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운동량 너무 부족… '사커맘' '사커대디' 많아져야"
②학생인권조례는 당분간 유지
- 향후 1년동안 사례·의견 모아 내년에 수정안 마련할 계획
③中1 시험, 단계적으로 완화
- 객관식 지필시험 비중 줄일 것… 학폭, 피해·가해학생 분리 필요
취임 10여일을 맞은 문용린(65) 서울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운동 부족은 마을 간 스포츠 대항전(戰)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의 체육 활동을 학교와 교사에게 맡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방과 후 자녀와 함께 운동장에서 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사무실에서 만난 문 교육감은 본지 인터뷰에서 "외국에는 볼파크(ball park)가 마을에 하나씩 있어, 오후 3시쯤부터는 애들이 옷 갈아입고 모여서 퇴근한 아버지와 해 질 때까지 논다"며 "우리도 학생들이 아침부터 낮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오후에는 부모와 함께 동네별로 운동하는 무브먼트(운동)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학생들도 선진국처럼 스포츠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재임 중 기틀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 학생들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
"우리나라 학생들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공부에만 집중해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성적경쟁의 KTX'를 탄 것 같다. 운동보다 공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학습에도 영향을 준다."
―학생의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마을 간 스포츠 경기를 활성화하는 거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 A아파트 부모·자녀 축구팀과 서울 강남구 B아파트 축구팀이 둔치 운동장 등을 빌려 게임을 벌이는 거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두 팀의 아버지 대표가 악수를 나누고 경기를 시작한다고 생각해 보라. 미국에는 자녀가 축구 등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커맘(soccer mom·어머니)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커대디(soccer daddy)·사커맘(soccer mom)이 생겨야 스포츠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혼자 힘으로는 어렵지 않겠나.
"교육청 차원의 예산만 늘리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임기 내에 서울시와 서울시생활체육회 등에 도움을 요청해 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동네에서 운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곽노현 전 교육감 시절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겠다고 했다.
"급하게 조례 자체를 폐지하거나 수정할 수는 없다. 향후 1년 동안 학교에서 인권조례로 생활지도에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사례를 수집하고,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2014년에 어떻게 수정할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출신인데, 학교 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학교 폭력은 피해 학생을 가해 학생으로부터 분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피해 학생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자살을 선택한다. 가·피해 학생 분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선거 공약이었던 '중 1 시험폐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모든 학생이 일괄로 보는 객관식 위주의 지필 고사의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말이다.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담당 교사 선택에 맡기려 한다. 지금처럼 지필 고사를 치면서 다른 요소를 강화하거나, 지필 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로만 평가할 수도 있다. 새 학기부터 신청을 받아 시범학교를 운영하겠다."
―지난 10여일간 일해본 소감은.
"군대로 치자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사단의 참모장, 교육감은 중대장 정도 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학자로서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 눈으로 일주일에 최소 학교 2~3곳을 방문해 현장 이야기를 듣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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