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문학 작가 3인의 '계사년 희망' 이야기
“그것 아세요? 심적 고통이 아무리 심해도 극렬하게 아픈 기간은 사흘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 김선영 작가는 “자신감과 인내심이 결여된 학생은 불행을 너무 쉽게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학생이 ‘눈앞의 고통이 평생을 지배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극단적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어떤 고통이든 시간이 지난 후엔 사라지게 마련이에요. 그걸 깨닫지 못하는 건 고난을 스스로 헤쳐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죠.”
손현주 작가도 김선영 작가의 얘기에 맞장구쳤다. “청소년이 크고 작은 시련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면 스스로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사소한 고민이나 역경쯤은 직접 부딪쳐 극복해야 하죠.” 김이윤 작가는 학부모의 ‘인내’를 강조했다. “청소년 본인의 문제 해결 능력이나 의지,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학부모의 태도예요. 사사건건 자녀 일에 간섭하며 모든 걸 해결해주려는 ‘잘난 엄마’ 역할은 과감히 포기하세요. 때론 한걸음 뒤로 물러나 묵묵히 지켜봐주는 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번쯤은 ‘공부’ 말고 ‘취미’에도 몰입해보길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 양희은, 강석우입니다’(MBC 표준 FM) 구성작가이기도 한 김이윤 작가는 얼마 전 방송국에 도착한 청취자 사연 얘길 들려줬다. “초등 5년생이 부모님께 쓴 감사 편지였는데 마지막 문장에 유독 눈길이 가더군요. ‘언젠가 공무원이 돼 효도하겠다’고 쓰여 있었거든요. 기특하면서도 좀 씁쓸했어요. 언제부터 학생들이 ‘안정적 직장’을 자신의 꿈으로 삼게 됐나, 싶어서요. 초등 5학년이면 얼마든지 더 크고 다소 황당한 꿈을 꿔도 좋은 나이인데….”
손현주 작가도 엇비슷한 우려를 나타냈다. “‘인간의 3대 불운 중 하나는 소년기 성공에 도취되는 것’이란 프랑스 옛말이 있어요. 요즘 청소년은 ‘확실한 것’만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요. 청소년기의 진짜 정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힘껏 밀어붙이는 게 허용되는 시기’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전 학생들이 좀 더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김선영 작가는 “한 번쯤은 ‘공부’ 말고 ‘취미’에 빠져보라”고 권했다. “어렸을 때 책을 끼고 사는 절 보며 어머니는 항상 ‘책이 밥 먹여주느냐’며 핀잔 주시곤 했어요. 요즘은 반대로 제가 큰소리치죠. ‘책이 밥 먹여주잖아요’라면서요.(웃음) 전 학생들이 ‘취미 생활 하면 공부엔 방해된다’고 공식처럼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혹시 또 알아요? 지금 여러분의 취미가 나중에 여러분을 밥 먹여줄지….”
◇독서력 키우려면 ‘눈높이 맞는 책’부터 접할 것
손현주 작가는 사춘기 무렵 ‘허클베리핀의 모험’(마크 트웨인) ‘파우스트’(괴테) ‘죄와 벌’(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는 “청소년기야말로 고전이 주는 감동을 가장 섬세하게 받아들이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책부터 읽기 시작하세요. 그러다 보면 독서력은 절로 자랄 겁니다.”
김선영 작가의 청소년기 추천 도서는 ‘제인에어’(샬럿 브론테) ‘사막에 숲이 있다’(이미애 글, 서해문집)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로렌스 앤서니 글, 뜨인돌출판사) 등이다. “실은 둘째 아이가 책보다 영상에 관심이 많아요. 아이가 책에 좀 더 관심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서점을 찾을 때면 본인이 좋아하는 콘텐츠가 실린 책을 골라주곤 하죠. 축구를 좋아해 유명 운동선수 자서전을 사준 적도 있어요.”
김이윤 작가는 “자신이 관심 가는 책을 골라 읽어야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독서에 영 흥미가 안 생긴다면 영화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보세요. ‘배트맨’ 시리즈를 본 후 그래픽 노블 ‘배트맨 웃는 남자’(에드 브루베이커 외 글, 더그 만케 그림, 김동욱 번역, 세미콜론)를 읽는 식으로요. 독서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재미’니까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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