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0일 수요일

학년마다 바뀌는 대입과 미래 입시 경쟁력

2018학년도 대입 수시 합격자 발표가 한창이다. 2월까지 진행되는 정시모집이 남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전체 신입생 모집의 2/3이상을 수시로 마무리 짓는다.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올해 대입의 가장 큰 특징은 수시모집 비율의 증가와 수능 영어 절대평가의 첫 도입으로 압축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비 1등급 학생 비율을 두 배 이상 늘어나게 한 영어 절대평가제는 남은 정시모집에도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새로운 정책으로 인한 입시 구도의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본격적인 입시 정책은 2022학년도 대입부터지만 그 전후로도 크고 작은 변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들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철학과 그간 발표된 정책 기조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방향 예측은 가능하다. ‘밀레니엄둥이(2000년도생)’인 현재의 고2 수험생들을 포함해 이후의 초·중학생들까지, 미래 우리 아이들이 마주해야 할 새로운 교육과 입시 정책, 또 그 경쟁력에 대해 살펴봤다.

2002년생(중3)까지는 현행 대입 체제로

2017년 기준 고1~2 수험생들이 치러야 할 2019~2020학년도 대입은 현재 진행중인 2018학년도 대입과 전체적인 틀에서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대교협이 지난 4월 발표한 ‘2019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에 따르면 수시모집 확대와 그 중에서도 학생부전형 선발 인원의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 2019학년도 대입 전체 모집인원의 76.2%가 수시로 선발되어 2018학년도의 73.7%보다 2.5%p 늘어난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모두가 증가하는데, 상위권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부종합전형에 무게중심을 둔다. 성신여대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논술전형을 신설해 논술 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의 3.7%에서 3.8%로 소폭 증가하지만 타대학들의 논술 모집인원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이어간다. 큰 변화가 없어 비교적 예측 가능한 입시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례적인 학생 수 증가가 입시 전략의 복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0년생은 1999년생보다 2만여 명 이상이 많다.

2001년생이 치르게 될 2020학년도 대입은 기본 방향만 나온 상태다. 각 대학별 전형 명칭을 표준화하고 수시에서의 수능최저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기존 정책 기조가 유지된다. 각 대학별 수시와 정시 모집 비율은 2018년 4월에야 확인 가능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존의 선발 비율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2001년생은 ‘인구절벽’의 정점에 이르는 학년이어서 전년 대비 10% 이상의 학생 수 감소가 경쟁 완화에는 긍정적이다.

현재 중3인 2002년생 또한 인구 감소 폭이 이에 못지않지만 새 교육과정과 수능 출제의 불일치가 부담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 학년이라 수능 과목 조정과 절대평가 확대가 논의된 바 있으나 결론은 현행 수능 체제의 유지로 마무리 됐다. 선배들과는 다른 교과서로 공부하지만 수능은 기존 과목과 형식으로 치르게 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중3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2015개정교육과정’에 새롭게 포함되는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배우게 되지만 수능 과목에는 해당 과목들이 포함되지 않을 예정이다. 2021학년도 수능의 보다 명확한 출제 범위와 계획은 2018년 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예고된 두 번의 입시 변화와 대입 경쟁력
문재인 정부의 ‘진짜’ 입시 변화는 2003년생(현 중2)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다. 수능뿐 아니라 학생부전형 등 대입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그 대략의 윤곽은 2018년 6월에 드러나고 8월에 확정될 예정이다. 조만간 발표될 학생부 기재 방식 변화도 그 신호탄일 수 있다. 아직 논의중인 사안에 대한 예단이 부담스럽지만 수능은 절대평가의 확대가 유력하다. 교육부장관의 최근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연 2회 이상의 수능 실시도 검토 대상이다. 단 한 번의 객관식 시험으로 순위를 정하고 대학을 가르는 평가 방식으로써의 수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은 다각도의 보완이 따를지언정 확대가 확실시 된다. 내신을 포함해 학생의 교내 활동과 그 성과로 대학을 가게 함으로써 입시에서의 공교육 역할을 강화하고 주입식이 아닌 참여형 교육으로 미래 경쟁력을 길러내고자 함이다. 따라서 현재의 중2부터 초6 학생들은 변화될 학생부 기재 방식에 관심을 갖고 수행평가나 조별과제, 발표수업 등의 교내 과정 평가에서 경쟁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시험공부보다는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한 적극성이 요구됨을 의미한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6년생인 초5 학생들부터 치르게 될 2025학년도 대입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언급된 바 없지만 역대급 변화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11월 27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 계획(안)’이 그 증거다.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교사별 평가와 정성 평가가 강화됨으로써 수능에 이어 내신 또한 절대평가 도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육과 입시에서 점수의 입지가 줄어듦에 따라 대학의 학생 선발 패러다임도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블라인드 면접 등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시 형태를 예상하긴 어렵다. 서울대학교 입학본부가 지난 2월 공개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반 면접 및 구술고사 연구I’ 자료에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처럼 면접 문항을 완전히 탈교과적 내용으로 구성하는 입시 방식의 도입 가능성도 언급된 바 있다. 다만 그 전제 조건으로 공교육이 학생의 창의성을 제대로 신장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함을 함께 강조했다.

아직 뚜렷한 그림까지 그릴 순 없지만 학생의 주도적인 학습 및 활동 과정과 그 결과물로써의 구체적인 컨텐츠를 입체적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미래 입시의 방향성은 명확해 보인다. 이는 정답 찾기를 위해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가둬놓는 공부의 시대가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보에 반응하고 실천하여 그를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학습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그 변화는 느린 듯 매우 빠르게 지금 우리 아이들의 곁을 지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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