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첫째는 대학에 지원하는 고교 졸업생이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 80%가량의 고교 졸업률에 65% 이상이 대학에 등록하는 것을 보면 불과 10여 년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경쟁이 치열해 졌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명문 시카고대는 지난 2004년 합격률이 40% 안팎에서 지난해에는 12%를 기록한 뒤 올해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시카고뿐이랴. 소위 명문 소리를 듣는 대학이면 어김없이 최근 수년 사이 지원자 수가 40%에서 많게는 100% 가까이 늘었다.
둘째는 기술 발달로 공통지원서를 활용한 지원이 쉬워진 점을 꼽을 수 있다. 요즘 10곳도 넘는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쯤 대학의 입장도 헤아려 봐야 한다. 요즘 대학입학사정관들은 시즌 때 무려 1200개의 원서를 읽는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제대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남들과 다른 학생(Hooked Student)’ 찾기에 신경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다.
남들과 차별화된 활동이란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위해 여름방학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달력이 벌써 1월의 마지막을 가리키고 있다. 10, 11학년생들이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소위 ‘명품’ 여름 프로그램들은 벌써 마감된 경우가 많다. 늘 강조하는 이야기지만, 미국에선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마감일(Deadline)이다. 고교생들은 여름 프로그램 및 자원봉사, 여름 일자리, 인턴십, 경시대회 마감일, 12학년들은 원서마감일은 물론 추천서, 장학금 신청, 포트폴리오 제출, SAT 등록, 학비보조 신청 마감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따라서 “내일 등록해도 되겠지”하고 하루 이틀 미루다가는 어느새 마감일을 놓치고 만다. 제아무리 준비가 잘 돼 있는 학생이라도 마감일을 넘기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히 고교 10~11학년들은 방학이 단순히 ‘재충전’의 의미를 넘어 ‘남들과 차별화된 자신의 스토리(Story)’를 만드는 시간이다. 여름방학 의미 있게 보내기 첫 번째는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좋은 프로그램을 골라 지원하는 일이다. 1월 마감한 ‘Telluride’, ‘MITES’나 ‘Governor’s School’ 등 ‘명품’ 프로그램 등록을 놓쳤다면 다음으로 각 대학의 연구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웬만한 대학에는 고교생을 위한 무료 대학 프로그램 혹은 멘토링(조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둘째는 인턴십(Internship)이다. 인턴십 역시 마찬가지로 벌써 지난가을부터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지금 신청을 받아주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담당자에게 열심히 편지를 보내고 적극 구애(?)한다면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셋째는 고교생들을 위한 각종 경시대회(Competitions)에 도전할 것을 권한다. 인문학이 강한 학생이라면 에세이나 외국어 경시대회, 수학과 과학이 강한 학생은 해당 분야의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여름을 보내면 유익할 것이다. 물론 예술분야나 건축학 분야로 나아가는 학생은 여름방학 중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준비한 다음 그 작품들을 예술 경시대회 등에 제출, 수상경력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11학년 학생들은 올여름이 고교시절의 마지막 방학이다. 따라서 이번 여름방학을 대학 지원서 준비 시기로 삼아야 한다. 대학들이 10월부터(조기전형) 지원서 접수를 시작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유명 사립 고등학교들은 칼리지 카운슬러의 지도로 여름 방학을 앞둔 시점부터 학생들의 대학지원서 작성을 시작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특별활동이 없는 학생은 올 여름방학, 에세이에 인용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동네 어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친다거나,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실력을 발휘해 커뮤니티를 위한 중요한 공문서를 번역하는 일도 아이디어일 수 있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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