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9일 금요일

수학 기호 이야기 미지의 존재를 나타내는 χ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음극선을 조사하던 중 미지의 광선을 발견했다. 이 광선은 두꺼운 종이는 물론 책까지 뚫고 지나갔다. 호기심을 느낀 뢴트겐은 연구를 계속했고, 아내의 손에 이 광선을 쪼여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사진에는 손뼈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는데, 뢴트겐은 이 광선을 의료용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결과 우리는 병원에서 이 광선을 이용해 몸속을 들여다본다. 원래 이 광선은 ‘뢴트겐 광선’이라고 불렸다. 그런데 뢴트겐은 여기에 ‘X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뭔지 모를 광선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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뢴트겐이 처음으로 찍은 아내의 손. 출처 위키미디어
이런 X의 뜻은 수학에서 유래했다. 수학에서 χ가 미지수를 나타내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자였던 뢴트겐은 수학에 익숙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웬만한 사람이면 미지수 기호로 쓰는 X가 익숙하다. X선 말고도, X파일, X맨 등 일상생활에서는 X는 미지의 것을 나타내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일상생활에까지 진출한 기호 χ의 유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미지수, 현대 사회의 필수품
종양의 크기를 줄이려면 방사선을 얼마나 쬐어야 할까? 로켓이 중력을 뿌리치고 지구를 탈출하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반드시 미지수의 값을 구해야 한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미지수의 값을 구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많다.
만약 미지수를 나타내는 기호가 없다면, 우리는 모든 문제를 말로 풀어 써야한다. 다행히 기호 x를 사용해 미지수를 나타내고 있어, 이런 질문을 방정식이나 부등식의 형태로 만들어 풀 수 있다.
그렇다면 미지수 기호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누구일까? 기록에 따르면 미지수 기호를 사용한 최초의 사람은 3세기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다. 여러 기호를 만들어 대수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미지수를 ζ(제타)로 나타냈다.
디오판토스 이후 현대적 의미에서 미지수를 표현한 사람은 프랑스의 수학자 프랑수아 비에트다. 그는 미지수를 표현하기 위해 알파벳 모음의 대문자인 A, E, I, O, U를, 기지수(이미 알고 있는 양)를 표시하기 위해 알파벳 자음의 대문자인 B, C, D 등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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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디오판토스의 <정수론>. 이 책에서 디오판토스가 사용한 미지수 ζ(제타)를 볼 수 있다. 출처 : 위키미디어
미지수, x로 자리잡다
비에트의 방식은 다시 프랑스의 수학자 데카르트에 의해 바뀐다. 데카르트는 기지수를 나타 낼 때 알파벳 앞쪽부터 소문자 a, b, c, …를, 미지수를 나타낼 때는 알파벳 뒤쪽부터 소문자 x, y, z를 사용했다. 현대까지 쓰이고 있는 문자 기호 표기법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1637년 자신의 책 <기하학>에서 미지수를 주로 x로 표기했다.
미지수를 나타내는 기호로 y나 z보다 x를 주로 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데카르트의 책 <기하학>을 출판하던 인쇄업자가 데카르트의 허락을 받고 미지수를 x 활자로 조판했다는 설이다. 당시에는 알파벳 별로 일일이 활자를 새기고 조합해 글을 만든 뒤 잉크를 묻혀 책을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프랑스어에서는 y와 z가 x보다 더 자주 쓰였기 때문에, 인쇄업자가 많이 남아 있는 x 활자로 미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두 번째는 독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독일 사람들은 미지수를 나타내기 위한 기호로 칼럼_수학기호x를 사용했다. 이 기호가 x와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것을 보고 데카르트가 미지수로 x를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방정식의 해를 ‘근(뿌리)’라고 하는데, 칼럼_수학기호x는 ‘뿌리’를 뜻하는 독일어 radix의 r과 x를 합쳐서 만들었다고 추측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x가 중세 시대에 미지수를 나타내던 아랍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미지수 x, 함수를 나타내다
한편, 중학생이 되면 x 값에 따라 식의 값이 달라지는 ‘함수’에 대해 배운다. 함수를 타내는 기호로 f(x)를 쓴다. 이는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1734년에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는 함수를 의미하는 라틴어 functiones의 첫 자 ‘f’를 따 f(x) 기호를 만들었다. 오일러가 f(x)를 사용하기 전에는 다양한 기호로 함수를 나타냈다.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는 문자 n 또는 그리스 알파벳의 하나인 ξ(크사이)를 사용했고, 그의 형인 수학자 야곱 베르누이는 문자 p와 q를 사용해 함수를 표기했다.
오일러
데카르트
오일러와 데카르트의 모습. 출처 : 위키미디어
대수학이라고 하면 매우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결국 x의 값을 구하는 것과 공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수학자이자 철학자 데카르트. 그는 알 수 없는 수를 기호 x로 표기해 다음 세대의 수학자가 대수학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견고한 수학의 언어를 만든 셈이다.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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