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기하학 만렙’이라는 제목의 사진 여러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공개된 사진에는 연필 수십 자루가 쌓여 구조를 이루고 있었는데, 접착제나 어떤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놀라운 곡예사’라는 작품도 같은 모양 60개로 정12면체를 구현해 수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작품들은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바로 실험 수학의 달인으로 알려진 미국 수학자 조지 하트다. 일상이 수학이라는 그를 직접 만나 보았다.
글·사진_미국 볼티모어 조가현 기자사진_조지 하트
유클리드와 사랑에 빠지다
조지 하트는 강연이나 약속 등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집에서 입체도형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이때는 대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나 음식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도형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손이 가는대로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대로 만든다.
그러다 번뜩이는 수학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컴퓨터를 켠다.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형을 작도하고, 설계도에 따라 도형을 완성한다. 최근에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인터넷에 화제가 되어, 여러 전시회에 출품 되기도 한다. 그는 왜 이런 작품 활동을 하는 걸까?
“저는 항상 기하학을 좋아했어요.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때 이쑤시개 수천 개를 이용해 입체도형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당시에 만든 작품이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았어요. 단순히 무언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좋았지요.
수학을 배우고 나서는 수학적으로 의미 있는 도형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어요. 중학교 때 처음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에 대해 배웠지요. 유클리드가 만들어 낸 공간과 그 안에서 숨 쉬는 도형은 놀라움 그 자체였어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여러 도형의 성질이 물리고 물려 새로운 도형을 만들어 내니까요. 이때 유클리드 도형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양한 소재로 도형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지요.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학과에 진학했고, 더 정확한 도형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과학을 공부했어요.”
미국드라마 <Numb3rs> 속 작품
<Numb3rs>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FBI 특별 수사관과 수학 천재인 그의 동생이 범죄자의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범인을 잡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 동안 방영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조지 하트는 <Numb3rs>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드라마에 그의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학이 주제인 만큼 드라마에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물리학자와 수학자로 등장해 범인에 대한 힌트를 준다. 대표적 인물이 래리 플라인 하트와 아미타 라마누잔이다. 이 둘의 사무실에 주목하면 조지 하트의 작품을 찾을 수 있다.
시즌1과 시즌2에는 래리 플라인 하트의 물건으로 ‘120셀’이라는 작품이, 시즌4에는 아미타 라마누잔의 물건으로 ‘72 연필’이 등장한다. 책상에 진열돼 있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주인공이 조지 하트의 작품을 들고 중요한 수학 공식을 설명하기도 한다. ‘120셀’은 정십이면체를 4차원으로 확장한 도형인 정120포체를 동일한 수학적 성질을 갖도록 3차원으로 디자인한 작품이다. 정120포체는 꼭짓점 600개와 모서리 1200개, 정오각형 720개, 정십이면체 120개로 이루어진 도형이다.
한편 ‘72 연필’은 인터넷에 ‘기하학 만렙’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으로, 72개의 연필로 이루어진 수학 구조물이다. 18개의 연필이 정육각형을 이루고 있는데, 위, 아래, 양쪽 대각선의 네 방향으로 나열된 연필이 꽉 끼워 맞춰져 있다.
“저는 연필을 좋아해서 항상 가지고 다녀요. 키가 작아져 있는 연필을 보면 내가 무언가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어느 날 연필 여러 자루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 이 구조물을 만들었어요. 사진을 찍어 제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더군요. <Numb3rs>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작가 연합회에서도 작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2007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 기간 동안 ‘화합의 상징’으로 사용됐지요.”
“저는 연필을 좋아해서 항상 가지고 다녀요. 키가 작아져 있는 연필을 보면 내가 무언가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어느 날 연필 여러 자루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 이 구조물을 만들었어요. 사진을 찍어 제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겁더군요. <Numb3rs>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작가 연합회에서도 작품을 사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2007년 할리우드 작가 파업 기간 동안 ‘화합의 상징’으로 사용됐지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할 수 있도록!
조지 하트는 4개월 전부터 딸과 함께 수학 동영상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하학의 재미를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10여 전부터 실험 수학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런데 그가 할 수 있는 강연의 수는 정해져 있고, 해외로 갈 때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하학의 매력을 알리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때 떠오른 것이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에는 조지 하트와 그의 딸인 바이 하트 채널이 있다. 여기에는 실생활 수학을 소개하는 영상부터, 수학적 성질을 직접 체험을 통해 공부하는 수학 실험 등 수학을 소재로 한 다양한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그런데 조지 하트보다 바이 하트의 채널이 훨씬 인기가 높다. 어떻게 된 걸까?
“제 딸의 직업은 자칭 레크레이션 수학자예요. 수학적인 내용을 여러 소품을 활용하거나 그림으로 그려 재미있게 소개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래요. 실제로 달팽이에 수학적 성질이 있다면 달팽이를 그려 설명합니다.”
그녀는 사실 대학에서 음악을 공부했다. 수석으로 졸업할 만큼 실력도 뛰어났지만, 평생 즐겁게 일할 직업을 찾지 못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음악보다는 수학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바이 하트는 수학, 과학 등을 소재로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는 칸 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다.
“저와 제 딸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거예요. 꿈이 같은 만큼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어요. 수학의 인기몰이를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니, 수학동아 친구들도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저와 제 딸의 꿈은 많은 사람들이 수학을 좋아하게 만드는 거예요. 꿈이 같은 만큼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어요. 수학의 인기몰이를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할 예정이니, 수학동아 친구들도 많은 관심 가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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