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없이 7개 국가를 돌며 구글·애플·아마존 등 글로버 IT 기업에서 인턴십을 하며 이론과 실습을 함께 공부하는 미래형 대학 ‘미네르바 스쿨’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0년 설립돼 2014년 28명의 첫 신입생을 받은 미네르바 스쿨은 이제는 매해 200명의 신입생을 받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전교생 중 29%가 아시아권 학생이며, 그중 한국 학생도 10여명 포함됐다. 올해 5월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미네르바 스쿨은 서울대, 하버드대보다 입학 경쟁이 치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200명을 모집하는데 70개 국가에서 2만3천명이 지원했다. 합격률은 하버드대(4.6%), MIT(6.7%)보다도 낮은 2%대다. 이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국 수능인 SAT가 아닌 자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커리큘럼 상 1학년 학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기숙사에서 머물며 기업 인턴십에 참여하고 기본 소양을 다지기 위한 수업들을 듣는다. 2학년 때부터는 3~6개월마다 국가를 이동한다. 2학년 때는 독일이나 아르헨티나, 3학년 때는 인도나 한국, 4학년 때는 이스라엘이나 영국 등으로 이동하며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서울 용산구 이태원 부근에 기숙사가 있으며, 카카오 등에서 인턴십 기회가 있다.
전공은 예술과 인문학, 컴퓨터 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경영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2학년 말에 전공을 선택한다. 학생들은 인턴십과 동시에 교수와 화상 수업, 엄청난 양의 과제 등을 소화해야 한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의 교육 환경, 인턴십 제휴 등을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는 로빈 골드버그 최고경험관리자를 지디넷코리아가 만났다.
Q. 미네르바 스쿨이 1학년 때부터 기업 인턴십을 참여하게 할 정도로 참여형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수업보다는 경험 전체를 중요시 한다.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수업들은 효과적인 의사소통, 비판적 사고 등에 대한 것들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정해진 교과서를 수동적으로 배우기보단, 어떤 주제가 주어지더라도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대학이 어떤 고정관념에 갇히는 걸 거부한다.
많은 회사들이 일자리 부족을 호소하는데, 이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제 회사 생활에서 매칭이 안되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그 간극을 줄이고자 1학년 때부터 실제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회사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기르게 해준다."
Q. 회사가 전통적인 대학을 나온 학생들과 공평하게 평가하기 위해 학점(GPA)을 참고해야 할 텐데, 학점은 어떤 식으로 매기나?
"미네르바 스쿨도 A, B, C, D 등으로 GPA 성적을 산출하긴 한다. 그러나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질적인 평가를 통해 성적을 낸다. 수시로 과제와 평가가 이뤄진다. 교과서를 외워서 시험지에 쏟아내는 것은 좋은 학습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네르바 스쿨이 강조하는 기본 소양인 비판적 사고, 창조적 문제해결, 효과적 의사소통 등 척도를 기준으로 매번 평가가 이뤄진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의 상세한 피드백이 이어진다. 가령 학생이 말한 부분에 대해 어떤 부분이 설득력이 있고, 없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
회사 입장에서도 학교를 다니며 뭘 했는지, 어떤 식으로 수업에 참여해왔는지, 기업 인턴십을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회사에서 지원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Q. 미네르바 스쿨의 학기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있나?
"방학이 긴 편이다. 1~4월 수업을 들으면 5~8월이 방학이다. 또 9~12월에 수업을 듣고 나머지 기간이 또 방학이다. 학생들은 방학 때 학기의 연장선으로 인턴십을 할 수도 있다. 과학이나 이과 쪽으로 관심있는 학생들은 그 기간 교수들과 긴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Q. 미네르바 스쿨이 대학 계의 스타트업이라고도 알려져있는데.
"미네르바 개교 후 첫 1~2년은 스타트업이라 불릴 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트업이라고 불리기엔 많은 학생들이 입학 지원을 하고 있고 학교도 그만큼 많은 성과들을 내놨다.
먼저 CLA이라는 미국 대학생 평가방법이 있는데,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이 여기서 뛰어난 결과를 보여줬다. 원래는 4학년까지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평가인데,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아직 졸업자가 없다. 하지만 이 평가를 진행한 결과, 현장 실습과 이론을 동시에 하고 국제적 감각을 기르게 하는 우리의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다. 특히 비판적 사고력, 창조적 문제 해결, 효과적 의사소통 면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여줬다.
예비 졸업생들에게는 구글, 트위터 같은 IT 기업들로부터 입사 권유가 들어왔으며, 사회적 기업이나 기관에도 진출이 예정돼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석사 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밟을 예정인 학생도 있다."
Q. 미네르바의 온라인 화상 강의가 실제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수업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미네르바 스쿨 자체 온라인 수업 플랫폼 ‘포럼’이 큰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어 공유 오피스나 기숙사, 카페에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 수업이 교수가 서서 강의하고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수업정도를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다. 이 방식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학생들의 배움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알려졌다. 교수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미네르바 스쿨은 플랫폼 포럼을 통해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교류한다.
포럼은 학교 밖 교실이라고 이해면 좋다. 19명 이하의 수업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발언의 기회가 가도록 한다. 수업 전에 엄청난 양의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Q. 아직 한국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생소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교수는 어떤 학생이 어떤 옵션의 투표를 했는지 다 볼 수 있어, 학생들에게 왜 이 선택지를 택했는지 설명하게 하게 한다. 발표량이 적은 학생들은 빨간색 표시가 떠 교수가 따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모든 수업이 녹화 돼 교수는 수업 끝나고 이를 보면서 구체적이고 질적인 피드백을 준다.
소그룹으로 나눠 토론을 가능케 하는 기능도 포럼의 장점이다. 과거에는 선생이 “얘들아 4명씩 앉아 책상 옮기고, 짝 찾으렴” 지시하면 학생들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질문도 까먹고 학생들이 자신이 어떤 기조를 갖고 있는지도 잊는다.
이외에도 포럼에는 50여 가지 기능이 더 있다.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들도 포럼 기능이 너무 좋고 편리해서 칠판형 강의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반 대학에서는 오히려 교수와 학생들 개개인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적었다. 수업 종료 후 교수 사무실로 찾아갈 수는 있었으나 많은 학생들 가운데 약속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포럼을 기반으로 학생들과 교수는 높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24시간 안에 무조건 답변해주고 있다."
Q. 미네르바 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어떤 소양을 갖춰야 하나?
"5가지다.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한 분야 이상에 열정을 쏟을 수 있어야 한다. 성실해야 한다.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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