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원서 읽고 의견 교환… 어휘력·문장력·사고력 '쑥쑥'

북클럽 활동으로 영어 실력 쌓는 아이들
고교생 리더, 초등생 회원 '맞춤 양서' 추천
퀴즈 풀고 에세이 쓰며 영어 '재밌게' 익혀

'우리 아이가 독서를 좀 더 재밌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 직한 고민이다. 읽혀야 하는 책이 까다로운 영어책일 경우, 이 같은 고민은 곱절이 된다. 하지현(청심국제고 1년)양과 지혜빈(서울 창동초등 6년)양은 이런 고민과 관련, 나름의 해결책을 찾았다. 여럿이 한 책을 읽은 후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일명 '북클럽(book club)' 활동이 그것. 둘은 "북클럽 활동 덕분에 읽기·쓰기 능력이 동시에 늘었고 사고력도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어휘 공부, 에세이 작성으로 효과 높여
하지현(왼쪽)양과 지혜빈양.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라는 두 사람은 사진 촬영 중에도 다음에 읽을 책을 함께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현양과 지혜빈양은 '쑥쑥 북클럽'(www.suksuk.co.kr/bookclub)에서 활동 중이다. 이곳에 개설된 여러 북클럽 중 두 사람이 활동하는 '12기 북클럽'은 초등 5·6학년생 회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리더는 고교생인 하양이 맡고 있다. 하양은 올 6월, 전임 리더였던 윤재원(미국 우드베리 포레스트 스쿨 12년)군에게서 리더직을 물려받았다. 리더의 역할은 막중하다. 회원(초등생)의 수준에 맞는 책을 먼저 읽은 후 1주일에 한 번씩 인터넷에 해당 책에 대한 문제를 만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 회원들은 이후 1주일간 하양이 추천한 책을 읽고 문제의 답을 써서 올린다. 다른 회원이 올린 답을 읽고 의견을 공유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중 하나다.

하양이 문제를 구성하는 방식은 △책 내용 묻기(3~5개) △어려운 단어 뜻 익히고 예문 만들기(6개) △책 내용 관련 주제로 짧은 에세이(3~8행 분량) 쓰기(1개) 등 크게 세 가지다. 이 중 회원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유형은 단연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내야 하는' 에세이 문제다. 예를 들어 '형제'가 등장하는 책을 읽었다면 하양은 '자신의 형제(자매) 사이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에세이를 작성하라'고 주문한다. 지혜빈양은 "내 경험담을 소재로 해 글쓰기가 훨씬 쉬울 뿐 아니라 또래 회원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즐겁다"고 말했다.

"혼자 책을 읽을 땐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넘어가곤 했어요. 조금만 재미없다 싶으면 도중에 덮어버린 적도 많았죠. 하지만 1년 전 북클럽 활동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책을 집어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책 속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이해하는 훈련도 되더라고요. 제일 좋은 점은 예문과 에세이를 꾸준히 쓰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문장력이 향상됐다는 거예요."

하양 역시 문제를 낼 때 '어휘' 부분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영단어의 경우, 뜻을 찾아보는 데서 그치면 금세 잊어버리게 되거든요. 하지만 해당 어휘로 자신만의 문장을 만들어보면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초등생 눈높이 맞는 책 고르는 게 관건
하양은 회원들에게 읽힐 책을 고르는 작업에도 신중하다. 회원 어머니들의 의견도 종종 참조한다. 회원뿐 아니라 회원 어머니도 자유롭게 해당 커뮤니티에 접속,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 것. 학교 친구들도 하양의 도서 선정에 적지않은 도움을 준다. 북클럽 리더가 된 후 그는 지금껏 미국 작가 앤드루 클레멘츠(Andrew Clements) 등 한 작가의 책을 연달아 너덧 권 이상 독파하는 '작가별 시리즈' 형태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앤드루 클레멘츠는 초등생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많이 쓴 작가인 데다 작품의 상당수가 미국 초등 5학년 필독서로 지정돼 있어 북클럽 활동에 유용하다"며 "책 선정 기준은 '초등생 회원의 눈높이에 맞는 양서'"라고 귀띔했다. 요즘은 초등생과 청소년 얘길 주로 쓰는 미국 작가 주디 블룸(Judy Blume)의 책을 읽고 있다.

하양에 따르면 북클럽 활동은 전적으로 '회원 각자의 자율'이다.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다 해서 벌을 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과제 제출률은 언제나 100%다. 하양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활동인데도 과제물을 모두 손글씨로 작성해 올려 종종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몇몇 친구는 제게 '북클럽 운영은 스펙 쌓기용 활동 아니냐'고 묻곤 해요. 그런데 전 이 활동을 통해 오히려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고교생인 제 수준에선 쉬운 책이지만 막상 관련 주제로 에세이를 쓰려고 생각하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럴 때 초등생 회원들의 과제물을 보며 놀랄 때가 많죠. 특히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싶은 제 입장에서 초등생들과의 교류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에요."

지혜빈양은 북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며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 지금껏 영어학원 한 번 다닌 적 없지만 미국 초등 5·6년생 수준의 영어책은 막힘 없이 읽어낼 정도. 지양은 "친구들도 나처럼 책 읽기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어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대개 학원 교재로만 공부하고 단어도 하루에 수십 개씩 외운대요. 과제양도 많아 힘들어하죠. 사실 그게 영어 공부의 전부는 아닌데…. 영어책을 활용하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재밌게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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