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퇴계선생에게서 ‘스승의 禮’ 배워야

스승도 제자가 행복하기부터 기원해야 한다

 

“진리를 꿰뚫는 제자의 질문이 가장 큰 선물”


잘못된 가르침 주지 않았나 늘 걱정… 퇴계선생에게서 ‘스승의 禮’ 배워야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명륜당(明倫堂)에서 이기동 성균관대 대학원장(오른쪽)과 퇴계 이황 선생의 17대 종손 이치억 박사가 퇴계 선생의 정신과 스승의 도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명륜’이란 인간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이다.
유학(儒學) 현대화의 선구자 이기동 성균관대 대학원장(62)은 20여 년 동안 제자들이 자신을 위해 이 노래를 부르는 걸 한사코 만류했다. 바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란 구절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1월 이 원장이 먼저 제자들에게 이 노래를 권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원장과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 학생 20여 명은 논문 발표회를 겸해 경북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을 찾았다. 일행은 퇴계 이황(退溪 李滉·1501∼1570) 선생의 위패를 모신 서원 내 상덕사(尙德祠)에서 고유제를 올렸다. 이 원장은 “퇴계 선생 정도는 돼야 스승이라 불릴 만하다. 오늘은 스승의 은혜를 불러도 좋다”고 했다. 서원 사람들도 노래를 흔쾌히 허락했다. 제자들은 노래를 합창했고 서원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대학원생 중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박사(38)도 있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에서 이 원장과 제자 이 박사가 만났다. 이 박사는 2002년 대학원에 입학해 이 원장을 만났다. 그는 스승인 이 원장의 가르침 아래 퇴계 철학을 연구해 2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원장은 “스승의 은혜가 하늘처럼 높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노래를 들을 자격이 있는지 늘 반성해 왔다”고 입을 열었다. 이 박사는 스승이 없는 자리에서 “제자인 나는 이 원장님이 가장 닮고 싶은 스승이지만 스스로는 스승이라 하지 않으신다”고 전했다.

스승이 ‘갑’이 돼 제자를 ‘을’처럼 부리고, 한편에선 교권이 추락해 제자가 스승에게 막말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현실. 이 원장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스승의 탈’을 쓴 스승에게 물었다. 학생의 이름도 모른 채 성적으로 제자를 평가하고 지식만 전수하는 스승들이다.

해법은 제자를 자식처럼 아꼈던 퇴계 선생에게서 찾았다. 이 원장은 “부모가 자녀의 행복을 바라듯 스승도 제자가 행복하기부터 기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도 “퇴계 선생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제자에게 잘못된 견해를 전달한 적은 없는지 걱정했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제지간이 부모 자식처럼 돈독해지면 ‘갑을 관계’로 변질될 수 없다고 한다. 이 원장은 “부모 자식이 갑을 관계가 될 수 없듯이 스승이 제자를 자식처럼 여기면 갑이 될 수 없다”며 “제자는 급한 일이 생기면 스승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가고 폐를 끼쳐도 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스승의 날에 어떤 선물을 준비할지 고민한다. 이 박사는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이 박사는 “스승에게 선물을 안 드린 지 오래됐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스승에게 큰 선물”이라며 살짝 웃었다. 이 원장은 “제자가 진리를 꿰뚫는 질문을 할 때 그게 가장 큰 선물”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퇴계 선생의 업적을 계속 연구해 우리 현실에 맞는 교육철학과 인성교육 방안을 만들어 낼 꿈을 꾸고 있다. 일반인에게 퇴계 사상을 가르치는 ‘퇴계 스쿨’ 설립도 고려 중이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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