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0일 일요일

고득점 비밀은 논제 속에… 이해·분석력 키워라

7개 주요 대학이 밝히는 예비 고 3 '논술 공부법'

논술은 수험생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다.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공부만으로도 벅차 논술까지 따로 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 하지만 논술 전형은 국내 주요 대학이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2013학년도 수시만 해도 고려대 1351명, 연세대 1160명 등 총 39개 대학이 논술 전형으로 1만7000여 명을 선발했다. 맛있는공부는 7개 대학 입학처장(혹은 논술 출제위원장)을 만나 2013학년도 대입 논술 출제 경향과 예비 고 3을 위한 ‘효율적 논술 공부법’을 들었다.
도움말 주신 분(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이름 가나다 순, 괄호 안은 소속 학과)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물리학과),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물리학과), 서경석 한양대 논술출제위원장(국어국문학과), 심형욱 한국외국어대 논술출제위원장(독일어과), 이산호 중앙대 논술출제위원장(프랑스어문학과),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통계학과), 이정훈 서강대 논술출제위원(국어국문학과) / 한준호 기자·이경민 기자·이신영 기자
경향1 | 교과서 내 제시문 출제로 예년보다 평이
연세대·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의 2013학년도 논술시험은 대체로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고과서 출제 비중을 높이라"는 학부모·교사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중앙대는 인문계열 Ⅰ·Ⅱ·Ⅲ 논술에 쓰인 제시문 18개를 전부 고교 교과서에서 출제했다. 한양대도 인문계 논술 Ⅰ에서 고교 국어·문학·독서 교과서에 수록된 수필 두 편을 제시문으로 줬고, 인문계 논술Ⅱ에선 세계지리 등 사회 교과서 속 '더 생각해보기' 항목에서 논제를 뽑아냈다. 논술 실시 대학 중 유일하게 영어 제시문을 사용하는 한국외국어대 역시 제시문 중 하나를 영어 교과서(High School English Ⅱ)에서 발췌했다.

'실생활 관련형 주제'가 다뤄지는 점도 최근 논술시험의 특징이다. 한양대는 인문계열 논술 1번 문항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과 올바른 선택 방향'을 논제로 삼았다. 고려대 인문계열 논술에선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대안' '평판의 사회적 기능과 신뢰' 등의 주제가 제시됐다. 성균관대는 지난달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이슈였던 '경제민주화'를 소재로 '경쟁에서의 효율성과 형평성' 등의 논제를 구성했다.

경향2 | 시험 형태 달라도 평가 요소는 엇비슷해
대학별 논술시험 형태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평가요소는 대동소이하다. △제시문을 읽고 핵심어(문장)를 찾아내는 '이해력' △서로 다른 2개 지문의 관계를 파악하는 '비교분석력'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제해결력' 등이 대표적.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문제를 예로 들면 △제시문 (가)·(나)·(다)의 공통 주제어를 찾아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제시문 비교하기 △제시문 (라)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의 논지 평가하기 등이 출제됐다. 한국외국어대 역시 인문계열 논술에서 △제시문 A·B의 공통 핵심어와 논제 찾고 두 제시문의 요지 서술하기 △제시문 A·B의 공통 핵심어로 자료 1·2·3을 분류한 후 비교 분석하기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자료분석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다. 성균관대의 경우, 매년 표·그래프·그림 등이 포함된 문제가 나왔다. 2013학년도에도 △주어진 데이터로 제시문의 두 입장 중 한 쪽 비판하기 △표·그래프 등의 내용과 제시문을 연관 지어 설명하기 등의 문항이 출제됐다.

논술 출제위원들은 "논술 고득점 답안 작성 비결은 논제에 이미 포함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요구하는 순서대로 답안을 작성하면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한양대 인문계열 논술 문제의 경우, 한 문제가 3개의 작은 문제로 나뉜다. "세 지문 속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 방식상 특징을 설명하고(①), 이를 활용해 테러 위험보다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대한 대응에 사람들이 소극적인 이유를 추론한 후(②), 그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시오(③)"란 형태다. 답안 분량이 '원고지 1400자'로 다소 길지만 논제 요구 순서에 따라 답안을 3개 단락으로 구성하면 된다.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정훈 서강대 교수는 "흔히 논술시험 앞 부분에 나오는 △핵심어나 핵심 문장 찾기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제시문 비교·분석하기 등은 모두 '제시문 내용과 제시문 간 관계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를 평가하는 문제"라며 "제시문 분석이 치밀하고 정확하게 이뤄질수록 점수가 높게 매겨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제시문에서 벗어난 내용을 기술하면 감점되기 쉽다. 서경석 한양대 교수는 "논제와 상관없이 외워 온 지식으로 답안을 쓰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재원 고려대 입학처장 역시 "제시문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답안은 감점 대상이지만, 제시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한 후 자기 문장으로 다시 쓴 학생은 가산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대비법 | 같은 값이면 ‘다독’보다는 ‘정독’ 권장
논술 준비 시 가장 중요한 교재는 고교 교과서다. 박승한 연세대 입학처장은 "논술과 고교 교과서 연계가 강화되는 만큼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 해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정훈 교수 역시 "사회 교과서 내용이 실제 우리 생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고 연계성을 따져보는 식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서 측면에선 '다독(多讀)'보다 '정독(精讀)'이 효과적이다. 심형욱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A4 반쪽 분량의 짧은 글을 읽고 요약하는 습관 △언어영역 문제 제시문을 읽으며 핵심 단어(문장)를 찾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가운데 주제를 정해 친구들과 찬반토론하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이산호 중앙대 교수는 "목표 대학의 논술 문항 유형이나 모범답안 구성 양식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시 지원 기회가 6회로 제한되면서 목표 대학 맞춤형 학습이 한층 중요해졌어요. 논술 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이라면 두세 군데 목표 대학을 설정, (매년 3·4월에 배포되는) 대학별 논술 안내 책자 내용을 바탕으로 철저하게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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