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람이는 아빠와 함께 브라질월드컵 경기를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어제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첫 경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답니다.
"아빠, 축구 선수들은 한 경기에 보통 10㎞를 뛴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잘 가늠이 안 돼요. 한 경기에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비교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실제로 축구 시합을 해보면 30분만 뛰어도 굉장히 힘들거든요. 경기 후 기진맥진한 선수들 표정만 봐도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고요."
- ▲ 그림=이창우
"네. 제 생각도 그래요. 학교에서 오래달리기를 할 때도 출발 후 바로 전력으로 달리면 결승선에 가장 빨리 들어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꾸준한 속도로 뛴 친구에게 결국 추월당하더라고요. 훨씬 더 많이 지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빠, 축구 경기 중에 어떤 선수가 몇 ㎞를 뛰었는지는 어떻게 알아요? 육상경기처럼 트랙이 정해진 것도 아니잖아요."
"사실 아빠도 선수들이 움직인 거리를 어떻게 구하는지 무척 궁금했단다. 그래서 조사를 좀 해봤지. 바로 '트래킹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일인데, 여기에 여러 가지 수학 원리가 숨어 있더구나."
"정말요? 스포츠 경기에 수학 원리가 쓰인 경우는 많이 봤는데, 축구도 그런 줄은 몰랐어요."
"아빠, 선수를 점으로 표시하여 뛴 거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경기 중에 선수들이 수직, 혹은 수평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잖아요.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일 텐데 그 거리를 어떻게 구해요?"
"컴퓨터는 점이 평면상에서 이동한 거리를 구할 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한단다.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를 각각 a, b라 하고, 빗변의 길이를 c라 하면, a²+b²=c²이 성립한다'는 게 바로 피타고라스의 정리야. 예를 들어 위의 그림과 같이 축구장 전체를 가로와 세로가 있는 좌표로 만들고, 어떤 선수가 A(65, 45) 위치에서 B(25, 15) 위치까지 직선으로 7초 동안 이동했다고 해보자.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라 '(65-25)²+(45-15)²=X²'을 계산하면, 선수가 움직인 거리(X)는 '50(m)'이 되지. 여기에 이동한 시간(7초)을 이용해서 선수의 속력(약 7.1㎧)도 구할 수 있어."
"아하! 프리킥 상황에서 골대와의 거리도 이런 방식으로 측정하는 거군요."
"그렇지. 게다가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하면 각 선수의 패스 성공률도 간편하게 구할 수 있다고 해."
"패스 성공률은 패스 성공 횟수를 패스 시도 횟수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건가요?"
"맞아. 하지만 한 경기에 패스가 보통 200번 이상 나오는 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에 누가 누구에게 패스했는지를 눈으로만 보고 기록하는 건 몹시 어렵단다. 하지만 트래킹 시스템을 이용하면 패스 시도 횟수와 성공 횟수를 계산하기 편하지. 공이 한 선수를 떠나 다른 선수에게 이동할 경우, 공이 도착한 위치가 같은 편인지 아닌지만 알면 패스 성공률을 측정할 수 있어."
"트래킹 시스템 덕분에 우리가 보는 경기 중계방송도 달라졌지만, 축구팀 감독이 참고할 수 있는 정보도 많아졌겠어요."
"트래킹 시스템은 점차 발전하고 있어. 현재는 영국의 '프로존'이나 프랑스의 '아미스코' 등 유럽에서 활용되는 시스템이 가장 많지. 최근에는 스페인의 한 축구팀 감독이 트래킹 시스템으로 분석된 결과를 '구글 글라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전에 적용하는 사진이 포착되기도 했단다."
"우와~ 수학은 축구까지 발전시키는 정말 놀라운 학문이네요!"
[함께 생각해봐요]
나잘해 선수는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달려간 후, 패스를 받아 직각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C 지점까지 30m 드리블한 다음, 슈팅하여 골을 넣었어요. A와 C의 거리는 50m이고, A에서 B로 달릴 때 5초, B에서 C로 드리블할 때 4초가 걸렸습니다. 공 없이 달릴 때(AB 구간)와 드리블할 때(BC 구간)의 평균속력을 각각 구하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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