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를 유출한 학원에 대해 학원가에서 영구 퇴출시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SAT교습학원 정상화 대책'에 따르면 최근 물의를 빚은 SAT 문제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새로운 SAT 학원의 등록을 제한하고 문제를 일으킨 학원이 설립자 명의나 위치만 바꿔 재등록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문제 유출 의혹을 받는 학원 12곳에 대해선 27일부터 31일까지 집중 점검을 시행키로 했다. 또 유학생들이 일시 귀국해 학원에 몰리는 여름방학 기간에는 시내 전체 학원을 특별 점검하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문을 SAT학원이 밀집한 강남교육지원청에 보냈으며 다른 지역청에도 구두 전달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이처럼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시험문제 유출 의혹으로 SAT 국내 시험이 취소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된 데 따른 것이다. 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국내의 5월 시험과 6월 생물시험을 취소한 데 이어 최근 또 다시 일부 학생들에게 보안상의 이유로 6월 시험 전체를 취소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런 이메일을 받은 학생이 몇 명이고 정확히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컸던 상황이어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현실에 비춰 다소 늦긴 했지만 비리 학원 퇴출의 고강도 대책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부정 한국’의 이미지를 되돌리기 힘들어 성실하게 외국대학 진학을 준비해온 선량한 학생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SAT를 둘러싼 수 차례 부정 사건이 있었는데도 교육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화를 키웠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다. 시험 부정 사건이 적발될 때마다 강사들만 가벼운 처벌을 받을 뿐 학원들은 멀쩡하게 살아남아 오히려 높은 점수를 보장해주는 ‘능력있는’ 학원으로 인기를 끄는 부조리가 만연해왔다. 비리에 연루된 학원에 대한 징계도 현행법상 90일 영업정지 처분이 고작이어서 부정행위 방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SAT 문제가 유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사법기관 수사를, 교습비 등을 과도하게 받는 학원은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관련 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강화할 뜻을 밝혔다. 또 SAT 학원장들에게서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이런 행위를 했을 경우 형사처벌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도 받는 등 학원들의 태도 변화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SAT를 둘러싼 부정행위가 상당히 뿌리 깊고 수법도 날로 치밀하고 교묘해지고 있어 교육청의 철저하고 단호한 척결 의지가 없으면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서울 강남지역에만 60여개의 SAT학원이 성업중이며 일부 어학원에서는 브로커를 통해 수백만원에 기출문제를 팔아넘기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상에선 대리시험에 관한 질문들이 버젓이 오가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아 외국 명문대에 진학하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그릇된 욕망과 학원. 브로커의 비뚤어진 상업주의 고리가 단단하게 연결돼 있어 진정성 없는 ‘겁주기’ 대책으로선 헛바퀴만 돌 수 있다. 따라서 교육청은 비리에 연루된 학원의 경우 두 번 다시는 학원가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하고 학부모와 학생도 엄중 처벌해 순간의 부도덕한 행위가 장래를 그릇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교육 현장에선 부정과 비리가 결코 용납될 수 없음을 교육청이 단호한 의지로 입증해주기를 촉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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