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짐작하고자 한다면 어린이들의 일상을 면밀히 분석한 ‘2013 대한민국 어린이 백서’가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 생일에 또봇 4단 합체 쿼트란 사드릴게요. 제 생일에는 닌텐도 포켓몬스터 블랙2를 사주세요”란 아이 말에 “어머, 엄마 생일 선물을 사준다니 너무 고맙다”나 “너 돈 없잖아”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엄만 또봇 따위 관심 없어”라고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게임기가 웬 말이냐, Why 시리즈 총 56권을 사줄 터이니 책이나 읽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어떤 생일 선물을 골라야 엄마도 웃고 아이도 웃을 수 있는 건지 그 해결점을 찾기가 힘들다. 더욱이 아이가 요구하는 대로 휴대용 게임기를 떡하니 사줘도 되는 건지, 사준다면 언제가 적당한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또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알맞은 용돈 액수, 아이가 무엇을 하며 노는 걸 좋아하는지, 어떤 비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지 등도 오리무중이다. 내 속으로 낳아 몇 년을 키웠건만 아이와의 소통, 그 모든 관문은 스무고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2013 대한민국 어린이 백서’(CJ E&M)가 그 답을 알려준다. 6~7세 미취학 아동 1백3가정, 8~10세 저학년 1백79가정, 11~13세 고학년 2백18가정, 총 5백 가정 1천 명을 대상으로 아이와 부모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담았다. 아이들의 모든 것, 스무고개를 풀어줄 핵심 가이드다.
“하루 종일 사람과 놀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이 TV와 게임에 중독되고 있다는 언론의 으름장이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겠지.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은 사람이 아닌 TV나 게임, 그도 아니면 책상과 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은 평균 7세에 시작해 하루 평균 71분씩 사용한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76%의 아이들이 게임을 하며, 인터넷 게임을 포함 하루 평균 46분씩 게임을 한다. 64%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휴대전화를 가진 아이들의 71%가 모바일 게임을 한다. 또한 하루 평균 1백90분 TV를 본다. 3시간 이상 TV를 본다는 게 과연 정상적인 걸까? 집과 학원을 포함한 평균 학습 시간은 1백39분. 어림잡아 6시간 이상을 사람과 소통 없이 보내는 셈이다. 이는 학교나 어린이집 생활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의 대부분에 해당된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아이가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평균 97분이라는 것.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일 수 있다. 그래서 98%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 ‘부모’를 꼽았다.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도 부모(64%)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대화는 주로 성적이나 공부에 치중돼 있다.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들과 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30%의 아이들이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한다. 여기에 복수 응답으로 20%의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나 다툼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의 아이들은 공부와 성적에 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가 커갈수록 비밀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부모에서 친구로 옮겨간다. 공부와 성적뿐 아니라 또래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학교 또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에 관한 고민은 친구들끼리 더 잘 통하는 법이니까.
Part2 자녀 vs 부모의 속마음 엿보기
“실컷 놀고 공부도 잘할 수 있을까?”
자녀의 속마음-TV·게임 실컷 하고, 공부도 잘하고 싶다
학습을 제외하고 어린이가 가장 많이 하는 활동 1위가 TV 시청, 2위가 친구들과 놀기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여건이 되는 한 놀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이 ‘TV 시청’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실제 아이들이 선호하는 활동으로 1위가 TV 시청, 2위가 친구들과 놀기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관심사 순위도 게임, 스마트폰 다음이 친구다. 고학년이 될수록 친구보다는 스마트폰과 게임에 더 관심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간을 친구와 보내며 비밀 이야기도 나누고 싶지만 실제로는 커갈수록 친구보다 게임이나 TV에 더 관심을 쏟고 시간을 할애한다.
전체 중 9%만이 공부와 성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39%의 아이들이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존경받는 사람’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사람’ ‘건강한 사람’ ‘돈이 많은 사람’이 그 뒤를 따른다. 어린이들은 관심도 없고 하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는 셈이다.
부모의 속마음-꿈도 소중하지만, 공부 잘하는 학구형으로 자라다오
아이들이 관심도 없는 공부를 인생의 주요 목표로 삼는 것은 부모가 바로 공부를 원하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현재 자녀의 모습과 희망하는 자녀의 모습을 물은 결과, 현재 자녀의 모습을 ‘활동형’(35%)이라 답하면서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의 모습으로 ‘학구형’(36%)을 꼽았다. 성격이 밝고 활달한 것도 좋지만(20%)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원하는 부모가 더 많았다. 하지만 66%의 부모가 ‘부모가 원치 않는 직업, 꿈이라도 자녀가 원한다면 지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 39%의 부모가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어서 학습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조사됐다. 아이들의 꿈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고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어 공부하라고 닦달하지는 않지만 부모의 마음 한쪽에는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Part3 자녀 vs 부모의 속마음 엿보기
“칭찬과 격려해주는 인성형 부모가 최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것을 바라고 있을까? 원하는 것을 뭐든지 사줄 수 있는 돈 많은 부모를 원하는 아이들(10%)도 있지만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하는 ‘인성형’ 부모를 원하는 아이들(41%)이 훨씬 많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 67%의 부모가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하는 인성형 부모가 되고 싶어한다. 이와 동시에 복수 응답으로 61%가 공부법을 알려주고 혼자 공부하게 도와주는 ‘교육형’ 부모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16%만이 교육형 부모를 원한다. 아이들이 가장 원치 않는 부모의 모습으로는 무섭게 야단치는 ‘위엄형’이다. 부모들도 위엄형 부모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책이나 TV를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친구 같은 부모를 꿈꾼다(28%).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존중해주는 ‘방임형’이 되고 싶다는 부모(20%)도 적지 않다. 부모나 아이 모두 야단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하는 친구 또는 동반자적 관계를 원한다. 부모의 속마음-나도 이런 부모가 될 줄은 몰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난 완벽한 부모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내가 과연 잘하고 있을까?’ 걱정하는 부모가 더 많다. 그리고 자녀가 자랄수록 그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의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부모상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11%, ‘현재의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부모상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고 답한 부모가 71%에 달했다. 총 82%의 부모가 부모로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취학 아동의 경우는 79%, 저학년의 경우는 81%, 고학년의 경우는 86%로 아이가 클수록 자신이 생각했던 부모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Part4 자녀 vs 부모 합의점 찾기 아이들은 공부보다 어떤 방식이든 놀기에 관심을 쏟는다. 반면 부모는 놀기보다 공부하는 자녀의 모습을 보는 게 더 뿌듯한 법. 접점을 찾기 힘든 이 두 가지의 목표를 두고 부모와 아이들은 적당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한 TV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자녀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 ‘자녀가 혼자 봐도 걱정이 안 되는 내용인지’ ‘자녀에게 긍정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가정에서 TV를 시청할 때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는 비율은 평균 68%를 차지했다. 미취학 자녀의 경우 74%의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TV를 본다. 함께 TV를 보면 자녀와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고,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2%의 부모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들이 TV만 보려고 한다는 점.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만화가 쏟아지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넋 놓고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모의 43%는 자녀가 TV를 오래 시청할 때 통제를 하고 있었고, 34%의 부모가 매일 정해진 시간만큼만 볼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었다. 통제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게 하는 부모는 6%에 불과하다. 하지만 17%의 부모가 방학이나 명절 등 특별한 때에는 TV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주기도 한다. 여성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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