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했다는 일화는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무엇을 떠올렸다는 걸까? 바로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겨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과거에는 깜짝 놀랄 만한
주장이었다.
만유인력이란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말한다. 지금 여러분과 눈앞의 스마트폰도 계속해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 다만, 그 힘이 아주 작고 마찰력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할 뿐이다.
지구 주위의 모든 물체는 지구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받는다. 출처 NASA
모두에게 평등하다, 국수와 만유인력
만유인력은
마치 국수와 같다. 흔히 서민의 음식이라고 부르는 국수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일본의 라멘에서 이탈리아의 파스타까지, 국수만큼 나라와
문화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사랑 받는 음식은 없다. 가난하든 부자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국수를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음식이다.
이미지 출처 GIB
만유인력도
모두에게 평등하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만유인력을 받으며 산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모든 물체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따른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도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지구와 달 사이에도 같은 힘이 있다. 은하도 만유인력에 의해 별들이 모여서 이뤄진
것이다.
만유인력이
이렇게 보편적인 법칙이 된 건 수학이라는 도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인지 처음부터 살펴보자.
하늘의 법칙과 땅의 법칙은 다르다
위대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 주위를 도는 달과 태양처럼 하늘에선 모든 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원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땅
위의 물체는 힘을 주지 않으면 반드시 멈춘다고 봤다. 불완전한 땅에선 영원한 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는 건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과는 원래 땅에서 온 것이니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지금
들으면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런 설명은 무려 2000년 가까이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진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망원경 같은 기구의 발달로 우주를 더욱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코페르니쿠스는 화성이 공전방향과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을 보고 태양이 우주의 중심 때문이라는 지동설을 발표해 유럽을 발칵 뒤집었다. 갈릴레오가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을 발견하면서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은 완전히 설 자리를 잃게 됐다.
한편
케플러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분석해 행성은 타원 궤도를 움직인다는 ‘케플러 법칙’을 발표한다. 하늘의 운동은 반드시 완벽한 원운동이라는 오래된
진리는 잘못된 믿음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갈릴레오와 데카르트는 마찰이 없는 경우 힘을 주지 않은 물체는 운동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관성의 법칙을 알아냈다. 땅 위의 운동은 항상 변한다는 생각도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수학으로 자연을 설명한다
사람들은
행성이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는지는 알게 됐지만 운동의 원리에 대해선 누구도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갈증은 1687년 뉴턴이 만유인력을
비롯한 자신의 새로운 물리학을 집대성한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발표하면서 해소됐다.
영국의 물리학자 및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 출처 위키미디어
<프린키피아>가
나오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진다. 이 세상이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지를 완벽히 설명하고 과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까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여기선 만유인력의 의미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만유인력의
법칙이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수학과 공식만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뉴턴 이전까지 과학은 글과 대화로 이뤄진 철학에 가까웠다. 이런
방법으론 자연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결과를 정확히 계산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당시 과학은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관측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만유인력
법칙은 달랐다. 누구든 공식을 보면, 만유인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에 비례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지 않고,
정확한 힘도 계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뉴턴은 만유인력 법칙을 통해 케플러의 법칙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기하학과 대수학에 누구보다 뛰어났던 뉴턴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뉴턴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힘은 충돌을 통해서 전해진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죠. 연금술처럼
신비주의 과학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뉴턴의 생각이 옳았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으로 예상한 대로 지구의 적도 부근이
볼록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주는 같은 법칙을 따른다
만유인력의
법칙 또한 하늘과 땅이 다른 법칙을 따른다는 믿음을 깨뜨렸다. 수학으로 나타낸 물리법칙은 우주 어디에서나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은하뿐 아니라
다른 은하에서도 만유인력의 법칙은 적용된다. 만약 우주여행이 가능해져서 우리가 아주 먼 곳에 갔을 때도 그곳에서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고 믿을 수
있다.
수학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온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해지자 과학은 빠르게 발전했다. 과학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과
신학에 얽매이지 않고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연은 물론이고 사람이 사는 사회도 객관적인 이성으로 이해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계몽주의의 씨앗이 전유럽에 뿌려졌다.
사람들은
자연에도 없는 위아래의 구분이 왜 우리가 사는 세상엔 아직 있냐는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만약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었을까?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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