다. 이들 지방산 분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번에는 분자를 이루는 탄소의 개수가 2를 공약수로 갖는다. 세포 안에서 지방산을만들 때 탄소 2개로 이뤄진 ‘아세틸기’를 단위로 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레이산은 탄소 몇 개로 이뤄져 있나?”라는 객관식 문제가 나왔을 때 홀수(예를 들어 17개)는 무조건 정답이 아니다.

분자의 약수를 찾아라분자의 약수를 찾아라

집합을 알면 분자가 보인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분자 가운데 2차원 정다각형 모양을 한 유일한 분자가 바로 벤젠이다. 벤젠은 정육각형의 꼭짓점에 탄소가 놓여 있는, 즉 탄소 6개가 고리를 이루고 있는 분자다. 향긋하지만 톡 쏘는 냄새가 나는 벤젠은 강력한 발암물질로 먹는 것은 물론 냄새도 오래 맡으면 안 된다.

벤젠벤젠

옷장 속에 넣어두는 좀약(방충제)의 주성분인 ‘나프탈렌’은 냄새는 별로지만 벤젠 정도로 유독한 물질은 아니다. 그런데 나프탈렌의 구조를 보면 벤젠고리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다. 그렇다면 나프탈렌은 탄소 12개로 이뤄져 있을까. 잘 세어보면 12개가 아니라 10개임을 알 수 있다. 가운데 탄소 두 개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나프탈렌을 이루는 탄소의 개수는 일일이 세어보지 않아도 ‘집합’의 원리를 쓰면 금방 알 수 있다. 나프탈렌의 왼쪽 벤젠고리 탄소를 원소로 하는 집합을 A, 오른쪽 벤젠고리 탄소를 원소로 하는 집합을 B라고 하면 나프탈렌의 탄소 개수는 합집합의 원소 개수 n(A∪B)가 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법칙을 쓰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집합을 알면 분자가 보인다!집합을 알면 분자가 보인다!
여기서 A와 B의 교집합은 왼쪽과 오른쪽 벤젠고리에 공통으로 참여하는 탄소를 원소로 하는 집합이다. 교집합의 원소 개수가 2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벤젠고리 3개가 나란히 놓이는 분자는 없을까. 물론 있다. 석탄의 추출물인 콜타르에서 발견된 안트라센으로 나무를 갉아 먹는 흰개미가 싫어해 목재 보존제로 쓰이는 분자다.

안트라센의 탄소 개수는? 각각의 벤젠고리 집합을 A, B, C라고 하면 아래 식으로 금방 구할 수 있다.

안트라센의 탄소 개수는?안트라센의 탄소 개수는?

그런데 세 번째 고리가 나프탈렌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화학적인 이유 때문에 벤젠고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탄소 6개로 이뤄진 고리다. 이 분자의 한 가운데에 있는 탄소는 세 고리 모두에 포함되므로 전체 탄소 개수를 구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세 번째 고리가 나프탈렌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그런데 세 번째 고리가 나프탈렌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고리형 분자의 '경우의 수'

고리형 분자의 고리형 분자의

화학의 묘미는 분자나 원자를 붙여 끊임없이 새로운 분자를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벤젠에 메틸기(탄소 하나와 수소 세 개로 이뤄진 구조)를 하나 붙이면 톨루엔이 된다. 톨루엔은 석유를 정제할 때 얻어지는 분자다.

벤젠은 탄소 6개로 이뤄져 있으므로 각각에 메틸기가 붙을 수 있다. 그렇다면 톨루엔은 6가지가 존재할까. 아니다. 톨루엔은 한 가지뿐이다. 벤젠의 탄소들은 서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메틸기가 어디에 결합해도 똑같은 톨루엔이 나온다.

이제 톨루엔에 메틸기를 하나 더 붙여보자. 벤젠으로 생각하면 메틸기가 두 개 붙어 있는 셈이다. 이런 분자가 있을까? 물론 있다. 자일렌이란 분자로 역시 석유에 존재하는데, 정제해 안료 같은 물질을 녹이는 용매로 쓴다. 벤젠고리의 탄소는 다 똑같다고 했으니까 자일렌도 한 가지 구조만 있을 것 같다. 이번엔 아니다. 자일렌은 3가지가 있다.

톨루엔의 메틸기가 붙어 있는 탄소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바로 옆 탄소에 메틸기가 붙으면 오르토(o)-자일렌이고 하나 건너 탄소에 붙으면 메타(m)-자일렌, 둘 건너 반대편 탄소에 붙으면 파라(p)-자일렌이라고 부른다.이들 분자를 이루는 원자의 종류와 개수는 똑같지만 밀도나 녹는점 같은 물리적 특징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녹는점은 o-자일렌이 -25℃, m-자일렌이 -48℃, p-자일렌이 13℃다. p-자일렌의 녹는점이 유달리 높은 이유는 벤젠고리 양쪽 끝에 메틸기가 붙어 있어 분자의 대칭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칭적인 분자일수록 고체(결정)는 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상태이므로 결정이 안정해 좀처럼 녹지 않는다.

선형 분자의 ‘경우의 수’

벤젠처럼 고리형 분자가 아니라 헥세인 같이 탄소 6개가 일직선으로 연결된 분자에 메틸기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벤젠의 여섯 탄소가 서로 구분이 안 되는 것과는 달리 헥세인의 탄소는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왼쪽 탄소부터 번호를 매기면 맨 바깥쪽에 있는 탄소(❶, ❻), 바깥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탄소(❷,❺), 맨 안쪽에 있는 탄소(❸, ❹)다. 따라서 메틸기 하나를 붙일 경우 3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메틸기 두개를 붙이는 방법은 9가지나 된다.

똑같이 탄소 6개로 이뤄진 분자이지만 서로 구분할 수 없는 고리형이냐, 구분할 수 있는 선형이냐에 따라 이처럼 메틸기를 더할 때 만들어지는 분자의 개수가 크게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탄소 10개로 이뤄진 선형분자(데케인)에 메틸기 2개를 붙일 경우 몇 가지 분자가 만들어질까. 너무 복잡하다고? 헥세인에서 쓴 방법대로 해보면 25가지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헥세인에 메틸기 2개를 붙이는 9가지 방법헥세인에 메틸기 2개를 붙이는 9가지 방법

수학동아

접착제 붙는 힘 어디서 나오나?


분자 극성에 따라 물질 특성 달라져


‘아얏!’ 칼로 종이를 자르다 그만 손가락 끝을 베고 말았다. 큰 상처가 아니라 소독약을 바르고 1회용 밴드를 붙였다. 손가락 끝에 착 붙어 상처를 보호해주는 밴드. 밴드를 피부에 붙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밴드와 피부가 서로 끌어당기고 있으니 혹시 만유인력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밴드와 피부도 질량을 가진 물질이니 만유인력은 작용하겠지만 그 크기는 매우 작다. 가장 간단한 기체인 수소분자(${H}_{2}$) 두 개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을 계산해 이를 확인해 보자.

수소분자는 수소원자 2개로 이뤄져 있다. 또 수소원자는 양성자 1개와 전자 1개로 이뤄져 있으므로 수소분자 1개의 질량은 3.3X${10}^{-27}$ kg이다. 수소분자 두 개가 0.1nm(나노미터, 1nm=${10}^{-9}$m)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만유인력을 구하는 식에 대입하면 7.2X1${10}^{-44}$ N 정도의 힘이 나온다. 언뜻 봐도 무시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의 힘이다.

접착제 붙는 힘 어디서 나오나?접착제 붙는 힘 어디서 나오나?

분자 하나에도 +, - 극 갈려

밴드의 접착력이 만유인력이 아니라면 분자와 분자사이에 작용하는 힘인 ‘쿨롱의 힘’이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자 사이에 쿨롱의 힘이 작용하려면 전자가 남거나 모자란 이온처럼 전하를 띠어야할텐데, 모든 분자는 중성이 아닌가.

하지만 분자 사이에도 전기적인 힘이 생길 수 있다. 이 힘이 물질의 점성이나 상태를 결정한다. 물의 상태 변화는 좋은 예다.

물분자(${H}_{2}$O)는 수소원자(H) 두 개와 산소원자(O) 한 개의 공유결합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물분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적인 힘의 크기에 따라 얼음(고체), 물(액체), 그리고 수증기(기체)가 된다. 물분자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할까.

물분자는 수소원자 두 개가 산소원자 양쪽에 공유결합을 하고 있는 구조(H-O-H)를 이루며 산소를 중심으로 104.5°의 각으로 꺾여 있어 마치 부메랑처럼 생겼다. 그런데 물분자 안에 들어 있는 전자는 산소와 수소의 전기음성도 차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친다.

전기음성도는 특정 원자가 화학결합을 이루고 있는 전자를 끌어당기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값으로 산소원자의 전기음성도(3.5)는 수소원자의 전기음성도(2.1)보다 크다(전기음성도는 2006년 12월호 참고). 따라서 산소원자와 수소원자 사이의 공유결합은 대칭적이지 않고 전자가 산소원자 쪽으로 쏠려 산소 부근에는 음전하가, 수소 부근에는 양전하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공유결합에서 전자가 한쪽으로 쏠려 분자 하나가 양전하와 음전하로 갈려있는 상태를 ‘쌍극자’(dipole)라고 한다. 두 개의 반대되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분자 안에서 양전하와 음전하가 생기는 정도를 ‘쌍극자모멘트’(dipolemoment)라고 한다.

쌍극자모멘트는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갖는 벡터량이다. 따라서 각 쌍극자가 만드는 쌍극자모멘트의 벡터합을 구하면 분자 전체의 극성을 결정할 수 있다. 부메랑 구조를 가진 물분자의 쌍극자모멘트 합을 구해보면 산소원자 쪽이 음전하를 띤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물분자처럼 쌍극자모멘트의 합에 의해 극성이 생기는 분자를 ‘극성분자’라고 한다.

눈 결정이 육각형인 이유^물분자를 이루는 수소원자와 산소원자의 전기음성도가 서로 달라 수소원자 쪽에 +극이, 산소원자 쪽에 -극이 생긴다. 온도가 내려가면 +극을 띠는 수소가 다른 물분자의 -극을 띠는 산소와 결합해 물분자 6개가 고리를 만든다. 이 구조에서 다양한 육각형의 눈 결정이 만들어진다.눈 결정이 육각형인 이유^물분자를 이루는 수소원자와 산소원자의 전기음성도가 서로 달라 수소원자 쪽에 +극이, 산소원자 쪽에 -극이 생긴다. 온도가 내려가면 +극을 띠는 수소가 다른 물분자의 -극을 띠는 산소와 결합해 물분자 6개가 고리를 만든다. 이 구조에서 다양한 육각형의 눈 결정이 만들어진다.

극성분자 결정하는 쌍극자모멘트

수소(H)와 염소(Cl)원자가 공유결합하고 있는 염산분자(HCI)도 극성분자다. 수소와 염소의 전기음성도 차이 때문에 염산분자 속 전자는 염소원자 쪽으로 치우쳐 있다. 따라서 염산분자도 쌍극자모멘트가 생긴다. 전기음성도가 다른 탄소(C)와 산소(O)로 이뤄져 있는 일산화탄소(CO)도 극성분자다.

하지만 전기음성도가 다른 원자가 만난 분자라고 해 다 극성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탄소원자 1개와 산소원자 2개로 이뤄진 이산화탄소(${CO}_{2}$)는 가운데 탄소가 있고 양쪽으로 두 개의 산소원자가 공유결합하고 있다.

산소원자의 전기음성도가 탄소원자의 전기음성도보다 커 산소 쪽으로 전자가 쏠려있지만, 물분자와 다르게 일직선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쌍극자모멘트가 상쇄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분자는 극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처럼 극성이 나타나지 않는 분자를 ‘무극성 분자’라고 한다. 극성분자냐 무극성분자냐를 따질 때는 분자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분자에 극성이 생겼으니 이제 쿨롱의 힘을 얘기할 수 있다. 극성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쿨롱의 힘은 막대자석 사이에 작용하는 힘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막대자석은 N극과 S극으로 이뤄져 있다. 두 개의 반대되는 성질이 양쪽으로 나눠져 있으니 극성분자처럼 쌍극자가 있는 셈이다.

막대자석 여러 개를 이어 붙여 큰 구조물을 만든다고 해보자. 같은 극끼리는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는 끌어당기므로 N극과 S극을 이어 붙여야 한다. 극성분자인 물도 마찬가지다. 쿨롱의 힘에 의해 양전하를 띠는 수소원자는 다른 물분자의 음전하를 띠는 산소원자 쪽에 가까워지려고 한다.

분자는 원자들의 공유결합으로 만들어진다. 공유결합의 힘보다는 약하지만 극성분자는 쌍극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분자들을 적절히 배치하면 분자들 사이에 쿨롱의 힘이 작용한다. 이처럼 극성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쿨롱의 힘을 ‘쌍극자-쌍극자 힘’ 또는 ‘쌍극자간 힘’이라고 부른다.

예컨데 쌍극자간 힘으로 촘촘히 결합돼 있는 얼음에에너지(열)를 가하면 쌍극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느슨해져 물이 된다. 더 많은 에너지를 가하면 물분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지며 수증기가 된다.

극성분자는 쌍극자·쌍극자 힘이 작용하지만, 이산화탄소나(${CO}_{2}$) 질소(${N}_{2}$) 같은 무극성분자는 쌍극자모멘트가 없다. 따라서 분자 사이에 쌍극자간 힘보다 약한 ‘유발쌍극자 힘’이나 ‘분산력’같은 힘이 작용한다.

분자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극성^분자 안에서 원자의 전기음성도에 따라 양전하와 음전하가 갈리는 정도를 쌍극자모멘트라고 한다. 쌍극자모멘트의 합을 구하면 분자 전체의 극성을 알 수 있다.분자모양에 따라 달라지는 극성^분자 안에서 원자의 전기음성도에 따라 양전하와 음전하가 갈리는 정도를 쌍극자모멘트라고 한다. 쌍극자모멘트의 합을 구하면 분자 전체의 극성을 알 수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분자간 힘

밴드의 접착력도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쿨롱의 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밴드의 접착면은 극성을 강하게 띠는 고분자물질로 처리돼 있어 피부에 잘 붙는다. 밴드가 떨어지는 이유는 밴드와 피부를 이루는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다른 힘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분자간 힘이 작용하는 현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순간 접착제로 깨진 그릇을 붙일 수 있는 이유도 순간접착제와 그릇의 분자간 힘이 손으로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자간 힘이 극히 작은 테플론이라는 물질로 코팅한 프라이팬에는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단위인 분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유결합이 중요하지만, 공유결합을 통해 만들어진 분자가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분자간의 힘이 더 중요하다.

분자간 힘이 작은 테플론^탄소원자와 불소원자로 이뤄진 테플론은 무극성으로 분자간 힘이 매우 작다. 테플론으로 코팅한 프라이팬은 음식물이 잘 붙지 않는다. 테플론은 방수소재나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에 도 쓰인다.분자간 힘이 작은 테플론^탄소원자와 불소원자로 이뤄진 테플론은 무극성으로 분자간 힘이 매우 작다. 테플론으로 코팅한 프라이팬은 음식물이 잘 붙지 않는다. 테플론은 방수소재나 마찰을 줄이는 윤활유에 도 쓰인다.

과학동아

말 빨리 배우게 하고 싶다면 동화책보단 수 세기!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유아의 어휘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화책을 읽어줘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학 공부와 더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에이미 나폴리 미국 퍼듀대학교 인간발달 및 가족학과 연구원과 같은 학과의 데이비드 퍼퓨라 교수는 만 3~5세 아동 114명의 수학 능력과 언어 능력을 가을과 그 다음 해 봄에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가을과 봄 사이에 아동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조사했습니다. 하루 평균 동화책을 읽은 횟수, 월 평균 수학을 공부한 횟수 등을 물었지요.

연구팀은 언어와 수학을 공부한 횟수가 점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 결과와 점수를 회귀분석했습니다. 회귀분석은 독립변수에 따라 종속변수값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통계 분석방법입니다. 동화책을 읽은 횟수와 수학을 공부한 횟수를 독립변수, 평가점수를 종속변수로 둘 수 있지요.

그 결과, 수학 공부 횟수가 수학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은 부모의 학력이 미치는 영향력보다 컸습니다. 또 수학 공부 횟수는 동화책을 읽은 횟수보다 어휘 점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끼쳤습니다. 어휘 능력이 언어 공부보다 수학 공부와 더 관련이 있는 거죠. 어린 동생이 있다면 수학 공부를 권해보는 게 어떨까요?
수학동아

아이들 언어 능력, 수학으로 키우자!

가정에서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이야기책 읽어주기가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키우는데 보다 효과적인 것은 일상 대화 가운데 수학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최근 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은 가정에서 부모가 미취학 자녀와 수학 놀이를 통해 그 개념을 알려주는 대화를 하면 훗날 수학 기술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언어 능력도 향상된다고 발표했습니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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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먼저 3~5세 116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학 및 언어 능력을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들에게 수학 및 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아이들에게 적용하게끔 했습니다. 그 후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 그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들과 어떠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했는지 보고서를 작성하게끔 하고 그렇게 모아진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수학 개념을 사용하며 대화한 부모의 아이들이 수학 능력뿐 아니라 언어 능력 또한 크게 향상된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는 어휘력과 같은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이야기책 읽어주기나 그와 관련된 다른 류의 상호작용보다 훨씬 더 큰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연구를 이끈 퍼듀대학교 박사과정의 에이미 나폴리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기본 숫자 및 수학 개념에 대한 노출이 미취학 어린이들의 구어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에 해당되는 활동은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수를 세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많고 적음의 양과 관련해 수와 결부시켜 설명한다든지, 크고 작음의 비교에도 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간식으로 과자가 있어!”라고 말하기 보다는 “간식으로 과자 세 개가 있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대화법이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더 키워준다는 것이지요.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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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모님들은 수나 양과 관련한 대화가 자칫하면 아이들에게 어렵게 다가가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의 선임저자인 데이비드 퍼퓨라 교수는 “이는 어른들의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합니다. “생각해 보면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더’라는 표현이니까요.”라고 퍼퓨라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며 연구진은 가정에서 수학 관련 교육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수학 개념을 이용해 대화한다’라고 하면 막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잠깐 예를 들어 언급했듯 사실은 간단합니다. 수를 셀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개념과 원리를 사용해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거든요. 아이들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러한 수학 개념을 사용한 대화법이 큰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한 지금, 이 대화법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지요. 

이 연구결과는 “실험 아동 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에 발표되었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오각형 테셀레이션 하는 방법은 오직 15가지!

볼록 오각형으로 테셀레이션 하는 방법은 오직 15가지뿐이다. - Tomruen(w) 제공
볼록 오각형으로 테셀레이션 하는 방법은 오직 15가지뿐이다. - Tomruen(w) 제공
한 내각의 크기가 108°인 정오각형으로는 평면을 채울 수 없습니다. 108°는 360°의 약수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대신 모서리를 당기고 눌러서 만든 볼록 오각형(어떤 내각의 크기도 180°를 넘지 않는 오각형)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가 가능할까요?

최근 미카엘 라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은 그 방법이 15가지뿐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라오 박사는 4가지 조건 아래 볼록 오각형이 평면 위에서 빈틈없이 맞닿는 모든 경우의 수를 조사했습니다.

4가지 조건은 모든 내각의 합은 540°일 것, 내각은 모두 테셀레이션 무늬를 이룰 것, 한 꼭짓점에서 만나는 모든 내각의 합이 360°일 것, 다른 볼록 오각형의 모서리에 꼭짓점이 올 경우 이 꼭짓점에 모인 내각의 합이 180°일 것입니다.

그 결과 총 371가지 경우의 수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이미 밝혀진 15가지 방법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을 컴퓨터로 밝혔지요. 1918년 독일 수학자 칼 라인하르트가 최초로 5가지 방법을 찾은 이래 2015년까지 총 15가지 방법이 알려져 있었거든요. 이제 더 이상 볼록 오각형 테셀레이션의 새로운 방법을 찾겠다고 매달릴 필요가 없겠죠?
동아사이언스

'당근과 채찍' 청소년에게 안 통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뇌 연구 결과 밝혀

당근과 채찍으로 상징되는 보상 전략이, 중고등학생 청소년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나왔다. - GIB 제공
당근과 채찍으로 상징되는 보상 전략이, 중고등학생 청소년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새로 나왔다. 무엇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 GIB 제공

성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이나 벌칙을 줘서 교육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청소년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서린 인셀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연구원팀은 13~20세 남녀 청소년 88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퀴즈를 내고 성과에 따라 보상(용돈)을 주는 실험을 했다. 퀴즈는 누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맞힐 수 있는 문제들이다. 예컨대 ‘크레이터(구덩이)가 있는 행성은?’이라는 문제를 낸 뒤 행성 표면에 구덩이가 보이는 수성이나 금성 사진을 보여주는 식이다. 맞히면 상금을, 틀리면 벌금을 부과했다.

연구팀은 한 그룹에는 상금과 벌금을 상대적으로 많게 책정(문제당 1000원)했고, 나머지 한 그룹엔 적게(200원) 책정했다. 그 뒤 두 그룹의 참여자가 얼마나 잘 맞히는지를 점수로 환산해 비교했다. 그 결과 우리 나이로 중고교생에 해당하는 13~18세의 경우, 두 그룹의 참가자가 얻은 점수에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당근과 채찍에 해당하는 상금과 벌금이 크더라도 청소년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전략이 효과를 나타낸 연령은 한국 대학생 1학년 무렵이 되는 19~20세 참가자들이었다.

연구팀은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뇌의 어떤 영역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지도 확인했다. 나이가 많은 참가자일수록 상금과 벌금이 모두 클 때 뇌 한가운데에 위치한 복외측전전두피질과 시상, 복측선조체 등의 부위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부위는 뇌에서 ‘노력과 행동’ ‘보상에 대한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을 이어주는 부위”라며 ”청소년기에는 이곳이 발달하지 않았다가 19세가 넘어가면서 연결돼 활성화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인셀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기존 연구를 보면, 청소년의 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센티브를 줬을 때 효과가 제각각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그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실제 일상에서 청소년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당근과 채찍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전부터 있었다”며 “대안으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습 주제를 선택하는 등 자기주도성이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1월 28일자에 발표됐다.
동아사이언스

똑똑한 사람의 뇌는 뭐가 다를까

우리의 정신이 서로 다른 것은 각자의 커넥톰이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과 IQ의 차이도 커넥톰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승현준, ‘커넥톰, 뇌의 지도’에서


1985년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유명해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신경해부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 지난 7월 25일 91세로 타계했다. - 버클리대 제공
1985년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해 유명해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신경해부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 지난 7월 25일 91세로 타계했다. - 버클리대 제공
지난 7월 25일 미국의 신경과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가 91세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 언론은 다루지 않은 것 같은데 서구 언론들은 장문의 부고기사를 냈다. 다이아몬드는 198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가디언’과 ‘LA타임스’의 기사제목에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1955년 아인슈타인이 76세로 사망하자 부검을 맡은 프린스턴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뇌를 적출했다. 그는 뇌의 무게를 재고(1230g으로 남자 뇌의 평균보다 약간 가벼웠다)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뒤 240 조각으로 나눠 일부는 자신이 보관하고 나머지는 저명한 병리학자들에게 보냈다. 이런 사실은 1978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1984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신경해부학자 매리언 다이아몬드의 수중에 아인슈타인의 뇌 조각 네 점이 들어왔다. 다이아몬드 교수팀은 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를 이듬해 학술지 ‘실험신경학’에 발표했는데 논문의 제목은 ‘한 과학자의 뇌에 대하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다이아몬드 교수팀이 성공적으로 분석한 부위는 상측 전전두엽(구역 9)과 하측 두정엽(구역 39)으로, 대조군인 성인 남성 11명의 뇌의 평균값과 비교했을 때 아인슈타인 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교세포 대 뉴런(신경세포)의 비율이 높다는 뜻밖의 사실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교세포는 뉴런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계기로 신경과학자들은 교세포에 주목하게 됐고 지금은 뇌에서 뉴런만큼이나 중요한 세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살아서는 머리(뇌)를 써 물리학을 혁신했고 죽어서는 뇌 구조로 뇌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꿨으니 아인슈타인이 정말 대단하기는 하다. 그럼에도 뇌의 극히 일부분을 그것도 이미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해부학적 구조만 본 것이라는 한계는 있다. 만일 아인슈타인이 지금 살아있다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장비로 뇌의 활동 양상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는 뇌과학에 또 다른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네트워크 활발하다고 다 좋은 건 아냐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월 22일자에는 똑똑한, 즉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들의 뇌가 어디가 다른지를 보여준 논문이 실렸다. 독일 괴테대의 연구자들은 ‘1000 기능커넥톰프로젝트’에서 신경영상 이미지 데이터가 충분한 309명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능이 뇌의 네트워크 구조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넥톰(connectome)은 2005년 미국 인디애나대의 신경과학자 올라프 스폰즈 교수와 동료들이 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뉴런의 전체 연결망 지도다. 사람의 뇌에는 뉴런이 860억 개 정도 있고 뉴런 하나당 평균 수천 개의 시냅스가 있어서 다른 뉴런들과 연결돼 있으므로 인간 뇌의 커넥톰은 수백 조 개의 연결망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MIT의 뇌과학자 승현준 교수가 ‘커넥톰, 뇌의 지도’라는 책을 펴내면서 이제는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다.   
 
최근 네크워크 모형인 그래프 이론으로 뇌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에 따르면 뇌는 기능단위인 노드로 구성된 몇 개의 모듈로 볼 수 있다. 처리하는 인지 과제에 따라 노드 사이의 네트워크의 활동 패턴이 바뀐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최근 네크워크 모형인 그래프 이론으로 뇌를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에 따르면 뇌는 기능단위인 노드로 구성된 몇 개의 모듈로 볼 수 있다. 처리하는 인지 과제에 따라 노드 사이의 네트워크의 활동 패턴이 바뀐다.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인간 뇌의 커넥톰을 완전히 규명하는 것은 아직은 먼 목표이지만 뇌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보는 시각은 보편화됐다. 최근 과학자들은 뇌의 활동 패턴을 네트워크 모형의 하나인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뇌 네트워크는 몇 개의 덩어리, 즉 모듈(module)로 나눌 수 있고 각 모듈은 또 여러 노드(node), 즉 기능 단위로 이뤄져 있다. 즉 노드 사이의 연결 강도는 해당 영역의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 총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노드 사이의 연결 강도를 분석하면 뇌의 전체적인 활동 패턴을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지능(intelligence)이란 합리적인 추론과 추상적인 사고, 경험을 통해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한 지표가 지능지수(IQ)로 이의 타당성에 대한 반론도 있고(지능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그 결과 예전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무튼 인간의 추상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데는 유용한 도구다.

우리는 보통 지능이 높은 사람을 ‘머리 회전이 빠르다’는 말을 쓰는데 커넥톰의 관점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이런 사람들은 뉴런 사이의 시냅스가 최적의 구조로 배치돼 효율적으로 정보처리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노드 사이의 네트워크 활동 패턴이 다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쉬고 있을 때 찍은 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듈의 개수는 평균 3.5개로 나타났다. 보통 대뇌피질을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나누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그리고 모듈 하나에 대략 1500개의 노드가 존재했다. 노드는 같은 모듈의 노드들과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다른 모듈의 노드들과 상호작용하기도 한다.

노드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IQ가 높은 사람들은 특히 세 부분에서 차이가 뚜렷했다. 먼저 전두엽에 있는 오른쪽 앞뇌섬엽(anterior insula)에 있는 노드들은 같은 모듈의 노드들과 네트워크가 약한 대신 다른 모듈의 노드들과의 네트워크는 활발했다. 반면 역시 전두엽에 있는 오른쪽 상전두회(superior frontal gyrus)와 양쪽 측두-두정 연접부(temporo-parietal junction)의 경우는 같은 모듈의 노드들과는 네트워크가 활발했지만 다른 모듈의 노드들과는 네트워크가 약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전반적으로 활발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다른 결과다.

18~60세 남녀 309명의 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앞뇌섬엽(AI)의 모듈 간 네트워크가 활발한 반면 상전두회(SFG)와 측두-두정 연접부(TPJ)의 모듈 간 네트워크는 오히려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18~60세 남녀 309명의 f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앞뇌섬엽(AI)의 모듈 간 네트워크가 활발한 반면 상전두회(SFG)와 측두-두정 연접부(TPJ)의 모듈 간 네트워크는 오히려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이에 대한 연구자들의 해석이 재미있다. 즉 인지 과정의 전반적인 조율이나 통합의 경우 모듈 사이의 효율적인 정보교환이 주로 맡고, 특정한 인지기능을 수행할 때는 모듈 내부의 정보교환이 중요하다. 실제 뇌섬엽은 의식(consciouness)에 전반적으로 관여하는 부위로 주변 상황을 인식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다른 모듈과 네트워크가 활발해야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한편 상전두회나 측두-두정 연접부는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일 때, 즉 빈둥거릴 때 활발하게 작동하는 부위다. IQ가 높은 사람들에서 이 부위의 모듈 간 활동이 약하다는 건 어떤 일을 할 때 더 잘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네트워크 패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논문 말미에서 다소 뻔한 얘기를 하고 있다. 즉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경험을 통해 뇌의 네트워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뇌가소성의 중요성

매리언 다이아몬드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뇌 연구로 유명해졌지만 사실 뇌과학의 역사에서는 이보다 20년 앞서 1960년대 뇌의 가소성을 처음 실험적으로 규명한 연구자로 기록될 것이다. 즉 다이아몬드는 놀이기구 등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생활한 쥐가 자극이 빈약한 환경에서 자란 쥐에 비해 대뇌피질이 더 두껍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는 뇌가 변하지 않는다는 패러다임이 지배하던 때이므로 충격적인 연구결과였다. ‘뇌가소성’, 즉 뇌는 쓰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은 교육을 비롯해 많은 영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분석한 뒤 다이아몬드 교수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교세포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나이가 든다고 증가하는 건 아니었다. 즉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도 머리를 많이 썼기 때문에 교세포가 많았다는 얘기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뇌의 네트워크 패턴이 다르다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며 똑똑함은 타고난 것 보다는 평소 꾸준히 머리를 쓴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동아사이언스

암 치료의 새 흐름, 면역 치료

혈관 안을 떠다니는 면역세포(T세포, 크고 둥근 세포)와 면역관문억제제(면역세포 옆 작은 물질)를 묘사한 그림.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암세포의 기능을 무력화시켜 면역세포를 돕는다. - 네덜란드암연구소 제공
혈관 안을 떠다니는 면역세포(T세포, 크고 둥근 세포)와 면역관문억제제(면역세포 옆 작은 물질)를 묘사한 그림. 면역관문억제제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암세포의 기능을 무력화시켜 면역세포를 돕는다. - 네덜란드암연구소 제공
인체가 가진 면역세포 또는 면역물질의 힘을 키워 암을 고치는 차세대 항암제인 면역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9∼12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제59회 미국혈액학회 연례총회는 면역치료제가 암 연구의 주요 흐름임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유전자를 염기 단위로 교정할 수 있는 일명 유전자 가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 툴젠은 이곳에서 자사 ‘크리스퍼/캐스9’ 기술을 이용해 면역항암치료제의 효과를 높인 동물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툴젠만이 아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암센터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도 역시 총회에서 면역치료제와 관련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혈액학회는 총회 기간 중 서로 다른 면역치료제 연구 결과 세 건을 묶어서 홍보하기도 했다. 김석중 툴젠 이사는 “몇 해 전부터 면역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 왔다”며 “이번 학회의 분위기는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암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과학자들이 면역치료제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의 잇단 성과들 때문이다. 이호준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교수는 “면역치료제 개발이 계속 난항을 겪어왔는데 최근 일부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며 “수술과 화학요법, 방사선치료를 1세대 항암치료,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표적치료를 2세대 항암치료라고 한다면 면역치료는 3세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면역치료제는 쉽게 이야기하면 원래 암세포를 잡는 능력을 가진 면역세포의 능력을 더 키워 암세포를 죽이도록 하는 치료제다. ‘범인’인 암세포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직접 파괴하는 게 기존의 1, 2세대 항암치료제였다면, ‘경찰’에 해당하는 인체 내 면역세포를 도와 암세포의 ‘체포율’을 높이는 것이 면역치료제다.

암세포를 체포하기 위해 면역치료제가 취하는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암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쉽게 죽이게 만드는 전략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치료제가 바로 이 새로운 방식의 항체치료로, ‘면역관문억제제’라고 부른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갖고 있는 능력 가운데 경찰을 피해 도망가는 능력, 즉 면역세포 회피 기능을 억제해 체포율을 높인다. 비유하자면 암은 면역세포의 눈에 해당하는 부위에 일종의 안대를 씌워 자신을 보지 못하게 만든 뒤 유유히 피해가는 능력이 있다. 눈이 가려진 면역세포는 바로 앞에 있는 암세포도 보지 못해 놓친다. 결과적으로 암의 진행을 막지 못한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의 손을 묶어 안대를 씌우지 못하게 막는 식으로 경찰인 면역세포의 체포를 돕는다.

면역세포(왼쪽)와 암세포(오른쪽)가 결합한 모습을 나타낸 그림. 암세포는 면역세포와 결합함으로써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면역관문억제제가 그 과정을 방해해 암 퇴치를 돕는다. - 네덜란드암연구소 제공
면역세포(왼쪽)와 암세포(오른쪽)가 결합한 모습을 나타낸 그림. 암세포는 면역세포와 결합함으로써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면역관문억제제가 그 과정을 방해해 암 퇴치를 돕는다. - 네덜란드암연구소 제공

이 방식으로 처음 FDA의 정식 판매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2011년 시판을 시작한 흑색종(피부암) 치료제 ‘이필리무맙’(상표명 예르보이)이다. 버네사 허버드루시 미국 암연구소 교수는 7일 ‘유럽종양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필리무맙의 개발은 면역항암치료제의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고 평가했다. 이 치료제는 CTLA-4라는 암의 회피 단백질을 억제해 면역세포의 체포 효율을 높인다. 이후 비슷한 방식의 치료제가 연이어 나왔다.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억제할 때 사용하는 PD-1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니볼루맙’(상표명 오프디보)이 2014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PD-1 계열 억제치료제는 최근 면역치료제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지난 3년 사이에만 4개의 치료제가 추가로 개발돼 FDA의 승인을 받았다.

면역치료제가 갖는 두 번째 전략은 면역세포 자체의 힘을 키우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최근 다른 생명과학 기술과 결합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낳은 사례는 유전자치료제와의 결합이다. ‘키메라항원수용체(CAR)-T세포치료제’라고 부르는 이 치료제는 유전자 조작으로 암세포를 잡는 ‘센서’를 면역세포에 추가해 탐지 능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경찰에게 적외선 탐지장치를 쥐여준 것과 비슷하다. 올해 FDA의 승인을 받은 노바티스와 길리어드의 혈액암 유전자치료제 킴라이아와 예스카르타가 대표적인 예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기술적으로는 유전자치료제로, 치료 원리로는 면역항암치료제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퍼와의 결합은 면역치료제의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툴젠은 CAR-T세포치료제에서 면역세포가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일종의 방해효소를 만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크리스퍼를 이용해 교정해 암 치료 효율을 높였다. 김석중 소장은 “기존 CAR-T세포치료제가 키메라항원수용체를 개발해 면역세포에 (추가로) 붙인 것이었다면, 이제는 면역세포 내부를 바꿔 기능을 개선하는 데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 3세대 항암치료제인 면역치료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미국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 제공
인간의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 3세대 항암치료제인 면역치료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미국국립보건원 국립알레르기및감염병연구소 제공

게놈 해독과 결합해 개인맞춤형 암 백신을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암 백신은 게놈 해독을 통해 개개인의 암 특성을 파악한 뒤 여기에 맞춰 효능을 높인 면역치료제다. 이호준 교수는 “암세포는 체세포 돌연변이에 의해 정상세포에는 없는 (후천적) 돌연변이를 지닌다”며 “특수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한 게놈 해독 기술로 이 돌연변이를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허버드루시 교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승인된 면역치료제는 면역관문억제제 6개를 포함해 모두 26개다. 임상시험 중인 약은 940개이고 전임상 단계의 약도 1064개에 이른다. 최근 면역관문치료제가 인기를 얻자 이들에 연구가 쏠리면서 여러 치료법을 조합한 병행치료 역시 많이 시도되고 있다. 허버드루시 교수는 이것이 일부 인기 치료제에 몰리는 과도한 중복 연구라고 비판했다. 면역치료제의 한계를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현숙 교수는 “최근 성과가 많이 나면서 많은 연구가 면역관문억제제 분야로 몰리고 있는데, 아직은 환자 일부에서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암은 복잡한 현상인 만큼 금방 만병통치약이 나올 것처럼 믿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면역계가 우리 몸을 낯설게 느낄 때 일어나는 일들

‘자아’를 ‘비자아’와 구별해 인식하는 것이 아마도 면역학의 기초일 것이다.
- 맥팔레인 버닛

    
아토피, 천식, 비염.

이 질환들의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금방 ‘알레르기(알러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환의 공통점은?

류머티스 관절염, 크론병, 제1형(소아) 당뇨병, 갑상샘저하증.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신체 부위의 질병들이라 고개를 갸웃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병들이다.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 모두 면역계의 이상으로 인한 질병이지만 작동 양식은 다르다. 즉 알레르기는 별 것도 아닌 외부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신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결과이지만(‘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라는 속담에 해당), 자가면역질환은 면역계가 내 몸의 물질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공격한 결과 신체가 손상을 입는 현상이다(‘자중지란(自中之亂)’이란 사자성어에 해당).

자가면역질환이 생소한 독자들도 많겠지만 이 질환은 대체로 알레르기보다 증세가 더 심각하고 사실상 완치가 되지 않는 만성질병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 사망원인 10위 안에 들어간다. 알레르기도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지만 어쨌든 알레르기 유발물질(항원)과 접촉하지 않으면 되지만(물론 쉽지는 않다) 자가면역질환은 내 몸이 항원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 면역계가 오작동을 해 공격하는 신체 부위에 따라 다양한 질병으로 나타나는데 현재 자가면역질환의 목록에 오른 질병은 80가지가 넘는다.

게다가 자가면역질환은 알레르기와 마찬가지로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400만 명으로 추정돼 전체 인구의 7%에 이른다. 이런 추세는 범세계적이서 홍콩의 경우 염증성장질환(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이 포함돼 있다) 환자수가 수십 년 사이 30배가 됐다. 우리나라 통계는 찾지 못했지만 이런 추세의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자 주변을 봐도 갑상샘저하증(가장 흔한 하시모토갑상샘염이 자가면역질환이다)이나 갑상샘항진증(역시 가장 흔한 그레이브스씨병이 자가면역질환이다)인 사람이 여럿이다.

자가면역(autoimmunity)이란 용어는 1957년 5월 25일자 의학 학술지 ‘랜싯’에 처음 등장했다. 올해는 자가면역질환이 의학계에 데뷔한지 60년이 되는 해다. 자가면역 60주년을 맞아 지난 2014년 출간된, 자가면역의 역사를 다룬 ‘Intolerant Bodies(불관용의 몸)’의 내용을 중심으로 자가면역질환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지난 2014년 자가면역질환의 역사를 다룬 책 ‘불관용의 몸’이 출간됐다. 표지에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환자의 손이 보인다. - amazon.com 제공
지난 2014년 자가면역질환의 역사를 다룬 책 ‘불관용의 몸’이 출간됐다. 표지에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는 환자의 손이 보인다. - amazon.com 제공
자가면역 용어 데뷔 60주년

자가면역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병도 수십 가지나 되지만 불과 60년 전에야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용어가 쓰이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병의 원인을 엉뚱한 데서 찾았기 때문이다. 즉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낭창(루푸스) 같은 과도한 염증을 증상으로 하는 질환은 당연히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결과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병원체를 찾는 데만 집중했고 항생제 투여 같은 효과 없는 치료에 매달렸다.

다음으로 면역계에 대한 굳은 믿음이 걸림돌이었다. 20세기 들어 이런 질환을 앓는 환자의 혈청에서 인체의 분자에 대한 항체가 존재한다는 발견이 간헐적으로 보고됐다. 그럼에도 주류 의학계에서 무시됐는데 면역계가 자신이 속한 몸을 공격한다는 발상은 말이 안 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940년대 들어 이런 예가 여럿 보고되면서 면역학자들은 서서히 현실을 받아들이게 됐고(그럼에도 알레르기의 일종이라고 얼버무렸다) 1951년에야 ‘자가면역(autoimmune)’이라는 형용사적 표현이 문헌에 처음 등장했다.

자가면역질환을 확립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호주의 의사 맥팔레인 버닛이다. 버닛은 면역관용의 메커니즘인 클론선택이론을 제안해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면역관용이란 우리 면역계가 자기, 즉 우리 몸을 공격하지 않는 현상이다. 따라서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에 대한 면역관용을 잃어 발생한 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의 역사를 다룬 책의 제목이 ‘불관용의 몸’인 이유다.

면역관용 현상을 오랫동안 고민하던 버닛은 어느 날 클론선택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즉 개체 발생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으로 각각 고유한 항체를 만들 수 있는 수백 만 가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우리 몸의 물질과 결합할 수 있는 세포(클론)는 소멸되거나 활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남아 있는 면역세포들은 우리 몸에 대해 관용을 지니게 된다는 설명이다.

흥미롭게도 버닛이 이런 이론을 내놓을 때 실험실의 연구원들은 몇몇 만성염증 환자의 혈청에서 인체조직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를 발견했고 버닛은 면역관용에서 면역불관용으로 관심을 돌려 자가면역질환의 개념을 확립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 면역계는 자기 조직에 대해 관용을 버리게 되는 것일까.

호주의 바이러스 학자 맥팔레인 버닛은 1950년대 면역관용이론을 제안해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버닛은 면역관용의 실패의 결과인 자가면역질환 분야도 개척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호주의 바이러스 학자 맥팔레인 버닛은 1950년대 면역관용이론을 제안해 196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버닛은 면역관용의 실패의 결과인 자가면역질환 분야도 개척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지카바이러스와 길랭-바레증후군

실망스럽게도 이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원인이 매우 다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알레르기도 그렇지만 이럴 때 흔히 써먹는 ‘유전과 환경의 복합요인’이라는 표현에 해당한다. 아무튼 자가면역질환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는 환경요인의 비중이 꽤 큼을 시사한다. 즉 음식, 감염, 흡연 등 생활방식이 발병률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사실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이 세 배 정도 더 높다.

자가면역이 유발되는 주요 메커니즘의 하나가 분자구조의 유사성(molecular mimicry)에서 비롯된 면역계의 착각이다. 즉 외부 물질(음식이나 병원체)을 항원으로 하는 항체가 형성될 때 불운하게도 이 항원의 구조가 우리 몸의 물질과 비슷할 경우 이 항체를 만드는 림프구가 우리 몸의 물질을 항원으로 인식해 계속 항체를 만들어내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지난 2015년 브라질을 강타해 소두증 공포를 불러일으킨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임신부가 아니면 몸살을 앓고 지나가는 수준이라 별로 걱정할 게 없다고 하지만(이런 증상을 지카열이라고 부른다)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길랭-바레증후군이라는 신경계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면역계가 신경계(뉴런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를 공격해 염증과 마비가 일어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심할 경우 호흡근육이 마비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즉 지카바이러스를 항원으로 하는 항체가 수초를 공격했다는 말이다.


스테로이드 약물 치료의 효시

그렇다면 자가면역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는 걸까(증상의 정도와 병의 진행속도에 개인차가 크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비록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없지만(물론 치료를 통해 증상이 사라진 경우도 있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은 많이 나와 있다. 즉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진통제에서부터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등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해당 조직이 많이 파괴된 경우도 있는데 하시모토갑상샘염(갑상샘저하증)이나 제1형 당뇨병(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됨)이 그런 병들다. 이 경우 감상샘호르몬이나 인슐린호르몬을 평생 투여해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흥미롭게도 각종 염증질환의 ‘특효약’인 스테로이드제제의 발견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948년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류머티즘전문의 필립 헨치에게 ‘진상’ 환자가 배정된다. 극심한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던 이 젊은 여성은 치료가 효과가 없음에도 병실을 떠나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고쳐달라고 떼를 썼다.

고민에 빠진 헨치는 마침 같은 병원의 생화학자 에드워드 켄들이 부신에서 화합물E라는 물질을 분리했다는 얘길 듣고 이를 써보기로 한다. 힘들게 추출한 물질이었기 때문에 켄들은 마지못해 미량 나눠줬고 헨치는 이를 환자에게 투여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이 여성은 48시간이 지나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헨치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농담을 던졌다.

화합물E의 실체는 코티손(cortisone)으로 이 무모한 임상 이후 기적의 염증치료제로 널리 쓰이게 된다. 이처럼 황당한 생체실험을 한 헨치와 망설이다 시료를 건네 준 켄들은 이 업적으로 195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효과에 상응하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기 때문에 오늘날 의사들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주의해서 쓰고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증상이 심각할 경우 스테로이드제제와 면역억제제를 번갈아 쓰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새로운 치료제를 찾으려는 노력이 수십 년 째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는 상태다.


신경에 전기충격 줘 면역계 진정시켜

학술지 ‘네이처’ 5월 4일자에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하는 심층기사가 실렸다. 신경에 전기쇼크를 줘 이에 연결돼 있는 면역계의 활동성을 낮춰 염증반응을 줄여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페인스타인의학연구소 케빈 트레이시 박사가 개발했다.

1998년 트레이시 박사는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염증반응 촉진 물질인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의 작용을 억제하는 CNI-1493이라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루는 이 약물을 쥐의 뇌에 넣어 뇌졸중이 일어났을 때 항염증 효과를 보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몸 전체에서 TNF-α의 수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 약물의 신호가 미주신경을 통해 몸 전체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주신경은 뇌와 몸 곳곳을 연결하는 신경계로 심장박동과 호흡, 장운동 등 불수의(의지와 무관) 기능을 담당한다.

트레이시 박사는 약물이 아니라 미세한 전류를 일으키는 장치를 미주신경에 부착해 자극을 주면 염증반응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트레이스 박사는 2011년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했는데 12명에서 상당한 증상개선효과가 나타났다.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진의 또 다른 임상에서도 7명 가운데 5명에서 증상이 호전됐다. 아직은 임상규모가 미미하지만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쇄골 아래 미세한 전기쇼크를 일으키는 작은 장치를 넣어 미주신경을 자극해 면역계의 염증반응을 억제해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소규모 임상이 성공을 거뒀다. 전기쇼크로 자극된 미주신경의 신호가 비장으로 전달돼 면역세포(대식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도식화했다. - 네이처 제공
쇄골 아래 미세한 전기쇼크를 일으키는 작은 장치를 넣어 미주신경을 자극해 면역계의 염증반응을 억제해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소규모 임상이 성공을 거뒀다. 전기쇼크로 자극된 미주신경의 신호가 비장으로 전달돼 면역세포(대식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도식화했다. - 네이처 제공
기능의학적 접근도 활발

아무튼 아직까지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습관을 개선해 증상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치유에 이르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미국 마운트시나이대 예방의학부 수잔 블룸 교수는 오랫동안 만성피로에 시달렸고 체중조절에 애를 먹었는데 어느 날 검진결과 자신이 하시모토감상샘염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별 거 아니니 걱정 말고 갑상샘호르몬약을 복용하면 된다”는 주치의의 말에 반발심을 느낀 블룸은 그 뒤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발견한다.

블룸은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그치는 부작용이 많은 약물치료로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능의학에 주목한다. 즉 식생활 등 생활습관을 바꿔 몸의 자연치유력(이 경우 면역계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블룸은 10년간의 치료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했다(최근 ‘면역의 배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나왔다).

이 책에서 블룸은 식단조절과 금연,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자가면역질환 증상이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음을 여러 임상사례를 곁들여 보여주고 있다. 사실 많은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대사질환에 대한 처방과 겹치는 면이 많은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 책을 보면 자가면역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만성피로, 두통, 메스꺼움 등을 들고 있는데 현대인들이라면 다들 겪고 있는 것들이다. 어쩌면 우리 몸 안에서 면역계가 우리 자신을 조금씩 허물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앞으로 더욱 바른 생활을 해서 면역계가 몸을 배신할 마음을 먹지 않게 해야겠다.
동아사이언스

하버드선 79년간 행적 조사… "친구관계 좋을수록 기억력 뛰어나"

1939~1944년 하버드대 다닌 케네디 등 남학생 268명 연구

외국에서도 개인의 일생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종적(縱的) 연구'가 있었다. 1939년에서 1944년 사이 미국 하버드대학교 백인 남학생 268명이 인생사례 연구를 위해 선발됐다. 제35대 미국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Kennedy),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으로서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를 총괄 지휘했던 벤 브래들리(Bradlee)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는 알리 복(Bock) 하버드 의대 교수가 '잘 사는 삶에 일정한 공식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시작됐다. 하버드대 생리학·약학·인류학·심리학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에 참여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인터뷰와 설문을 했다. 2년마다 결혼·직업 만족도·사회 활동의 질 등을 설문 조사했다. 5년마다 흉부 엑스레이·혈액 검사·소변 검사·심장 초음파 검사 등 신체적 건강을 체크했다. 10년마다 대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회적 지위 변화, 2차 세계대전 트라우마, 재정적인 상태, 퇴직 후 생활 등도 계속 추적했다.

79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가족·친구·공동체와 관계를 잘 맺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행복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이 연구의 4번째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하버드 의대 정신과 로버트 월딩거 박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친구가 몇 명인지보다 얼마나 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좋은 관계는 신체뿐 아니라 두뇌에도 영향을 미쳤다. 심리적으로 자신이 의지할 상대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뛰어난 기억력을 가졌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조기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언어폭력>집단따돌림>스토킹 순 '학교폭력' 주로 발생

교육부가 학교폭력 실태조사 개편으로 맞춤형 정책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스토킹 등 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장소는 주로 교내,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으로 확인됐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 및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정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초 4학년부터 고2 학년 재학생(360만명)이 참여한 결과다.

피해응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0.8%(2만8000명)로 나타났으며, 초등학교 1.4%(1만7500명), 중학교 0.5%(7100명), 고등학교 0.4%(3500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초등학교에서 0.1%p 증가했고, 중·고등학교는 같았다.

피해유형별 학생 1천명당 피해응답 건수는 언어폭력(5.6건), 집단따돌림(2.6건), 스토킹(1.7건), 신체 폭행(1.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피해유형별 비율도 언어폭력(35.6%), 집단따돌림(16.4%), 스토킹(11.1%), 신체 폭행(11.0%)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 장소는 주로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폭력 피해 장소는 ‘교실 안’(32.6%), ‘복도’(14.0%), ‘급식실·매점 등’(9.5%) 등 주로 ‘학교 안’(69.6%)에서 발생했다. 학교폭력 피해 시간은 ‘쉬는 시간’(35.1%), ‘점심때’(18.0%), ‘하교 이후’(13.6%), ‘수업 시간’(10.5%)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가해응답률은 0.3%로 지난해와 동일했고, 목격응답률은 2.3%로 0.2%p 감소했다. 가해 응답률은 ‘학교폭력 가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0.3%(1만1000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했다. 목격 응답률은 ‘학교폭력 목격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2.3%(8만4000명)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2%p 감소(1만명↓)했다.

피해 후 신고 및 목격 후 행동엔 적극적이고, 방관응답은 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한 응답은 79.3%이며, 대상은 ‘가족’(38.1%), ‘학교’(22.2%), ‘친구나 선배’(1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목격 후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은 76.3%이며, ’모르는 척 했다‘는 방관 응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25.5%→22.8%)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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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제공

조선일보

자사고연합회 "우선 선발권 박탈은 포퓰리즘"


시도교육청, 교육부 동의 없어도 자사고·외고 등 지정 취소 가능

전국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모임인 자율형사립고연합회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 선발권을 박탈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극악한 포퓰리즘(인기 영합 정책)"이라며 "정부는 반(反)헌법적 국가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자사고연합회는 "현재 중학교 2학년이 고입을 치르는 2019학년도(내년 12월)부터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은 비(非)선호 일반고에 강제 배정하도록 했다. 학생이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라가 보복성 정책을 펼치는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 시행령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고,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여부를 따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사고 학부모인 유시현씨는 "민정수석, 교육감 같은 높은 분 자녀는 특목고를 졸업하거나 해외 유학을 간 걸로 아는데, 보통 사람은 그러면 안 되느냐"고 말했다.

현재 고입 전형은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8~12월(전기)에 신입생을 먼저 뽑고, 12월부터 이듬해 2월(후기)까지 일반 고입 전형부터 자사고와 일반고가 신입생을 동시에 뽑기로 결정했다.

한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자치정책협의회를 열어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정을 취소할 때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내용의 '교육 자치 정책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조선일보

수학·탐구가 당락 좌우… "의대 합격선 서울대 396점, 고대 392점"


2018 수능 성적 분석]
상위권 점수 분포 촘촘해져… 만점자 재학·졸업생 7명씩

포항 지역 지진 여파로 1주일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채점 결과가 11일 공개됐다. 올해 수능은 매우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비슷하거나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국어와 영어가 비교적 쉽게 출제돼 문·이과 학생 모두 수학과 탐구 영역이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국어·수학 지난해보다 쉬워
국어 영역은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5점 떨어진 134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올라간다. 원점수 기준으로는 등급별 커트라인이 1등급(4%) 94점, 2등급(7%) 89점으로, 지난해 92점, 86점보다 2점, 3점씩 높아졌다. 만점자 비율 역시 지난해 0.23%보다 높은 0.61%였다.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국어 교사는 "상위권 학생의 점수 간격이 촘촘해 변별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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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채점 결과가 나온 11일 대전시교육청이 대전교육과학연구원 강당에서 개최한 ‘대학입시 정시 지원 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시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이과생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은 전년과 비슷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된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와 같은 130점이었고, 1·2등급 커트라인(원점수 기준)도 지난해와 같은 92점, 88점이었다. 문과생들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지난해보다 2점 떨어진 135점이었다. 1등급 비율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7.68%였지만, 만점자 비율은 지난해 0.15%에서 올해 0.11%로 약간 줄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난도로 출제됐지만, 한두 개 문제를 매우 어렵게 출제해 만점을 받은 학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점자 비율이 1%를 넘으면 비교적 쉬운 수능이라고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수능이 예년에 비해 쉬웠다고 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가장 쉬웠다고 평가받는 2015학년도 수능에선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수학B(문과)에서 4.3%를 기록하는 등 국영수 가운데 국어B(문과)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 모두 1%를 크게 웃돌았다.

탐구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과목에 따라 5~6점 차이가 났지만, 올해 과목별 난이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사회탐구 경제 과목은 1등급 비율이 11.75%에 달해, 한 문제만 틀린 수험생도 3등급으로 떨어졌다. 교육과정평가원 시기자 수능분석실장은 "경제 과목이 워낙 최상위권 학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에 1등급에 많이 몰렸다"고 밝혔다.

◇전 영역 만점자 재학생·졸업생 7명씩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어·한국사 등 전 영역 만점자(영어·한국사는 1등급)가 재학생 7명, 졸업생 7명, 검정고시 출신 1명을 합쳐 총 15명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이 수능 전 영역 만점자 수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성기선 원장은 "사교육 기관들이 수능 가채점 후 전 영역 만점자를 졸업생 9명, 재학생 2명 등으로 발표해 이 시험(수능)이 졸업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우리가) 발표한다"면서 "(재학생과 졸업생 수가 같기 때문에) 졸업생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성 원장은 과거 수능 시험들의 전 영역 만점자를 재학생·졸업생으로 구분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올해는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돼 1등급 이상이면 무조건 만점으로 보기 때문에 과거 상대평가와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수능 시험에서 재학생·졸업생 유불리를 따지려면 만점자뿐 아니라 1등급 비율 등 다양하게 분석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원점수
문항에 부여된 배점을 단순히 합산한 점수.
표준점수
개개인의 원점수가 전체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진 위치에 있는지 보여주는 점수. 문제가 쉬워 평균이 높아질수록, 표준점수가 낮아진다.
백분위
영역(과목) 내 수험생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 수험생 A의 백분위가 80이라면 A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 비율이 80%라는 의미다.

조선일보

자사고 말려 죽이기


말도 많던 강남 8학군 문제를 해결한 것은 교육부·국토교통부·국세청이 아니었다. 바로 자사고였다. 우리의 불쌍한 기러기아빠! 월급을 몽땅 해외 송금하고 단칸방에 쭈그리고 생활하는 국가 백년대계의 전사, 기러기아빠를 면하게 해 준 건 바로 특목고와 자사고였다. 중학교 유학생이 2006년 9246명에서 2015년 3226명으로 감소했는데 특목고와 자사고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43개로 늘어난 자사고는 서울 강남 집값을 잡는 데 일조했다.
 
요게 꼭 조선시대 서원(書院)을 닮아가기에 일반 향교나 서당을 다니는 서민들의 빈축을 샀다. 공교육기관인 향교에 국가 지원이 줄자 교육이 부실해지고 훈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향청에 둘러앉은 유지들이 궁리 끝에 계책을 냈다. 사학(私學)을 만드는 것, 서원이었다. 스타 훈장들이 모두 서원으로 몰렸다. 과거 합격자가 대거 서원에서 나왔다. 과시(科試) 출제자의 성향을 잘 아는 훈장이 많았다. 서원은 날로 융성해 조선 후기에는 권력 양성소가 됐다. 대원군이 철퇴를 내렸다. 재정을 갉아먹고도 대원군 집정에 반기를 들었던 까닭이다.
 
특목고·자사고는 자립형 사학이다. 권력의 눈 밖에 난 적은 없다. 오히려 예산 절감을 이유로 권력이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등주의에 반한다는 죄목으로 철퇴작업이 시작됐다. 조희연 교육감 초기부터 가동된 특목고·자사고 죽이기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학부모의 반발이 격해지자 꼼수를 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이런 꼼수의 대가들이 포진하고 있음은 진즉 알았지만 아무튼 ‘입법 예고’한 다음 자축포를 터뜨렸을 법하다. 특목고·자사고를 우선선발제에서 일반고와 동시에 하는 후기선발제로 바꿨다. 물론 리스크를 끼워 넣었다. 자사고에 지원해 탈락한 자는 미달된 일반고와 자사고에 강제 배정받는다. 모 아니면 도다. 올해 서울 지역 자사고 7개교가 정원 미달됐다. 학부모들이 리스크를 피해 갔다. 일반고 지원자는 선택권이 10개가 넘는다. 자사고 지원자는 단 1개, 떨어지면 강제 배정. 선택권을 제한했다. 공부 좀 해 보려고 마음을 다진 학생에게 부여한 문 정부의 심각한 처벌이다.
 
대체 뭐 이런 나라가 있나. 자사고가 도입된 것은 김대중(DJ) 정부 때다. 평준화만으로는 도저히 미래 대비를 할 수 없기에 수월성을 강조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장려됐다. 평등주의 성향이 너무도 강한 한국 사회에서 수월성을 강조하려면 조건을 달아야 한다. 학비는 자율로 책정하되 학교재단이 예산의 3~20%를 자체 조달할 것, 정부 재정 지원은 일절 없음이 그것이다.
 
송호근칼럼

이명박(MB) 정부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특목고와 자사고에 할당될 예산 2000억원을 아껴 일반고에 쏟아부었다. 광양제철고는 15년간 총 662억원을 포스코재단에서 받았고, 전주 상산고는 개인 출연이 439억원에 이른다. 왜 이들은 거금을 출연했을까? 인재를 양성한다는 백년지대계의 일념이었다. 맞춤형 수업, 교과교실제, 개인 연구, 무학년 무계열 통합수업, 교과 외 프로그램, 양서 읽기, 토론수업 등 일반고에선 상상할 수 없는 현장 개혁이 이뤄졌다. 수도권 집중을 막은 것도 이들이었다. 제주외국어학교에 육지민들이 몰린다.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지방 도시에 특목고와 자사고를 더 만들 필요가 있다. 단 자사고가 일반고 인재를 수시로 빼 가는 것을 금지하는 단호한 규정을 달고 말이다. 일반고의 원성이 높다.
 
자사고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데 15년이 걸렸다면 무너지는 데는 5년이 채 안 걸릴 것이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충분하다. 열공하는 학생을 골고루 배치해 공교육 붕괴를 막는다는 것이 교육부·교육청의 발상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라. 특목고·자사고를 없애면 학력 수준이 올라갈까? 교육부가 발표했고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도 입증한 바 한국의 수학능력미달자 비율이 중3은 6.9%, 고2는 9.2%로 더 치솟았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말려 죽이면 수포자는 줄어들까?
 
최근 개통된 SRT에는 아산병원·삼성병원 환자와 가족들, 대치동 학원가에서 족집게 강의를 받으려는 학생들로 붐빈다. 지방 거점 고등학교를 살리지 않으면 SRT는 지방 불균형을 촉진하는 특급 철도가 된다. 미국·영국의 엘리트 교육은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한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엘리트 교육도 아니다. 그저 학력 높이기 교육에 도달했을 뿐이다. 나라가 위급할 때 목숨을 내놓는 견위수명(見危授命)이라야 진짜 엘리트 교육이다. 다 같이 놀자. 국무회의가 이런 계책에 도장을 꾹 누르는 순간, 강남 쏠림과 조기 유학 붐이 재점화될 것이다. 지난 정부는 ‘끼’를 살리라 했고, 지금은 ‘끼’를 죽이라 한다. 대체 우리의 ‘끼’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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