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일 화요일

거품 함수와 방정식


비눗방울과 같은 거품은 생활 곳곳에 있다. 매일 마시는 물도 조금만 흔들면 거품이 생긴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수, 국과 찌개 같은 음식물에서도 거품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콜라나 사이다가 거품을 발생시키는 이유는 안에 기체 성분이 들어 있어서다. 콜라나 사이다를 마시면 톡 쏘는 맛을 내는 이유도 이 기체 때문이다. 바로 이산화탄소다.

높은 압력을 이용하면 물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녹일 수 있다. 콜라나 사이다는 단맛이 나는 물에 높은 압력으로 이산화탄소를 녹여 만든 음료수다. 그래서 병이나 캔의 뚜껑을 열면 안의 압력이 약해지면서 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빠르게 튀어나오는데, 이것이 물속에서 거품을 만든다. 병을 흔들면 이산화탄소가 더 잘 빠져나오기 때문에 거품이 더 잘 생긴다.

그런데 음료수 뚜껑을 연 뒤 오래 놔두면 음료수가 단맛만 남아 심심해지는 걸 느낄수 있다. 음료수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거의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음료수를 맛있게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한 이산화탄소가 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컵에 따라서 마실 때보다 병이나 캔에 들어 있는 상태로 마실 때 이산화탄소가 덜 빠져나간다. 컵에 음료수를 따르면 음료수가 공기나 컵에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지는데, 그만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산화탄소 분자들은 액체 속에서 하나씩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들은 일단 어떤 장소에 모여 덩어리를 만든다. 이것이 거품이다. 미세한 먼지나 어떤 흠은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장소 역할을 한다. 컵 안쪽 표면에 조그만 흠집이 있으면 음료수를 따를 때 조그마한 공기방울을 붙잡아 둘 수 있다. 이 공기방울은 음료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분자를 끌어들여 흠이 없는 컵보다 거품이 더 생기도록 만든다. 거품은 온도와도 관계가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거품이 잘 발생한다. 음료수를 마실 때 컵을 차게 한 상태로 이용하면 그만큼 오래 음료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실 것 중에서 거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맥주다. 혹시 맥주에도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을까? 그렇다. 이산화탄소는 발효과정에서 생긴다. 그런데 맥주는 사이다나 다른 음료와 달리 표면에 생긴 거품이 꽤 오래간다. 왜 그럴까? 맥주에 비누와는 다른 성분의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맥주에 든 계면활성제는 거품이 잘 생기고 오래 유지되도록 돕는다. 맥주 거품은 공기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 맥주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또 거품은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걸 막아 마셨을 때 톡 쏘는 맛을 유지시켜 준다.

독일의 한 과학자는 맥주 거품을 수학적으로 연구했다. 루드비히 막시밀리언스대 물리학과의 아른트 라이케 교수는 2002년 맥주 거품이 지수함수에 따라 감소한다는 내용을 ‘유럽 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지수함수는 y=2x과 같이 거듭제곱의 지수를 변수로 하는 함수로, 값이 매우 급격하게 변한다.

라이케 교수는 뚜껑을 따고 맥주를 컵에 따른 뒤 6분 동안 맥주 거품의 높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15번 측정했다. 측정 결과 거품이 지수함수에 따라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맥주 거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처음에 10분 걸렸다면, 그 다음에 다시 반(초기의 1/4)으로 줄어드는 데도 10분이 걸렸다는 애기다. 즉 맥주 거품이 생긴 뒤 그 양이 1/2이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 10분이라면 처음 양의 1/4 이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0분이라는 뜻이다.

색이 있는 비눗방울이 있을까?

색을 띠는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을까? 비눗방울이 색을 띤다는 것은 가시광선 중에서 그 색을 띠는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는 모두 흡수한다는 의미다. 색을 띠는 특별한 화학물질을 이용하면 색깔 있는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다. 발명가 팀케호에는 색 있는 비눗방울 ‘주블’을 무려 11년이라는 세월을 들여 개발했다. 주블은 색을 띠지만 옷에 색이 묻어나지 않으며 인체에 해가 없다.

샴페인을 흔들고 따면 거품이 폭발하는 이유

샴페인을 흔들고 따면 거품이 폭발하는 이유샴페인을 흔들고 따면 거품이 폭발하는 이유

맥주나 샴페인에는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데, 뚜껑을 열면 이들이 공기방울, 즉 거품을 만들며 위로 떠오른다. 그런데 맥주와 샴페인에는 물의 표면장력을 줄이기 위한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 이 계면활성제는 공기방울을 둘러싸 방울 표면을 두껍고 단단하게 만든다. 공기방울이 위로 올라갈 때는 이 계면활성제도 같이 따라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계면활성제가 많을수록 그만큼 올라가는 속도도 느려진다. 따라서 공기방울이 올라가는 속도는 계면활성제의 양이 많을수록 줄어든다. 맥주는 샴페인보다 30배나 많은 계면활성제를 갖고 있다. 그만큼 맥주에서 생기는 공기방울은 샴페인보다 더 느리게 올라간다. 이는 반대로 샴페인이 맥주나 다른 음료에 비해 공기방울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다. 프랑스 모와샨돈 연구소의 베르트란드 로빌라드와 라임대 제라드 라저-벨라이어는 2000년에 공동으로 이런 비밀을 알아내 유럽 과학저널인 ‘랭뮤어’에 발표했다.

바다 거품, 멱함수 법칙 따른다

바다에서 큰 거품은 높이 솟아오른 파도가 크게 굽어지면서 생긴다. 이런 파도는 파도타기 선수들이 좋아하는 파도다.바다에서 큰 거품은 높이 솟아오른 파도가 크게 굽어지면서 생긴다. 이런 파도는 파도타기 선수들이 좋아하는 파도다.
바닷가에 가면 바닷물이 만드는 거품을 볼 수 있다. 바다 거품은 잘 생길뿐더러 오래 유지되는 편이다. 그 이유는 바닷물에도 계면활성제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다 거품은 어떻게 생길까? 주로 바닷물을 세차게 흔드는 바람에 의해 파도와 함께 생긴다. 시속 24km 이상의 바람이 바닷물을 위로 힘차게 밀어 올리면 높이 솟은 바닷물은 중력에 의해 밑으로 떨어진다. 이때 공기와 바닷물이 섞이면서 바다 거품이 만들어진다. 이때 생기는 거품의 양은 바다표면의 마찰력과 바람의 속도에 비례한다. 이런 바다 거품을 알면 바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바람의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가 발명되기 전 항해사들은 실제로 파도와 거품을 이용해 바람 속도를 측정했다. 19세기에 활용된 ‘보버트 풍력 단계’가 그 예다. 당시에 보버트 풍력 6단계는 ‘흰거품의 물마루를 일으키는 강한 산들바람’을 말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시속 38~48km의 바람을 의미한다. 8단계는 ‘한곳에 집중되면 거품을 만드는 강풍’으로 시속 61~68km의 바람을 뜻했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바람의 속도와 바다 거품의 양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내진 못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바람이 시속 24~32km 더 빨라지면 바다표면에 거품이 약 3배 증가한다. 이 수학적인 비례에 바다 전체의 평균 바람 속도를 대입하면 평상시 바다에 생기는 거품량도 알 수 있다. 실제 계산했더니 평상시 바다는 거품이 생기는 파도가 바다표면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땅과 맞먹는 면적이다.

2002년 미국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물리학자인 그랜트 딘과 데일 스토크스는 캘리포니아 바다와 실험실 물탱크에서 부서지는 파도를 분석해 바다 거품의 크기와 개수가‘멱함수 법칙(power law)’을 따른다는 사실을 확인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거품이 작을수록 개수가 많았고, 클수록 적었다는 뜻이다. 멱함수 법칙은 지진의 규모처럼 자연현상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지진도 작은 규모의 지진은 많이 발생하지만 큰 규모의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멱함수는 y=x2과 같이 변수의 거듭제곱으로 나타나는 함수로 이차함수도 멱함수의 하나다.

이들은 또 파도가 부서질 때 발생하는 거품의 크기도 조사했는데, 그 결과 큰 거품은 파도가 굽어질 때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냈다. 파도 안쪽에 생긴긴 터널 같은 공간에서 바닷물이 공기와 만나 지름이 1mm에서 수cm까지인 거품이 발생한다. 작은 거품은 파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 물이 튀면서 공기가 물에 들어가 생긴다는 사실도 연구진은 확인했다. 이들은 또 바다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소리도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거품이 작을수록 높은 음을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로 파도소리를 이용해 거품의 크기를 알 수 있게 됐다.

민물에서는 거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민물에서도 거품이 잘 생기는 곳이 있다. 바로 폭포다. 이곳은 물과 공기가 활발하게 섞여 거품이 잘 생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폭포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 거품으로 가득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생기는 수없이 작고 많은 거품은 빛을 반사해 하얗게 보인다. 비누거품을 보면 투명한 경우도 있지만 하얀 경우도 볼 수 있다. 사실 따로 떨어져 있는 경우는 투명해 보이지만 뭉쳐 있는 경우는 대부분 하얗다. 작은 거품 알갱이가 들어오는 모든 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는 모든 빛이 합쳐져 하얗게 보인다.

그런데 하얀 바다 거품은 무엇보다 지구에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바다거품은 지구에 들어온 태양의 복사 에너지를 잔잔한 평상시 바다보다 더 많이 반사시켜 지구가 태양에너지를 덜 흡수하도록 만든다.

또 공기와 바닷물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바다거품은 공기 중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흡수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한편 바다 거품이 터질 때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흩뿌려 지는데, 이 물방울은 구름 씨앗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바다 거품을 알면 기후를 예측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포효하는 40°, 사나운 50°

바다 중에는 특별하게 바람이 강한 지역이 따로 있다. 바로 남반구 남위 40°에서 60°까지의 지역이다. 40°에서 50°까지를 ‘포효하는 40°’, 50°에서 60°까지를 ‘사나운 50°’라고 일컬을 정도다. 이 지역에는 편서풍이 계속 부는데, 이 바람을 방해할 육지가 없어 지구에서 가장 강한 바닷바람이 분다. 바람이 센 만큼 그 세기에 비례해서 바다 거품도 가장 많이 발생한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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