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6일 월요일

스웨덴, “프로젝트 중심 교육하고, ‘재도전’ 기회 많이 줘”

스웨덴 유아교육은 유치원이라는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이뤄지는데, 유치원 배정은 전적으로 스웨덴 코뮌(기초자치단체)에서 책임진다. 국·공립 유치원 추첨 경쟁률이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은 공립이나 사립 유치원 신청에 어려운 점이 없다. 이씨는 “가장 많이 내는 경우 유치원 학비의 월 상한선은 1명당 약 17만원(한화 기준)이지만, 국가에서 모든 아이에게 약 13만원(한화 기준)의 학비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내용은 스웨덴 유치원 교육 지침서를 따른다. 지침서 첫째 줄에는 ‘유치원 교육은 민주주의를 바탕에 둔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며, 아이들 중심으로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도록 지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교육이 가능한 것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스웨덴은 유치원 교사 1인당 5.3명의 아이를 가르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치원 교사 1인당 원아 수는 13.3명이다. 조씨는 “실제로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 1명이 가르치는 학생 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유치원이나 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은 점은 스웨덴 교육의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교육은 아이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나라 교육이 어린이를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 ‘효율적인 돌봄’에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 조씨는 “스웨덴의 한 TV프로그램에서 4~5세 아이들이 스스로 급식을 배식하고, 아이 키 높이에 맞춰진 싱크대에서 잔반 처리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스웨덴 사람들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인내하며 격려해 준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사는 한 한국인 학부모가 수영장에 처음 아이를 데려갔을 때 얘기를 해줬어요. 탈의실에서 아이 옷을 벗기고 샤워를 도와주다가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자기 아이처럼 부모 도움을 받는 아이가 아무도 없더래요. 스웨덴 아이들은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거예요.”
       
◇입시 등 교육과정서 ‘재도전’ 기회 많아

스웨덴 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재도전할 기회를 여러 번 준다는 것이다. 부부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작성하는 논문과 스웨덴식 대입시험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스웨덴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적게는 15쪽에서 많게는 70쪽에 달하는 논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논문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성인교육기관에서 논문을 다시 작성할 기회를 줍니다. 스웨덴 대입시험(Swedish SAT)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나라 수능과 같은 스웨덴 대입시험은 일 년에 두 번, 봄․가을에 실시하는데, 시험 결과는 5년간 유효합니다. 이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연습 삼아 응시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이처럼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도 학생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많이 주는 편입니다."

스웨덴 대학은 보통 입학 정원의 최소 1/3은 고등학교 때 성적으로, 1/3은 대학 입학시험 성적으로 뽑는다. 이 두 전형에서는 면접이나 논술 등을 따로 보지 않는다. 예술 등 학과에 따라 최대 1/3을 다른 전형으로 뽑을 수 있으며, 국제 공통 대학입학 자격제도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성적으로도 선발한다. 이 비율은 대입시험 성적을 기반으로 뽑는 입학생 수보다 훨씬 적다. 조씨는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에 달하지만 스웨덴의 대학진학률은 40%에 불과하다”면서도 “다만 ‘평생교육’을 포함하면 양국의 교육열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최상위권이지만, 한국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OECD 가입국 평균 참여율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고등학교에서 졸업논문을 작성한 경험이 있는 스웨덴 대학생들은 대학 진학 전부터 참고문헌 활용과 관련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저작권 교육은 대학원까지 이어진다. 조씨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에세이 등을 많이 쓰는데, 스웨덴 학생들은 이에 대비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출처 표기 등 정보 활용 교육을 꾸준히 받는다”며 “우리나라 청소년도 이처럼 일찍이 정보 활용 교육을 받아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수업에선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조씨는 “교수가 강의할 때 자연스럽게 손을 들어 질의응답이 오가는데, 어떤 날은 학생들이 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하기도 했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스웨덴 대학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서로 호칭 없이 이름을 불러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 놓이는 거죠. 제가 공부했던 학과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교직원, 교수, 학생이 모두 모여 '피카(Fika·스웨덴 식의 티타임)'를 했어요. 이때 교수가 연구하는 내용을 묻거나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눠요. 수업이나 과제가 하나씩 마무리될 때마다 피드백 시간을 가지는데, 이때 정말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평소에도 질문이 많지만, 특히 교칙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따져 묻더군요. 교수는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건지 세세하게 밝혀야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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