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변수는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 결과다. 성공과 관련한 실험 가운데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연구다. 1970년대 초에 첫 번째 결과가 발표됐으니, 40여 년 동안 세월의 검증도 받았다.
이 연구는 비슷한 여러 실험으로 구성돼 있다.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시됐고, 참가한 어린이의 수는 653명에 이른다. 그 중 최초의 제안자이며 지금까지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월터 미셸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당시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1972년에 한 실험 내용은 이렇다. 4~6살의 미취학 어린이를 책상과 의자가 있는 방에 데려와 앉힌다. 아이에게 프레첼 쿠키와 마시멜로를 함께 보여준다. 그런 뒤 뭘 먹고 싶은지 고르게 한다. 아이가 고르면 “만약 15분까지 기다리면 네가 선택한 과자를 주겠지만, 못 기다리면 다른 걸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고 방을 나간다. “기다리지 않아도 뭔가 얻을 수 있지만, 기다리면 더 좋은 걸 얻을 수 있다”는 조건인 셈이다(이런 상황을 ‘만족지연’이라고 부른다).
이 실험의 결과는 참담(?)했다. 아이들 10명은 모두 실험을 포기했으며(선택하지 않은 과자를 먹었으며), 기다린 시간은 평균 30초도 안 됐다. 별로 기다릴 요인이 없었던 것이다.
사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다른 실험이다. 선택지를 ‘한 개의 마시멜로와 두 개의 마시멜로’로 바꿨다. “기다리지 않아도 뭔가 얻을 수 있지만, 기다리면 더 많이(2배) 얻을 수 있다”인 셈이다. 이 실험에서는 어린이의 약 3분의 1이 15분을 견뎌 마시멜로를 두 개 먹었다. 이 실험은 인종이나 나라에 상관 없이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 실험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셸 교수팀은 10여 년 뒤인 1981~1982년과 1984년,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이제 10대가 된 아이들을 평가한 설문조사와 미국 대입수학능력시험(SAT) 성적 등을 요청했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오래 기다린 아이들은 더 지적이었고 집중력도 높았으며 좌절할 만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이 강했다. 더 유쾌했고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도 탁월했다. 스트레스도 덜 받았다.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한국에서 굉장한 관심을 받았다) 수능 성적이었다. 오래 기다리거나 참은 아이들의 수능 성적이 높았다. 성공방정식의 첫 번째 항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일단 잘 참을 것!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성경 야고보서 1장 12절).”
●마시멜로 실험이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자기절제력과 성공을 예측해서가 아니다. 미셸 교수의 관심은 어린이의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이들을 만족지연 상태로 이끄는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미셸 교수는 실험에서 아이들이 보인 재밌는 반응에 주목했다. 참는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손으로 쓰다듬거나 콕콕 찌르고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만졌던 손을 빨고, 심지어 핥은 뒤 안 먹은 척 하고 내려놨다. 일부는 눈을 가리거나 뒤로 돌아앉거나 옷을 쥐었다. 이는 뭔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견뎌야 하는 사람의 보편적인 행동이다. 그렇다면 이를 역이용해 아예 뭔가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는 없을까.
미셸 교수는 아이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첫 번째 아이들에게는 기다리는 동안 재밌는 생각을 하게 했다. 두 번째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줘서 가지고 놀게 했다. 마지막 그룹에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게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게 한 아이들의 결과가 앞서 소개한 ‘전원 포기, 기다린 시간 30초 미만’이라는 참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난감을 주자 기다리는 시간은 8분 이상으로 늘었고(0.5분에서 무려 17배 이상 늘었다!), 재밌는 생각을 하게 하자 12분으로 늘었다(무려 24배!). 15분을 견뎌낸 어린이의 비율도 각각 40%, 60%나 됐다. 아이를 만족지연으로 이끄는 것은 아이의 타고난 성향도 있지만, 어른이 이끌어 주는 행위 역시 무시 못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이들을 만족지연으로 이끈 ‘생각’의 종류를 탐구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재밌는 생각을 하게 하고, 두 번째 그룹은 슬픈 생각을 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먹을 대상(마시멜로나 프레첼) 생각을 하게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재밌는 생각은 앞서와 비슷했는데(13분), 슬픈 생각을 하게 하자 5분으로 줄었고, 과자 생각을 하게 하자 5분도 채 못 기다렸다.
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는 놀고 싶어하는 자녀에게 보통 ‘좋은 대학 가서 지금 하고 싶은 것 실컷 할 생각을 해봐’라고 위안한다. 그런데 이런 말은 오히려 자녀의 만족지연능력을 떨어뜨려 당장 다 포기하고 놀게 만들지도 모른다.
마지막 실험은 더 의미심장하다. 과자를 통에 담아 탁자 밑에 감춰서 보이지 않게 했다.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아무 지시도 안 하거나 즐거운 생각을 하거나, 대상(과자) 생각을 하게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즐거운 생각을 한 그룹은 평균 거의 15분 가까이 기다렸고, 아무 생각 안 한 그룹도 거의 13분을 기다렸다. 그런데 숨긴 과자를 생각하라고 한 그룹은 0.8분도 못 기다렸다. 고등학생에게 이성친구를 못 만나게 한 뒤 ‘수능 보고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한다면, 기다리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오히려 바로 자포자기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그룹이다. 눈에 안 보이면 잘 참는다. 아이들을 기다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온갖 유혹을 아이들 눈앞에 제공해 주는 어른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어른의 잘못(?)을 지적하는 연구는 작년 10월에도 나왔다. 셀레트세 키드 미국 로체스터대 뇌인지과학과 교수팀이 심리학 저널 ‘인지’에 발표한 논문은, 마시멜로 실험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실험자의 신뢰성’을 실험했다. 연구팀은 과자를 주기 전 사전 실험을 했다. 3~5세 아이들에게 낡은 놀이 세트를 주고, 잠시 뒤 새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말했다. 잠시 뒤 첫 번째 그룹은 약속했던 새 세트를 가져오고(약속을 지킨다), 두 번째 그룹은 미안하다며 빈 손으로 온다(약속을 어긴다). 비슷한 과정을 한 번 더 한뒤,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약속을 거푸 어겼던 실험의 아이들은 겨우 3분을 기다린 반면, 약속을 지킨 실험의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다. 믿을 만한 실험자에 대해서는 4배나 더 오래 기다린 것이다. 끝까지 참은 아이들도 1명과 9명으로 극단적으로 갈렸다. 이 말은 아무리 미취학 어린이라고 해도, ‘세상에 믿을 어른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순간 만족지연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 버린다는 뜻이다. 만족지연 능력도 ‘어른 하기에 달린’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교육을 통해 이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미셸 교수는 1989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상 숨기기, 즐거운 생각 하기 등 만족지연 능력은 인지 전략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극에 주목하면 지연 능력이 떨어지고, 추상적인 면에 집중하면 올라갔다. “만족지연을 가르쳐서 학교 생활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지연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기회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반대로 선천적인 면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제이 케이지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팀은 2011년, 이제는 40대 중반이 된 마시멜로 실험의 주인공 중 59명을 대상으로 중년의 행위 패턴과 뇌 fMRI를 연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마시멜로를 잘 참은 그룹과 참지 못한 그룹 사이에는 뇌에도 차이가 있었다. 잘 참은 어른은 반응을 억제하는 우측하전두회가 더 활성화됐고, 참지 못한 어른은 중독과 관련된 복부선조체가 더 활성화됐다. 만족지연 능력이 선천적인 차이일 수 있다는 뜻이
다. 실제로 어린 시절의 만족지연 여부는 중년의 행위까지 영향을 미쳤다.
마시멜로 실험은 이제 시작이다. 성공방정식의 교육 변수 e는 양수일지 음수일지 아직 모른다.
●t는 돌발 변수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티핑포인트’가 있다. 티핑포인트는 ‘작은 변화가 쌓여 이제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폭발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낙타의 등에 지푸라기를 얹어 낙타를 무릎 꿇게 하는 시기가 온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티핑포인트에는 보다 복잡한 뜻이 숨어 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상태로,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이 여기에 관여한다. 바로 ‘나비효과’로 대표되곤 하는 급변과, ‘전체는 부분의 합을 능가한다’는 말로 대표되는 창발이다. 뉴런 하나하나는 전기신호만 전달하지만, 1000억 개의 뇌세포가 모인 뇌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는 게 창발의 예다.
나쁜 의미의 급변도 있다. 갑작스런 녹조현상, 도시의 예고 없는 폭동, 범죄율의 증가 등이 그 예다. 마틴 셰퍼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환경과학부 교수의 저서 ‘급변의 과학’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변화에 대한 내성이 작아질 때 일어난다. 비유하면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 때는 작은 요동에도 계 전체가 전환점(티핑포인트)을 넘어 불안정한 수준으로 급격히 굴러 떨어진다. 폭발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태, 폭풍전야다.
사회의 급변 속에서 그 ‘끓는점’을 찾을 수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은 극소수의 ‘허브(네트워크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마당발’ 같은 존재)’를 찾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메시지를 만들고, 작은 환경 변화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이 마지막 조언이 바로 네트워크 안에 숨은 실마리다. 변화의 실마리는 작지만 당신 주위에 있을 수도 있다. 주위 사람부터 살펴보자.
●사회 네트워크는 행복을 바이러스처럼 전파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은 1983년부터 2003년까지 20년 동안 4739명의 행복 네트워크를 연구해 2008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1.6km 범위 안에 사는 친구가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질 확률이 25%, 친척이 행복해지면 14%가 됐다. 바로 옆집 이웃이 행복해지면 무려 34%가 행복해졌다. 관계나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영향이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확률은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할 확률은 6%로 줄었다.
재밌는 것은 함께 사는 배우자가 행복해지는 경우는 나를 8%밖에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별거하면 아예 영향을 못 끼쳤다). 이성보다는 동성간에 행복도가 잘 전파되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행복도 영향을 못 끼쳤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2010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 논문에서 남을 돕는 이타적인 행동이나 협력도 똑같이 네트워크를 타고 3단계까지 전파된다고 밝히고 있다. 두 연구를 종합해보자. 행복한 사람 곁에는 행복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남을 잘 돕는 사람 곁에는 돕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 곁에 있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전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창안한 ‘플로우(몰입)’는 행복심리학 또는 긍정심리학의 대표적인 개념이다. 몰입은 게임이나 음악 연주 등에 정신 없이 빠져들었을 때의 경험이다. 시간은 빨리 흘러 자신이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는지 깨닫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도 잊고 막연한 행복감에 빠진다. 이렇게 좋아서 푹 빠져서 하는 경험은 뇌의 생체시계까지 조정한다.
칙센트미하이 교수에 따르면, 몰입 상태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적 숙련도가 높고, 도전적인 일이어야 한다. TV 보기처럼 도전적이지도 않고 난이도도 낮은 일은, 비록 자신을 잊고 시간의 흐름을 놓칠 정도로 빠져든다고 해도 몰입이 아니다.
만약 성공하고 싶다면 일이나 학업에서 이런 몰입 상태를 경험하면 좋다. 통념과 달리 일은 여가보다 몰입을 경험하기가 쉽다. 규칙, 도전 지점, 되먹임(피드백) 등의 과정이 있어서 몰입 상태로 더 잘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성공을 원한다면 자신이 이 상태를 맞을 준비를 하면 어떨까. 능숙해질 때까지 노력하고, 그 능력으로 어려운 것에 도전한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과정 자체로 성취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남았다. 모든 것을 뒤집고도 남을 중요한 요소는 당신이다. 방정식의 성공을 위해 당신, 꼭 성공해 주시길.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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