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7일 화요일

공항 활주로에도 수학이 있다

활주로 번호에 36보다 큰 수는 없다
⊙ 활주로의 양방향으로 번호가 다른 것은 양쪽 방향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
⊙ 이용객 순위 3위인 영국 히스로 공항의 활주로는 2개에 불과

인천공항의 활주로. 활주로 운영에도 수학원리가 숨어 있다.
  2015년 8월 1일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하여 뉴욕으로 가는 아메리칸 항공기가 FL350 상공에서 한쪽 엔진이 막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비행기 : 오른쪽 엔진이 막혔다는 경고가 떴다. 엔진은 아직 돌아가고 있어서 충분히 착륙을 할 수 있다.
 
  관제탑1 : 포르투갈 라제스 공항으로 가시오.
 
  비행기 : 우리는 최대 착륙 가능 중량을 초과했다. 만일을 대비하여 긴급차량들을 대기시켜 달라.
 
  관제탑2 : 활주로 30번에 착륙을 허가한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비상착륙을 하였다.
 
  라제스 공군기지는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에 위치해 있는데, 아조레스 제도는 하와이처럼 대서양 한가운데 망망대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항공기 조종사들은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전혀 가 보지 못한 곳에서 긴박한 순간에 비상착륙을 해야 한다. 관제탑의 지시와 안내를 받겠지만 어떻게 처음 가 보는 비행장의 활주로를 번호만 보고 찾을 수 있을까? 활주로 번호가 30이면 활주로가 30개 이상 있다는 것일까? 아조레스 공항은 활주로가 1개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활주로 1번이 아니고 30번일까?
 
  전 세계 모든 공항의 활주로에는 각각 번호가 매겨져 있다. 이 번호는 운동선수들의 등번호처럼 활주로의 고유번호일까?
 
 
  활주로 번호에도 규칙이 있다
 
활주로 번호는 활주로의 방향과 관계가 있다.
  항공기는 일반적으로 자북극(Magnetic North)을 기준으로 해서 자침방위와 항로를 따라 비행하거나 이착륙한다. 항공기들이 이착륙할 때는 항공교통관제(ATC : Air Traffic Control)의 지시에 따르게 되며, 관제탑에서는 항공기들에 이착륙할 활주로 번호를 지시하여 준다.
 
  활주로 사진이나 그림을 살펴보면 활주로 번호에 몇 가지 규칙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활주로 번호에는 36보다 큰 수가 없다.
 
  둘째, 활주로 한 개에 양쪽 방향으로 다른 번호가 있다.
 
  셋째, 한 개의 활주로에서 양 방향에 있는 활주로 번호는 항상 18만큼 차이가 난다.
 
  넷째, 30L, 30R과 같이 같은 번호에 알파벳이 붙어 있을 수 있다.
 
  활주로 번호는 자북극을 기준으로 한 활주로의 방향을 의미한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할 때 향하는 방향이 251도라면 반올림하여 250이 되고, 일의 자리 ‘0’을 생략하여 활주로 번호는 25가 된다.
 
  활주로 양 끝으로 번호가 다른 것은 방향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활주로는 직선이고, 직선은 평각이므로 활주로 양 끝 지점의 방향각은 180도만큼 차이가 난다. 따라서 한 개 활주로의 두 번호는 항상 18만큼의 차이가 생긴다.
 
  만약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있는 활주로가 여러 개 있을 경우 R(Right, 오른쪽), C(Center, 가운데), L(Left, 왼쪽)을 번호 옆에 붙여서 24L, 24C, 24R과 같이 구분하여 붙인다. 인천공항은 3개의 활주로가 있고, 3개가 나란히 위치한다. 3개의 활주로는 방향각에 거의 차이가 없지만 혼동을 막기 위해 세 번째 활주로의 번호는 15/33 대신 16/34를 사용한다.
 
 
  사용하는 활주로는 그날그날 달라진다?
 
이륙하는 비행기. 비행기는 뜨고 내릴 때 맞바람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길에 고유번호를 지정하여 번호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고속도로와 국도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의 길 번호는 상행길이든, 하행길이든 고속국도 1번이다. 비행장 활주로의 경우 양방향으로 번호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활주로의 양쪽 방향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활주로를 양쪽 방향으로 모두 사용하는 것은 왜일까? 양방향으로 두 대의 비행기가 동시에 뜨고 내리지 못하는데, 좁은 도로에서 일방통행을 실시하여 교통의 흐름을 양호하게 하듯이 한쪽 방향으로 고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사용하는 활주로의 방향이 그날그날 혹은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뜨고 내릴 때 맞바람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날 날씨에 따라 맞바람을 받는 방향으로 활주로의 사용 방향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헬리콥터, 새, 비행기 등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는 양력(Lift, 위로 들어올리는 힘), 추력(Thrust, 앞으로 밀어내는 힘), 항력(Drag, 공기가 뒤로 끄는 힘), 중력(Weight, 지구가 당기는 힘)의 네 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동체가 떠오르고 추력이 항력보다 크면 앞으로 나아간다.
 
 
  양력의 발생원리
 
날개 단면과 양력의 원리. 비행기 날개의 단면은 유선형이다.
  비행기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양력과 항력을 발생시켜야 한다.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는 날개가 만드는 양력 덕분이다. 그럼 양력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양력은 비행기의 받음각에 의해서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 낸다. 비행기의 날개를 살펴보면 앞부분이 살짝 들려 있는데, 받음각이란 비행기의 날개를 절단한 면의 기준선과 상대풍과의 각을 나타낸다. 상대풍(relative wind)이란 날개가 공기를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갈 때 상대적으로 공기가 날개에 부딪치는 방향을 말한다.
 
  뉴턴의 운동 제 2법칙에 의하면 시간에 따른 질량이나 속도의 변화는 힘을 발생시킨다. 항공기가 전진하면 공기가 날개 주변을 흐르고, 받음각으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날개 아랫부분으로 방향이 바뀌어, 아래 방향으로 힘이 발생하게 된다. 이 힘은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뉴턴의 제 3법칙에 의하여 반대로 위로 작용해 날개를 공기 중으로 띄운다.
 
  만약 날개의 단면이 직사각형이라면 양력이 발생할까? 역시 받음각이 주어지면 양력이 생긴다. 다만 저항이 커지고 와류가 생겨서 비효율적이다. 비행기 날개의 단면을 살펴보면 아래쪽은 평평하고 위쪽은 볼록한 유선형이다. 이것은 공기저항을 줄이고 양력을 효율적으로 극대화시켜 주는 형태다.
 
  비행기가 날기 위해서 필요한 양력은 공기의 흐름에 의한 것이므로 정지해 있을 때는 생기지 않는다. 비행기는 자신의 무게를 이기고 하늘로 떠오를 수 있는 최소한의 속도가 될 때까지 활주로를 따라 달려야 한다. 이때 맞바람이 불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날개 주변에 더 큰 공기의 흐름이 생겨 비교적 낮은 속도에서도 필요한 양력을 얻을 수 있다. 양력은 이륙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착륙 시에는 안전한 착륙을 위하여 양력이 더욱 필요하다. 비행기는 지상에 도달하기까지는 공중에 떠 있어야 한다. 양력은 비행기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착륙하기 위해서 계속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되면 양력이 줄어들어 떠 있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낮은 속도에서 많은 양력을 얻기 위해서 받음각과 플랩을 이용해 날개의 면적을 넓혀 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양력을 얻게 된다.
 
  착륙할 때 비행기의 자세를 본 적이 있는지? 비행기 앞머리를 약간 위로 향하게 하여 하강하고 있다. 이는 맞바람을 활용하여 양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맞바람은 자연적인 플랩으로 속도가 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양력을 얻어 이착륙이 용이해진다. 이 원리는 연을 45도 각도로 날릴 때 연이 가장 잘 날아오르는 이치와 동일하다. 착륙 시 뒤에서 불어오는 역풍이나 옆에서 불어오는 측풍은 이착륙에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항공기를 운항하는 조종사를 비롯한 운항 담당자들은 공항 바람세기와 방향에 무척 신경을 쓴다.
 
  공항 관제탑에서 항공기의 이착륙 방향을 정할 때 바람의 방향에 따라 결정한다.
 
 
  활주로 번호를 보면 그 지역의 바람방향을 알 수 있다
 
  항공기 운항에 있어서 바람(풍향, 풍속)은 공항의 지형적인 요소인 활주로 방향과 함께 항공기의 이착륙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바람시어라는 것이 있다. 바람시어란 대기 중에서 짧은 수평, 수직거리 내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가 변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항공에서는 비행경로를 따라서 거리에 따른 바람의 변화를 가리킨다. 제주도는 여자, 돌, 바람이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데 강한 바람과 한라산의 지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하층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달라져 바람시어가 일 년에 100회 이상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기상요소로 인한 운항장애 현상은 큰 돌풍이 불지 않는 날씨라 하더라도 항공기의 지연 또는 결항이 발생할 수 있다.
 
  활주로를 건설할 때 고려하는 요소가 많겠지만 특히 그 지역의 날씨와 바람을 고려해 가장 많이 부는 바람 방향으로 활주로를 건설한다. 그런 이유로 활주로 방향을 보면 그 지역의 바람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보면 비슷함을 알 수 있다. 인천공항은 활주로 3개가 같은 방향으로 평행하게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계절풍 기후에 속하여 겨울철에는 북서풍이 탁월하고, 여름철에는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남동풍 혹은 남서풍의 남풍계 바람이 많이 분다. 반면 제주도는 일 년 내내 바람이 많이 불고 강한데다, 강한 바람이 한라산을 만나 갈라졌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소용돌이 바람이 만들어지는 바람시어가 발생한다. 제주공항의 활주로는 7-25, 13-31의 두 개의 활주로가 열십자(+) 형태로 되어 있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옴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두 활주로 중 7-25번 활주로가 다른 활주로 보다 더 길다. 이는 소형, 대형 등 여러 기종의 비행기가 이용할 수 있어서 사용량이 많을 것이므로 바람 방향이 북서풍보다 남서풍이 더 많이 불 것이지만 결항 또한 많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기록적인 무더위로 인하여 올해 하계 성수기에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뉴스에 오르내린다. 지난 7월 31일 하루 동안 인천공항 개항 이래 역대 최다 일일여객(20만82명) 기록과 일일 운항횟수(1042회) 경신, 누적여객 5억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활주로 2개로 충분하다
 
  인천국제공항은 2005년부터 2015년도까지 국제공항협의회가 실시하는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1년 연속으로 세계 1위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되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4928만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연간 30만 회의 항공기 운항과 250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공항이지만 활주로는 3개다.
 
  전 세계 공항 중에서 활주로 1개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곳은 런던의 히스로 공항이다. 2014년 세계 공항 이용객 순위 3위를 기록한 런던 히스로 공항은 활주로가 고작 2개에 불과하다(참고로 2014년 인천공항 이용객 순위는 23위).
 
  어떻게 고작 2~3개의 활주로로 많은 비행기들이 뜨고 내릴 수 있을까?
 
  인천공항의 활주로는 약 4000m이고,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속도는 대략 시속 120~280km다. 시속 120km라면 4000m를 빠져나가는 데 2분이 걸리고, 시속 280km라면 50초 정도가 소요된다. 평균 시속 120km로 단순 계산하여 2개의 활주로로 한 개는 이륙하고, 한 개는 착륙한다면 1시간에 30대의 비행기가 뜨고, 30대의 비행기가 내릴 수 있다. 하루에 20시간으로 계산하면 1200대의 이착륙이 가능하고 1년이면 43만 대의 비행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런던 히스로 공항은 두 개의 활주로로 연평균 45만 대가 이착륙하고 있다.
 
  게다가 히스로 공항은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비행금지 시간이다. 이것은 1분30초마다 항공기가 한 대씩 이착륙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자동운항 관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하루 온종일 엄청난 대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날씨가 이착륙에 어려운 상황이라면 항공기가 정해진 시간에 이착륙을 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항공기는 복행(Go Around)을 하거나 공중 체류(Holding)를 해야만 한다. 이 지체가 중첩되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항공기는 인근 다른 공항으로 회항해야 하고, 이로 인해 항공편 결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활주로 운영에도 수학원리가 적용
 
  대부분의 공항들은 운항관제 시스템에 의해 항공기의 이착륙 순번을 정하고, 착륙하는 항공기들의 간격을 일정 거리 이상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항공기가 서로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순차적으로 착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강풍이 부는 경우 항공기 착륙 횟수가 평상시보다 20%가량 줄어드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런던 히스로 공항은 항공기 간 비행간격을 거리(DBS/Distance Based Separation)가 아닌 시간 간격으로 설정하는 TBS(Time based separation) 방식을 항공기 착륙절차에 적용하였다. 앞서 가는 비행기와의 간격이 5마일(약8km)이 필요하다고 할 때, 시속 50노트(시속 약 93km)의 맞바람이 불면 그것을 1마일 축소해도 착륙시간 간격은 변하지 않는다. 컴퓨터로 실시간 바람상황을 데이터로 전송받아 안전거리를 산정한 후 각 항공기 간의 안전거리를 안내한다. 영국항공교통서비스(NATS/National Air Traffic Services)에 따르면 3월 29일은 히스로 공항에 50노트의 맞바람이 불었지만 착륙한 항공기 수는 같은 정도의 맞바람이 분 1월 어느 날보다 60대 많았다고 한다. 유럽 항공 당국은 영역 내 관할 관제업자에 대해 2024년까지 TBS방식을 채택하도록 의무화시켰다.
 
  활주로 증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으므로 세계 유수의 공항들은 공항 트래픽 해결에 대한 고민과 관제능력의 효율성에 지대한 노력을 쏟는데, 이에 수학적·과학적·공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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