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3일 화요일

영재학교 자소서 수학·과학 소재 발굴

8개 영재학교 중 6개 영재학교가 2019학년도 전형요강과 함께 제출서류 서식을 공개했다. 아직 발표 전인 서울·경기과고를 제외한 6개 학교의 자기소개서 항목은 대체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맞춰 자소서 작성이 한창인 이 시기 수험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재 적합성과 변별력에 대한 고민이다. ‘자소서 각 항목 요구사항에 적합한 소재들로 자신만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가?’ 자소서 완성 전까지 스스로에게 지속해야 할 질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영재학교 자소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학·과학 관련 항목은 소재 선별에서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모든 영재학교 자소서에 공통으로 포함된 항목일 뿐 아니라 작성 분량도 가장 많아 실질적인 변별 요소로 비중 있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수험생들은 ‘이런 소재를 써도 될까?’로 질문을 시작하지만 합격 자소서 작성에 필요한 진짜 질문들은 따로 있다. 질문만 잘 던져도 소재 변별력이 올라가는, 자소서 작성에서의 이른바 ‘셀프 산파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과학 소재를 찾기 위한 질문들
자소서 각 항목은 입학담당관들의 질문과도 같다. 좋은 답변을 얻기 위해 자소서 질문은 수시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올해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대전과고가 질문을 바꿨다. 지난해보다는 좀 더 나은 답변(자소서)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영재학교 중에서는 유일하게 서류평가를 1단계로만 한정 짓는 대전과고조차도 자소서 변별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원자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당락 결정에 꼭 필요한 의외의 정보가 수집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가 큰 곳은 수학·과학 영역이다. 대전과고의 지난해 관련 항목은 ‘수학·과학 분야에서 영재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학습 경험 또는 탐구 경험’이었다. 이것이 올해는 ‘수학 또는 과학 분야에서 영재성을 발휘했던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변화하거나 성장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질문의 키워드가 ‘발휘’, ‘변화’, ‘성장’ 등으로 구체화됐다. 경험의 단순한 나열을 경계한 변화다. 예년 사례에 비춰보면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수험생들의 자소서 내용을 상당 부분 바꿔 놓는다.

이처럼 질문을 바꿔 원하는 답을 유도하는 방식은 수험생들이 자소서 소재를 고민할 때에도 유용하다. 자신이 써야 할 내용을 정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수학 또는 과학 분야에서의 영재성 관련 소재들은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들에서 유도될 수 있다.

*나에게 의미 있었던 탐구 경험은 무엇이었나?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거나 실행해 본 적이 있는가?
*나만의 발명품이나 문제해결 아이디어가 있었나?

말하자면, ‘나는 어떤 실험(탐구)을 해봤나?’ 또는 ‘내가 어떤 상을 타봤지?’보다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 필요하다. 위의 각 질문들도 보다 세부적으로 각론화하다 보면 소재를 떠올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예를 들어 위의 첫 번째 질문에서 ‘의미’의 범주는 개인에 따라 매우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 있다. ‘크게 배움’, ‘우수한 성과’, ‘많은 칭찬’, ‘어려움 극복’ 등이 의미 요소로 대체될 수 있다. ‘내가 많은 칭찬을 받았던 탐구 경험은 무엇이었나?’처럼 질문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식이다.

질문이 반드시 탐구나 실험으로 제한될 필요도 없다. 수학이나 과학과 연관된 그 어떤 활동이나 학습 과정도 자소서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 특히 대부분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되는 문제풀이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봤던 문제가 있는가?’, ‘서로 다른 영역을 연관시켜 해법을 찾아낸 사례가 있는가?’ 등의 질문이 가능하다. 소재가 특정한 성과와 반드시 연관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성과가 다소 미흡했더라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과정 중심의 소재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하나의 주제나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본 경험이 있는가?’

좋은 질문을 만들어내는 방법
그렇다면 자신에게 적합하고 유용한 질문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선은 각 영재학교들의 자소서 항목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이 지원하지 않는 학교들까지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과학 영역과 관련하여 8개 영재학교들이 요구하는 바가 모두 비슷해 보여도 구체적인 질문 내용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새로운 각도에서 자기 소재를 살펴보기에도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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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재학교 자소서 수·과학 항목을 보면 우선 다양한 핵심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과고는 ‘특기’, ‘잠재력’이 키워드다. ‘수학에서 나의 특기는 무엇일까?’라는 자기 질문이 가능할 수 있다. 경기과고는 ‘창의성’이 핵심 어휘다. 마찬가지로 ‘과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발휘했던 경험은 무엇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다. 한과영은 ‘재능’, 대구과고는 ‘관심 분야’, 광주과고는 ‘성장·변화’, 세종영재고는 ‘재능·배움·느낌’, 인천영재고는 ‘영재성·노력’ 등이 핵심 키워드로 지목될 수 있다. 여러 학교의 자소서 항목을 조합한 질문도 만들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관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거나 노력해서 배움을 얻은 사례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한과영이나 대구과고, 세종영재고 지원자가 아니더라도 자소서 소재 탐색을 위해 누구나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다.

자소서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현재 쓰고 있는 내용이 불만족스럽다면 지금이라도 잠시 글을 멈추고 먼저 질문을 만들어보자. 스스로에게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중학교 생활 속에서 반짝였던 자기 모습들이 불현듯 떠오르기 마련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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