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1일 목요일

행운의 지구

‘지름 16.8m의 별똥별(流星·유성) 하나가 1500여 명을 다치게 하고 4000여 채의 건물을 훼손하다니….’

15일 러시아 첼랴빈스크 주에서 일어난 유성 폭발에 70억 지구인이 모두 깜짝 놀랐을 것이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대형 재난이었다. 1908년 러시아의 툰구스카 지역에선 지름 30∼50m로 추정되는 별똥별 하나가 2000km²의 시베리아 삼림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지구에서는 희귀한 일이지만 달에서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달 표면이 곰보처럼 얽은 것도 이런 운석 때문이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달이 이 정도니 사실 지구에 떨어지는 유성체(流星體)는 엄청나게 많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에 따르면 매일 지구엔 100t의 유성체가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유성체의 모체는 혜성(彗星)과 근(近)지구 소행성이다. 혜성이 지나간 자리를 지구가 공전하면서 통과할 때 혜성의 잔해들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들은 지구로 내려오면서 대기층을 만나 대부분 불타버리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다. 하지만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帶)에서 오는 유성체는 대부분 암석으로 돼 있어 크기에 따라 적잖은 재난을 불러일으킨다.

매일 엄청난 양의 유성체가 지구로 떨어지지만 실제로 지표면에 운석(隕石)으로 남는 것은 극히 적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두께 1000km의 대기층과 만나면서 마찰열에 의해 별똥별이 돼 불타 사라지기 때문이다. 깜깜한 밤에 하늘 여기저기서 줄 긋듯 빛나는 게 이런 유성이다.

결국 이처럼 두꺼운 대기층이 지구에 없었다면 인류는 매일 곳곳에서 엄청난 재난을 맞았을 것이다. 이번에 러시아에 떨어진 무게 1만 t의 유성체가 대기와 만나 공중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떨어졌다면 TNT 500kt의 위력을 지녔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15kt)의 33배에 해당한다. 100kg가량의 운석이 떨어진 체바르쿨 호수엔 지름 20m 안팎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거의 불타고 유성체의 10만분의 1만 떨어졌는데도 이 정도 위력을 지녔으니 지구에 대기가 없었다면 얼마나 큰 재난이 일어났겠는가.

하지만 이런 대기 역시 적당하게 활동하는 적당한 크기의 태양과 이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구가 없었다면 지구에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태양계의 경우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록스 지대는 0.95∼1.15AU(천문단위) 지대라고 한다. 천문단위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평균거리로 약 1억4960만 km다. 태양계의 8개 행성 중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천체인 셈이다. 게다가 지구와 같은 적당한 크기가 아니었다면 달처럼 중력이 약해 대기가 모두 우주로 날아가 버렸거나 중력이 강해 기체 상태로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물의 에너지원인 항성 역시 태양처럼 장기간에 걸쳐 비슷한 양의 에너지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장구한 세월의 인류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다. 말 그대로 우주 속의 태양계와 지구는 인류에겐 ‘로또 중의 로또’인 셈이다.

심지어 엄청난 우주 재난이 인류의 탄생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약 6500만 년 전 지구에 지름 10km의 엄청난 소행성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인류의 탄생은 아예 없었거나 더욱 늦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이 소행성이 수십 km에 이르는 지구의 지각을 뚫고 들어가 엄청난 마그마가 대기 중에 분출됐다.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 공룡 등 당시 생물의 50%를 멸종시켰고 인류의 먼 기원인 쥐 크기의 포유류가 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운석으로 인한 엄청난 지구의 재난조차도 인류에겐 행운이었던 셈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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