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 맛 통조림이 나왔어요. 등호를 사이에 둔 통조림은 알려지지 않은 맛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답니다. 거꾸로 생각할 때 통조림이 열리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럼 방정식 맛 통조림을 열어 볼까요?
방정식은 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를 사용한 식에서 처음으로 개념을 접합니다. 2학년 때는 미지수 구하기와 식 만들기에서 배웁니다. 4, 5학년을 거치면서 문제해결 전략의 한 방법으로 다루다가 6학년 과정에서 방정식과 비례식이라는 용어를 통해 본격적으로 배웁니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일차방정식과 부등식에서 이차방정식까지 배우고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삼, 사차방정식 등 복잡한 방정식을 학습합니다.
방정식, 넌 도대체 누구니?
“오빠! 내 왼손에는 사탕이 5개 있어.”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던 인나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오빠에게 움켜쥔 손을 내밉니다. 양손에는 사탕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럼 오른손에는 몇 개가 있게? 힌트를 주면 내가 가진 사탕은 모두 12개야.”
동생의 질문을 들은 오빠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요? 간단하게 □를 포함한 식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 + 5 = 12니까 오른손에는 7개!”
동생 인나는 순식간에 알아맞히는 오빠의 실력에 놀라워합니다.
여러분도 인나의 질문에 금세 답할 수 있죠? 이처럼 모르는 수인 미지수를 포함하는 등식을 방정식이라고 해요. 그럼 방정식을 학교에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왜 만나며, 이러한 방정식이 어디에 활용되고 그 시작은 어디인지를 알아볼까요?
만남1 □가 있는 식 만들기
만남1 □가 있는 식 만들기
초등학교 1, 2학년 과정에서 모르는 수나 어떤 수를 식으로 나타내는 과정은 방정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년 1학년 과정에서는 □가 있는 덧셈식과 뺄셈식을 공부합니다. 2학년이 되면 □가 있는 곱셈식을 배우지요. 여기서는 문제네서 모르는 수를 □로 나타내는 훈련을 합니다. □를 포함한 식을 만들어 보는 겸험도 중요하지요. 또한 어떤 수가 □만이 아니라 △나 ◯, ( ) 등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른쪽 문제는 식을 세우는 과정에서 미지수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 줍니다. 모르는 수가 보자기로 덮인 과자의 수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식으로 나타낼 수 있는지 맞혀 보세요.
만남2 문장을 수식으로, 수식을 문장으로 나타내기
만남2 문장을 수식으로, 수식을 문장으로 나타내기
□를 사용한 덧셈식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다음으로 □를 사용한 곱셈식을 만들고 나아가 곱셈식을 보고 문제 만들기도 합니다. 수식으로 표현된 등식을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바꾸는 거지요. 문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식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지를 스스로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미지수의 값을 직접 구하는 연습을 하면서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방정식을 활용하기 위한 기본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왼쪽은 ‘13-5=□’에 대한 식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를 만들어 보는 문제입니다. ‘어떤 수’를 사용한 식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가하게 됩니다.
만남3 거꾸로 생각해 문제풀기
만남3 거꾸로 생각해 문제풀기
방적식을 풀 때는 생각을 다르게 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3=10’에서 □의 값을 구하려면 덧셈을 뺄셈으로, 뺄셈을 덧셈으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계산하는 방법은 문제를 다 풀고 나서 검산하는 방법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왼쪽은 공책과 연필, 지우개를 사고 남은 돈이 180원인 경우 처음에 가지고 있던 돈이 얼마인가를 묻는 문제입니다. 물론 처음 가진 돈을 어떤 수로 표현하여 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생각해 문제풀기’ 전략을 사용해 풀어 봅시다.
만남4 미지수를 x로 하는 방정식 풀기
만남4 미지수를 x로 하는 방정식 풀기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미지수를 x로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등식의 성질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 간단한 방정식도 풀 수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는 미지수가 하나인 방정식과 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합니다. 또한 방정식을 활용해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지요.
다음 문제에서는 구하고자 하는 수량을 미지수인 x로 두고 식을 세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정식에서 삼각형의 높이는 모르지만 밑변과 넓이를 알고 있을 때 높이가 얼마인지 구해 보세요.
방정식을 왜 배워야 하지?
모르는 수가 있더라도 조건을 만족하는 등식을 세울 수만 있다면 미지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방정식이 가진 위력 때문이지요. 유명한 수학자 데카르트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꿈이 있었어요. 그가 발표한 ‘규칙’은 방정식의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이처럼 방정식은 학문과 실생활 모두에 쓸모가 많답니다.
이유1 생활 속에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사
방정식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방정식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문제 해결 방법 찾기를 통해 여러 해결 전략을 비교해 좀 더 효과적인 전략을 선택하는 학습을 합니다. 중학교 과정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방정식은 학습 과정에서 강력한 문제 해결의 도구로 쓰이게 됩니다.
문제 해결에 많이 쓰는 방법에는 초등학교 3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예상과 확인’ 전략이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때 답이 얼마라고 예상하고, 이것이 문제 조건에 적절한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만일 처음 예상이 틀리면 다시 예상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답을 찾는 것이지요. 다만 문제의 수가 크고 복잡하면 예상과 확인을 많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이 전략을 잘못 쓰면 주먹구구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보다 형식화된 방법이 방정식입니다. 처음부터 모르는 수를 x나 y와 같은 미지수로 정하고 식을 세워서 답을 찾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방정식으로 만들어 풀려면 문장을 수식으로, 수식을 문장으로 바꾸는 초등학교 과정과 문자를 포함한 방정식을 푸는 중학교 과정을 익혀야 합니다.
데카르트는 방정식의 미지수를 처음으로 x로 나타냈다.
이유2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갖추기
‘분석법’은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분석법은 기원전 6세기경에 피타고라스학파의 수학자들이 사용한 것으로 플라톤 또한 분석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분석법에는 해야 하는 것을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가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계속해서 묻는 과정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분석 또는 거꾸로 풀기라고 합니다. 이러한 분석법이 방정식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방정식은 알고자 하는 수와 자료 사이에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등식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과정에 분석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방정식은 미지수의 값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방정식이 이미 풀린 것으로 가정해서 식을 세우고 등식의 성질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가게 됩니다. 이미 성립됐다고 가정하고 조건을 찾아간다는 점이 바로 분석법과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이와 같은 수학적 사고에 대한 경험과 활용은 여러분의 수학 능력을 끌어올려 줄 것입니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물구나무를 서면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다. 거꾸로 바라보는 것은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다.
교과서에 숨은 의미를 찾자!
여러분은 수학 수업을 들을 때 옆에 있는 교과서를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내용을 읽고 문제를 풀고서는 그대로 덮진 않나요?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른 풀이과정도 생각하면서 사고력을 키워 보세요!
중학교 비유와 상징 1학년 111쪽
중학교 비유와 상징 1학년 111쪽
중학교 1학년이 되면 미지수를 포함한 식의 풀이방법은 일차방정식에서 등식의 성질로 이어집니다.
양쪽 무게가 같은 역기 그림은 등호 ‘=’가 성립하려면 좌변과 우변의 값이 같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8+□=13’에서 □를 구하기 위해 동호의 양변에서 8을 빼는 것으로 생각했던 이유가 수학적으로 설명되는 부분입니다.
초등학교 썼던 거꾸로 생각해 계산하는 방법이나 □가 중학교에서는 등식의 성질과 미지수 x로 추상적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초등수학 2-1 교과서 90쪽
초등수학 2-1 교과서 90쪽
어떤 수□를 이용해 덧셈식과 뺄셈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문장이 아닌 그림이나 수직선으로 나타낸 문제입니다. 수식 ‘10+□=12’와 ‘14-□=7’은 구슬 그림으로, ‘9+□=20’과 ‘24-□=5’는 수직선을 통해 식을 세우고 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 세계의 상황뿐만 아니라 수직선과 같은 다양한 상황을 하나의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육심리학자 브루너는 어떤 지식도 활동적, 영상적,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덧셈식이나 뺄셈식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을 영상(그림)이나 상징(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체적으로 직접 경험하는 활동적인 표현이 있습니다. 직접 구슬을 옮겨 보는 활동이 대표적인 예가 됩니다. 이처럼 수식을 문장으로, 그림으로, 수직선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등수학 5-가 익힘책 139쪽
초등수학 5-가 익힘책 139쪽
거꾸로 생각해 풀기 전략을 사용해 풀 수 있는 문제는 대부분 방정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방정식보다 거꾸로 풀기 전략을 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장으로 된 문제를 식으로 나타내는 과정을 이해하고 방정식을 풀기 위한 역연산의 기능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덧셈식이나 뺄셈식을 그림이나 수직선으로 나타내 어떤 수 □를 구하는 훈련도 역연산과 연결됩니다. 오른쪽의 마지막 문제는 어떤 수 □를 포함하는 나눗셈 식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앞으로 등식의 성질을 이용한 방정식의 풀이 과정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역사, 그리고 실생활 속의 방정식
구장산술
수학에는 일차, 이차, 미분방정식 등 수많은 방정식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여러가지 문제 상황을 식으로 만들고, 이를 풀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럼 ‘방정식’이라는 용어는 어디서 왔을까요?
‘방정’이라는 말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산학서 ‘구장산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원전 1100~771년에 중국을 다스리던 주나라 때 만들어진 구장산술은 모두 아홉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제8권의 제목이 방정입니다. 19세기 들어 중국의 수학자 이선란이 서양의 수학책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equation’이라는 용어를 방정으로 번역하면서 ‘방정식’이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 방정은 ‘여러 수를 네모 모양으로 늘어놓고 계산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 수를 네모 형태로 배열한 다음, 한 열에 있는 수에 같은 수를 곱하거나 한 열에 대응하는 다른 열의 수를 빼는 과정을 통해 답을 얻었던 것입니다. 2개의 일차방정식을 쌍으로 놓고 푸는 연립 일차방정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양보다 앞선 동양의 방정식
낙서
서양에서도 연립 일차방정식을 다루었지만, 산학처럼 간편하게 계산하게 된 것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여러 수를 사각형으로 나열한 ‘행렬’은 영국의 수학자 실베스터가 1848년에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지요. 이처럼 수를 사각형으로 나열하는 방법은 수학의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양의 산학이 수를 사각형으로 배열하게 된 기원은 ‘낙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낙서란 한 개의 점부터 아홉 개의 점을 네모 모양으로 나열한 것을 말합니다. 고대 중국의 하 왕조를 세운 우제가 낙수라는 곳에서 치수 공사를 할 때 강에서 건져 올린 거북의 등에는 낙서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대저울은 수평잡기의 원리로 무게를 잰다. 등식의 성질을 활용한 생활 속의 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생활 속의 방정식
파피루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방정식을 계산하는 방법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훨씬 오래 전부터 다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도 방정식의 형태를 가진 문제는 오랫동안 실생활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퍼즐이나 놀이에도 이런 문제가 존재합니다. 기원전 1650년경 이집트의 수학자 아메스는 파피루스에 여러 가지 계산 문제를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79번 문제에는 “집 7, 고양이 49, 쥐 343, 밀이삭 2401, 홉 16807”이 적혀 있었습니다. 7채의 집에는 각각 7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 한 마리는 7마리의 쥐를 잡아먹으며, 쥐 한 마리는 7개의 밀 이삭을 먹고 하나의 밀 이삭에서는 7홉의 곡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전체 재산을 더하면 19607이라는 수가 나옵니다. 이 문제는 7의 1배수에서 5배수까지의 값을 더하는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 : 박현정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교육과
수학동아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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