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가에서 흔히 한인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보면 모두 코리안이지만 정작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현지 성장 학생과 유학생이 극명하게 구분돼 생활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현지에서 성장해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을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얀 스낵의 이름을 따서 ‘트윙키(twinkie)’라 부르고 이에 비해 유학생들이나 미국에 갓 온 학생들을 ‘파브(FOB: Fresh Off the Boat)’이라 한다.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티가 난다는 의미에서 배에서 금방 내린 이들이라는 의미의 용어를 쓰는 것이다. 한인 학생들은 서로 이처럼 다르게 부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학내 생활에서도 다른 행동반경과 활동을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 내 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의 모임은 언제나 2원화 경향을 보인다.
워싱턴 일원을 포함한 미국 대학가에서는 그래서 같은 한인이라 할지라도 유학생과 동포 학생은 별도의 한인 학생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 유학생 수가 많고 도시 지역에 있을 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짙어진다.
워싱턴 인근에서 한국유학생이 310명으로 가장 많은 메릴랜드대(UMCP)의 경우 유학생과 동포 학생들이 각각 KISA(Korean International Students Association)와 KSA(Korean Student Association)라는 별도의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다.
조지워싱턴대(GWU) 역시 KSA(Korean Student Association)와 KCO(Korean Cultural Organization)라는 단체로 2원화돼 있다.
이런 현상은 학교 내 조직뿐만 아니라 교회 등 종교 커뮤니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버지니아 주립대(UVA)에서 기독교 관련 한인 학생들의 모임 역시 유학생들 모임인 KCF(Korean Christian Fellowship)와 동포 학생들로 구성된 GCF(Grace Christian Fellowship)가 있다. 현재 이 학교의 한국 유학생 수는 146명이다.
한인들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내 대학은 더욱 심하다. 올해 한국 유학생이 706명으로 가장 많은 남가주대(USC)에서도 동포 학생 위주의 KISA(Korean International Student Association)와 유학생들의 KSA(Korean Student Association) 등 2개로 나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도 유학생은 KSU(Korean Student Union)에서, 1.5세·2세 한인들은 KASA(Korean American Student Association)에서 각각 활동 중이다. 그 외에도 한국 유학생이 몰려 있는 이른바 ‘빅10’ 주립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양쪽 활동 모두 참가한 적이 있다는 최 모 씨는 “유학생은 집단에 따라가는 수동적 교육에 익숙하고, 동포들은 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하는 능동적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고 말하고 “그런지 두 한인 학생 집단들이 학생회에 참여하는 태도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동포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각종 경시 대회에 나가기도 하며 더 능동적이고, 외부의 다른 인종, 국적 학생들에게도 덜 배타적이다”고 말했다.
GWU에 다니는 1.5세 한인 천 모 씨는 “동포들이 한국에 가면 한국 사회에 융합되려고 하는데 한국유학생들은 미국사회에 융합되기보단 자신들의 집단에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1.5세, 2세들은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한인으로의 정체성을 주입 받고 자랐으나 정작 한국 유학생들은 자신들을 같은 한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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