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외고·국제고 학생선발은 ‘재단 집안잔치’
대원외고 신입생 17% ‘대원중 출신’
청심국제고 76% ‘청심국제중 졸업’
“선발과정 공정성 확보 의심스럽다”
국제중·외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들이 같은 학교법인 소속의 초·중학교 출신 졸업생들을 대거 신입생으로 뽑으며 ‘집안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립학교 법인들이 학생 선발권을 이용해 같은 법인 소속 초·중·고교를 띠로 이어 폐쇄적인 입학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진후 진보정의당 의원의 자료를 보면, 최근 대원외고에 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중학교는 같은 법인 소속의 대원국제중이었다. 대원외고의 지난해 신입생 379명 가운데 대원국제중 출신이 65명(17.1%)으로 단일 중학교로는 가장 많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359명 가운데 68명(18.9%)으로, 지난해보다 비중이 더 늘었다. 지난해는 대원국제중이 1기 졸업생을 배출한 때였다. 대원국제중 학생들과 실력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훈국제중도 대원외고에 지난해 25명, 올해 28명을 보내는 데 그쳤다.
경기도에 있는 청심국제중·고의 상황도 비슷하다. 청심국제고는 지난해 신입생 94명 가운데 55명(58.5%)이 같은 재단의 청심국제중 출신이었다. 올해 신입생 중에는 100명 가운데 76명(76%)으로 더 늘어났다.
자사고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배재고는 올해 신입생 436명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을 같은 법인 소속인 배재중 졸업생(95명, 21.8%)으로 채웠다. 역시 자사고인 서울 강남구의 중동고는 올해 전체 신입생 402명 가운데 가장 많은 75명(18.6%)을 같은 법인 소속인 중동중 졸업생으로 받았다. 입시업체인 하늘교육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자사고에 가장 많은 졸업생을 진학시킨 상위 20개 중학교 가운데 12곳은 같은 학교법인이 자사고도 운영하는 학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훈국제중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낸 학교는 역시 같은 법인 소속의 영훈초등학교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영훈초 출신의 영훈중 입학생은 2011년 13명, 2012년 15명에 이어 올해엔 14명이었다. 영훈중 신입생 가운데 한 초등학교 출신은 평균 1.6명인 데 견줘 10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중·외고 등이 같은 재단 소속 학교 출신을 압도적으로 많이 뽑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영훈초 출신을 많이 뽑은 영훈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이 합격한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만 조작한 게 아니라 올해 이뤄진 신입생 전형 곳곳에서 성적을 조작한 정황이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났다.
‘집안 잔치’의 결과로 이들 사학재단은 이른바 ‘입시명문’의 위치를 얻는 데 성공한 듯하다. 하늘교육이 교육부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학교별 졸업생 진로 현황’을 30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외고·국제고에 가장 많은 졸업생을 합격시킨 중학교는 대원국제중(97명, 전체 졸업생 대비 64.4%)이었고, 영훈국제중(61명, 37.7%)이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중학교 중 이 두 곳만이 초등학교 교과성적 등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한 결과로 본다.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몰리는데다, 고교 입시에 유리한 수업까지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 문제로 교육계가 몸살을 앓는 마당에 사립학교들이 ‘명문 사학’을 꿈꾸며 초·중학교까지 서열화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진후 의원은 “같은 재단 출신 학생들을 많이 뽑는 것은 명문 사학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집안 잔치를 하는 꼴이다. 학교 서열화로 교육 불평등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을 막고 신입생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선 입학전형 심사위원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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