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며 “내가 평생 해온 주제는 ‘전기’”라며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것은 기본적인 물리 지식을 얻고 숫자에 강해지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도 인터넷을 뒤져 가며 직접 지름 1m 크기의 물레방아를 만들어 5kW급 수력 발전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제가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거든요. 더구나 평생 해온 ‘전기’잖아요. 하하.”
젊은 시절 네어 교수는 세포막에 붙어 있는 이온채널 하나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측정하려고 했다.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바로 그 연구다. 문제는 잡음이었다. 측정하려는 전기신호의 100배 가까운 잡음 때문에 도저히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 방법 저 방법 써보고 안될 때는 아예 다른 연구를 하다 6개월 만에 다시 원래 연구로 돌아오기도 했다. 결국 이온채널 하나를 떼어내 깨끗한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고, 연구에 성공할 수 있었다. 네어 교수는 “일이 안될 때는 아예 다른 일을 해보라”고 조언했다.
“평소에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숲속에서 하이킹 하는 걸 즐겨요. 골치가 아플 때는 숲에서 걷는 게 최고죠. 자전거 타는 것도 좋아하고요.”
‘과학자로서 가장 행복한 때’를 묻자 “그동안 몰랐던 자연의 이치를 새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식 같은 대답이었지만 이 말을 하는 네어교수는 너무나 순수한 표정이었다. 아직도 네어 교수는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내고 연구를 하는, 그러면서도 삶의 작은 모습들을 사랑하는 행복한 과학자였다.
과학자가 왜 좋은 직업이냐면…
“젊은 과학도라면 생물학 분야에서 생명정보학, 생체 이미징 기술, 광유전학에 도전해 보세요. 10년 뒤, 20년 뒤 아주 발전할 분야입니다.”
이런 분야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탄탄한 기초과학 지식이다. 네어 교수는 “물리학, 화학, 수학 지식이 바탕이 돼야 이런 분야를 잘 할 수 있다”며 “생명 과학도도 생물학만 배울 게 아니라 기초과학을 깊게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도와준 강봉균 교수는 “요즘 한국 대학은 1, 2학년때 기초과학을 깊게 배우고 3학년 가서 전공을 많이 배운다”고 전해 줬다.
네어 교수의 대답은 내내 부드러웠지만 최근의 연구환경을 묻는 질문에서는 달랐다. 그는 “정부가 기초과학보다 돈 되는 과학에 투자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기초과학이 없으면 미래를 바꿀 만한 새로운 지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길게 보면 기초과학에 충분히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 대한 호소이기도 했다.
네어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대신 왜 과학자가 되어야 하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어 교수는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학자는 아무도 몰랐던 지식을 찾아내고,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죠. 의사만큼 돈은 못 벌지 몰라도 사실 과학자의 생활도 교수나 연구원이 되면 나쁘지 않아요. 과학자는 예술가처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도 돈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훌륭한 직업입니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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