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가다 슈퍼문이 뜬다는 소식이 들린다. 슈퍼문이 무엇인고 하니, 지구와 거리가 좀 더 가까워져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달을 말한다. 때마침
추석이라도 겹쳐서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 정말 소원이 이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는 달의 크기를 어떻게 나타내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하늘에서 달이나 태양이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를 ‘겉보기 지름’이라고
하는데, 단위는 각도를 쓴다. 달의 겉보기 지름은 약 30분, 즉 0.5도다. 보는 사람의 눈에서 달의 양쪽 끝으로 선을 그었을 때 그 선
사이의 각도를 말하는 것이다.
삼각법의 아버지, 히파르코스
이렇게
하늘에 보이는 천체의 크기, 혹은 천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데는 오래 전부터 각도가 쓰였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는 개기일식 때
지구 위의 두 지점과 달 위의 한 지점을 잇는 선 사이의 각도를 구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계산했다.
이런
연구 결과 그 결과 천문학에서 필요한 삼각법의 초기 공식과, ‘최초의 간단한 삼각 함수표’로 불리는 현표(각에 대한 현의 길이를 나타내는 표)를
만들었다. 또한 삼각법을 이용해 일식을 예측하는 방법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이유로 히파르코스는 오늘날 ‘삼각법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삼각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
출처 : 위키미디어
이후
삼각법을 좀 더 체계화한 것은 9세기 이슬람의 천문학자 알 바타니였다. 알 바타니는 중세시대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친 천문학자로, 그의 저서
<별들의 운행에 대하여>는 라틴어로 번역된 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 등 많은 학자들에 의해 참고 서적으로 사용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식으로 사인, 탄젠트 등과 같은 삼각비 용어는 물론 사인함수 공식을 소개했다.
오늘날
학교에서 배우는 사인, 코사인, 탄젠트라는 개념은 직각삼각형에서 두 변의 비율을 나타내는 값이다. 사인은 높이/빗변, 코사인은 밑변/빗변,
탄젠트는 높이/밑변을 나타낸다. 이를 나타내는 기호로 각각 sin과 cos, tan을 쓴다. 이런 기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sin, cos, tan의 탄생
알
바타니는 그의 책에서 사인을 ‘jiba’라고 불렀다. 사실 jiba는 별 뜻이 없는 아랍어였지만, 이것이 라틴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잘못 옮겨져
‘길의 커브나 옷의 주름, 꼬불꼬불한 길’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 라틴어 ‘sinus’로 번역됐다. 그리고 후에 이것이 영어 ‘sine’으로
변해, 오늘날 우리가 ‘사인’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탄젠트를 ‘거꾸로 된 그림자’라는 뜻의 ‘umbra versa’라고 썼는데, 이는 훗날 라틴어 ‘tangent’로 번역된다. 라틴어에서
탄젠트는 ‘접촉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기하에서 탄젠트는 접선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sin과
tan, 두 기호는 1624년 영국의 수학자 에드먼드 건터가 처음 사용했다. sin과 tan는 sine과 tangent를 단순히 축약한 것이다.
하지만 건터가 두 기호를 독창적으로 고안한 것은 아니다. 건터 이전에도 1583년 덴마크의 수학자 토마스 핑케가 ‘sin.’, ‘tan.’이라는
거의 동일한 기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건터와 핑케, 두 사람이 쓴 기호의 차이점은 단순히 ‘축약’을 의미하는 ‘·’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후
두 기호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오트레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삼각법>(1657)에서 sin, tan뿐만
아니라 ‘sec(시컨트)’의 기호도 사용했다.
영국의 수학자 윌리엄 오트레드는 저서
<삼각법>(1657)에서 sin, tan뿐만 아니라
sec의 기호도 사용했다.
출처 : 위키미디어
한편,
코사인(cosine)은 ‘complementary sine’의 준말로 ‘여각의 사인’이란 라틴어 ‘cosinus’에서 유래했다. 코사인의
cos이란 기호는 1729년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가 처음 사용했다. 물론 오일러 역시 cos을 독창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며, 건터와 마찬가지로
이전에 쓰이던 기호를 개량한 것이다. 우선, 1620년 건터가 라틴어 complementum(영어의 complement)와 sinus를 합친
‘co.sinus’를 제안했고, 1658년 뉴턴이 cosinus로 수정했다. 이 cosinus가 영어로 cosine으로 번역된 뒤, 오일러가
이를 축약해 cos이라는 기호를 쓴 것이다.
각종
악기의 음색을 합성해 연주할 수 있는 신디사이저에도 삼각함수의 원리가 숨어 있다.
출처
: GIB
sin,
cos, tan란 기호가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17~18세기지만, 세 기호는 19세기 중반 이후 널리 쓰이게 된다. 이후 삼각함수는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현대 수학은 물론, 건축학, 음향학, 통신 등 다방면에 걸쳐 더욱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사이언스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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