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수능'(국가단위 대학입학시험)은 절대평가일까 상대평가일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범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의 대입시험 체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결론만 놓고 보면 한쪽으로 기운다. 18일 교육계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국가단위 대입시험은 대부분 절대평가로 치른다.
절대평가는 개인의 성취수준에 따라 점수와 등급이 그대로 결정되는 방식이다. 대개 원점수(각 과목에서 맞힌 문항의 점수를 그대로 더한 점수)나 원점수에 따른 등급을 기준으로 삼는다.
절대평가로 치르는 국가단위 대입시험의 대표 격은 프랑스 바칼로레아, 영국 A-레벨, 독일 아비투어, 핀란드 일리오필라스툿킨토 등이 있다.
객관식이 아닌 서술형, 논술형, 구두 시험 등으로 치러지는 게 특징이다. '패스 앤 페일'(통과 혹은 낙제) 제도를 둬 자격고사 형태를 취한 점도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지원전공이나 학과의 적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논·구술 형태의 대학별고사도 치른다. 다만 국가별·대학별·학과별로 시험방식은 다 다르다.
각국의 대입시험 점수체제를 보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20점 만점의 점수제 절대평가다. 10점 이상 받으면 합격, 8~10점 미만이면 재응시, 8점 미만이면 불합격이다.
영국의 A-레벨은 A*(A스타), A, B, C, D, E 등의 6등급제 절대평가다. 등급 간 점수범위는 A등급 100~80점, B등급 79~70점, C등급은 69~60점, D등급은 59~50점, E등급은 49~40점이다. A*는 모든 과목 성적이 A등급 이상일 때 받는다. 40점 미만은 불합격이다.
핀란드의 일리오필라스툿킨토는 L, E, M, C, B, A, I 등 7등급 절대평가로 치러진다. 등급에 따라 L~A는 7~2점, I는 0점이며 불합격 등급이다.
독일의 아비투어는 점수제와 등급제를 혼용한다. 원점수(300점 만점)를 토대로 '아비투어 평균 등급'(1.0~4.0 등급)이라는 고유의 방식으로 환산해 제공한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유럽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의 국가단위 대입시험은 성적변별을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학생 개인이 대학교육을 수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수단"이라며 "등급이나 점수를 구분하는 범위가 있긴 해도 이러한 기준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을 서술형으로 치르는 이유도 절대평가의 도입목표와 같은 개인의 학업성취도만 확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술형뿐만 아니라 객관식 형태의 대입시험을 치르는 나라들도 대부분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미국의 SAT, 중국의 가오카오, 일본의 센터시험을 비롯한 대부분의 객관식 위주의 각국 국가단위 대입시험은 점수제 절대평가"라며 "750점 만점, 1600점 만점과 같이 점수범위가 넓다뿐이지 응시집단 내 성적분포에 따라 개인의 점수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응시집단의 성취수준 형태에 따라 개인의 위치를 결정하는 건 상대평가다. 동점자 수를 제한해 집단 내 성적분포가 고르다는 특징이 있다. 주요목적은 성적변별이다.
이범 평론가는 "이러한 형태의 완전한 상대평가체제 대입시험을 치르는 나라는 한국 외에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국가가 절대평가를 대입시험에 반영했다 하더라도 한국의 입시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점수 만능 사회, 일자리 및 대입 서열화 등 입시경쟁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대입시험 패러다임의 전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절대평가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다고 교육계가 한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지금의 입시현실에서 수험생이나 학부모는 성적변별이 가능한 상대평가 방식 외에는 신뢰하지 않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뉴스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