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이런 경향은 교육의 상대평가제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사회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활수준을 연봉이나 경제 성장과 같은 수치로 판단하게 됐고 이게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상대평가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은 숫자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한국교육의 문제는 두 가지 착각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경쟁을 해야만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선진국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미국보다 낫다. 무리하게 선진국을 따라하는 것은 무의미한 데다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경쟁은 아이들을 해치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지 못하게 막는다.
두 번째는 내부 경쟁이 있어야 기업이나 정부,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경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며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경쟁만을 강조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이런 협력의 가치를 묵과하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이므로 해외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보다는 한국의 전통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나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한국의 홍익인간 정신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상의 핵심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그 가치를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 사회, 국가 그리고 이 지구를 위해 쓴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교육은 홍익인간 정신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같은 홍익인간 정신의 교육이념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물질만능 시대에 물질이 아닌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모두를 위한 정신을 중시하는 것이야말로 현 시대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 받을 것이다.
또 이는 현재의 심각한 왕따 현상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왕따는 소비문화와 가정 붕괴 현상의 결과물이다. 소비만 하는 사회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무너진다. 또 경제적인 이익이 없다면 교류하지 않는 물질만능주의 사고 역시 왕따를 부추긴다. 당연히 학교에서도 학생들끼리의 공동체 의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 의식을 다시 세우는 데 홍익인간 정신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홍익인간 정신을 담은 교육은 이제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자기뿐 아니라 주변 사람, 사회, 국가, 전 세계의 환경과 평화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 또는 사회에 자신의 생각을 제안하게 해야 한다. 이들이 중년층이나 노년층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모두를 위해 그 가치를 사용할 수 있는 홍익인간 정신을 가르치는 방식을 도입한다면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게 되고 성적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새로운 교육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 홍익인간 정신에 현재 한국교육이 가진 장점, 즉 수준 높은 교사와 양질의 교재 그리고 높은 교육열을 합치면 세계에서 선례가 없는 좋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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