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예비 중 1, 겨울방학을 잡아라 <上> 영어

자유로운 표현에 정확도 더할 때… 최우선 과제는 '문법'

모르긴 해도 이번 겨울방학이 가장 불안한 학년은 초등학교 졸업을 한 달여 앞둔 초등 6년생일 것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초등학교와 중학교 차이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데다 한층 높아진다는 과목별 난이도도 도통 짐작할 수 없기 때문.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이번 방학 때 중학교 공부를 차근차근 대비해두면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훨씬 탄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맛있는공부는 겨울방학을 맞아 '이맘때 예비 중 1이 따라 하기 좋은' 영어·수학 학습법을 준비했다. 오늘은 그 첫 회로 '영어' 편이다.

/편집자
서울 모 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 중인 박소연(가명·42)씨는 지난달 중학교 1학년 딸 수현(가명)이의 기말고사 시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재귀대명사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라'는 문제에 딸이 제대로 답을 쓰지 못했기 때문. 박씨네 가족은 수현이가 초등 4학년 때부터 1년간 미국에서 살다 왔다. 당연히 수현이의 영어 구사 실력은 또래 중 최고 수준이었다. "영어신문 명예기자로 활동할 만큼 영어에 익숙한 아이거든요. 대치동의 유명 영어학원에도 다녔고요. 단지 문법 용어를 몰라 문제에 손도 못 댔다는 얘길 들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수현이 반 친구 중에도 수현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말하기·듣기 영역에선 부족함이 없는데 정작 학교 시험 성적은 신통찮은 것.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녀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당황한 엄마들은 앞다퉈 보습학원으로 몰려든다. 분당 소재 모 영어학원장은 "매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인근 중 1 학생들의 '학원 대이동'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영어는 문제 없다'고 믿었던 아이의 기대 이하 성적에 충격 받은 엄마들이 '학원이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원을 대거 바꾼다는 얘기다.

◇초등 영어 졸업했다면 '문법'부터 잡아라!

현직 영어교사들은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주된 원인으로 '문법'을 꼽았다. 정우정 서울 숙명여중 영어 교사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아이들도 한국식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해 시험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현이의 예처럼 단순히 용어를 몰라 아는 내용도 틀리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

문법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임수정 서울 성심여고 영어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말하기·듣기·쓰기·읽기에 두루 능통해 시험으로 변별력을 가리려면 문법 문항의 난이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관계대명사 'that'이 들어갈 자리에 'what'을 넣어놓고 틀린 걸 찾으란 식이죠. 초등학교 때 배운 식으로 지문을 읽으면 해석이 되니 그냥 넘어가기 쉽지만 실제 시험에선 오답 처리되는 거예요."

이정우 인천 계양여중 영어 교사는 "문법 문항에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관건인데 아이들이 이 점을 가장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초등생에게 영어는 '일종의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중학생에게 영어는 '엄연한 시험 과목'이죠. 중 1은 '문법이 좀 틀려도 자유롭게 표현하던' 시기에서 '정확한 표현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시기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과 선행학습보다 문법 개념 숙지가 우선

영어 내신 관리 측면에서도 현재 초등 6학년생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무척 중요한 시기다. 임 교사는 "(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법 용어에 익숙해지려면 한국식 문법 교재를 미리 한두 번 훑어볼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강의 등을 활용, '동명사' 'to 부정사' 같은 용어를 일단 접해놓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 교사는 "겨울방학 동안 중 1 필수 어법과 관련, '나만의 문법 노트'를 만들어보라"고 말했다. "필수 어법 관련 내용을 노트에 한 번씩 정리해놓은 후 중학교에 진학해 시험 보기 직전 읽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사는 "학원에 의존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운 내용을 정리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학원 수업을 듣게 되면 심리적 위안은 얻을지 몰라도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엔 기본 문법 개념을 머릿속에 익힌 후 스스로 복습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현직 교사가 추천하는 겨울방학 맞춤 학습법]
①잘 요약된 문법 교재를 최소 1회 정독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나만의 문법 노트’를 만들어도 좋다.

②중등 예비 단어집을 구해 읽는다. 그냥 한 번 보고 넘어가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③서술형 문항을 정복하려면 간단한 내용도 (주어·동사를 포함하는)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고 쓰는 습관을 들인다.

④중학교 영어 시험에선 ‘실수 유도형’ 문항이 자주 출제된다. 평소 문제를 꼼꼼하게 읽도록 노력한다.

(도움말: 이정우·임수정·정우정 교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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