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3일 일요일

진학, 남들보다 한 발 빠르게 진학할 수 있다…고교 의과대학 통합 프로그램(PLME)

캘리포니아에서 유일하게 고교 의대 통합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UCSD 모습.
캘리포니아에서 유일하게 고교 의대 통합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UCSD 모습.
의과대학 진학 전문 컨설턴트들은 의대 대학원 진학이 무척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경제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그 치열한 경쟁은 도를 넘어섰다는 진단이다. 한국에서도 의과공부하면 의예과와 의대 본과로 최소 6년씩 공부해야 하고 최근에는 의과전문대학원이 나와서 미국 의과대학원 제도와 시스템이 유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학부와 의과대학원을 한꺼번에 하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고교 의과대학 통합 프로그램'(PLME Program in Liberal Medical Education)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에선 USC가 이 프로그램을 중단해 UCSD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쉽다.

〈관계기사 27면〉

의과대학원과 다른 점은= 고교 의대 통합과정(이하 통합과정)은 의과대학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사한 프로그램은 MBA와 의대를 한꺼번에 하는 과정 PhD와 한꺼번에 하는 과정 등이 있다. 원래 4년(학부)와 4년(의대)을 합친 8년 보다 짧은 6~7년 과정이었지만 현재는 8년 과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좀 특별한 과정이다보니 전체 134개의 의과대학원중 35곳만이 통합과정을 갖고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대입과 관련된 SAT성적과 몇가지 준비만 가지고 의대 대학원이 떼 논 당상이 되니 매력적이다. 특히 학부 입학과 동시에 '조건부'지만 입학허가서를 받으니 다른 사람보다 한발 앞서 간다는게 좋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대 대학원에 들어가는 확률이 97~98%가 되니 따져보면 한국 의예과 거쳐 본과 가는 것과 비슷한 비율이다.

진학 난이도=통합과정이 이렇게 좋은 점이 있다보니 경쟁률이 높다. 의과대학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 확보차원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니 최고 성적자를 선택하고 싶다. 지원자들은 아이비리그 대학을 가고도 남을 인재들이 지원한다. 몇년전에는 보스턴대 통합과정에 떨어진 학생이 예일대에 들어간 경우도 목격됐다.

왜냐하면 의과대학원이란 곳이 UC버클리 이상 아이비리그에서 4.0이상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곳이라 어찌보면 통합과정의 성적이 높은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경윤 의대 입학 컨설턴트는 "학부를 졸업하고 의대에 입학하는 것이 워낙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통합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쉬운 편이지만 학부만 입학하는 관점에서 봐서는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운대나 노스웨스턴의 통합 과정에 떨어진 학생이 하버드대학에 입학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서 학부만을 따진다면 하버드나 예일이 훨씬 어렵지만 의대 통합과정을 놓고 볼 때는 하버드보다 입학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하버드 의대는 통합과정이 없다.


입학 절차=입학이 어려운 것에 비해서 절차는 외견상 매우 간단하다. 학부 입학을 위한 '공통지원서'에서 PLME를 체크하면 다른 학생과 달리 에세이가 2개 더 쓸 수 있게 화면이 바뀐다. 물론 보충 에세이에는 의대가 보고 싶어하는 질문이 나와서 학생에 대해서 의대 입학사정관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물론 통합과정은 양쪽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만약 브라운대에 입학 지원서를 넣고 의대까지 지원했다면 학부나 의대 양쪽에서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한편 UCSD와 노스웨스턴 대학의 경우는 학부 지원한 학생 가운데 일부를 의과대학원에서 초청하는 방법으로 의대통합과정 학생을 뽑는다. UCSD의 경우 공정성 논란때문에 SAT 2250점이 커트라인이다.


지원 키포인트=의대 통합과정에 지원하고자 하는 고교생은 프리메드나 학부에 다니는 다른 학부생들과 마찬가지로 의료 봉사와 리서치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생에 비해서 여건이 어려우므로 좀 다른 의료봉사가 필요하다.

남경윤 컨설턴트는 학부생에 비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적을테니 가급적 남들이 찾지 않는 너싱홈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어차피 의대는 유명한 병원에서 봉사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고 환자와 직접 접촉할 수 있어서 의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지 의사의 사명감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너싱홈을 추천했다. 너싱홈은 대기봉사자도 없고 시간도 쉽게 정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며 에세이를 쓸때 훨씬 인간적이면서 환자지향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리서치의 경우 대학생 수준이 어차피 어려우므로 과학교사에게 문의하여 의대 입학에 맞는 것을 찾아봐야 한다.

SAT는 어떻게 해야 하나=프리메드나 학부를 거친 학생의 경우 대학 성적 GPA가 있지만 고교 졸업생의 경우는 그런게 없기 마련이다. 그러면 통합과정의 입학사정관은 성적을 어떻게 따져 볼까.

우선 SAT 영어 성적과 수학성적을 주의깊게 확인한다고 남경윤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영어의 경우 특히 라이팅(writting)보다는 심층 독해(critical reading) 점수를 본다. 이렇게 독해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이유는 환자 지향적인 학생을 뽑기 위해서다. 환자가 자신의 아픈 곳을 잘 설명하지 못할 때에도 의사들은 이를 알아차리고 치료해야하는 극한 상황이 발생할텐데 이를 제대로 처리하려면 심층 독해에 탁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점은 없나=남경윤 컨설턴트의 학생중에서 매우 드물지만 주목을 끌만한 학생이 있었다. 바로 학습 능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학생이 갖고 있는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이 의대 입학사정관에게 어필되서 통합과정에 합격한 학생이다. 그런데 이 학생의 경우 하버드에서는 입학 허가서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고교생에는 그저 대학 선발기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의대 선발기준을 갖추려고 엄청난 시간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린 고교생이 두가지의 각기 다른 선발기준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통합과정에 진입하는 학생중에서 혹시라도 다른 곳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도 문제다. 학부 4년간 여러 경험을 통해서 만약 다른 적성에 맞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굳이 의대에 가지 않아도 될터인데 통합과정의 경우는 너무 어린 고교생이 학부도 경험하지 못한채로 나머지 인생을 의료인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되겠다는 확실한 인생 목표를 세운 학생만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이는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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