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제학교 브랭섬홀아시아의 11~12학년 학생들은 한국의 교육 과정과는 조금 다른 대학 입학프로그램인 ‘IB Diploma’ 과정을 밟는다. 엄격하고 수준 높은 학업 성취와 함께 Extented Essay(소논문), Theory of Knowledge(지식론), 그리고 CAS(교과외 활동)의 3가지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CAS는 각각 Creativity(창의적 활동), Action(체육 등 육체적 활동), Service (봉사활동)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이름이다. 분야별로 50시간씩 채워야 수료 조건이 충족되는데, 그중에서도 CAS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활동이다. CAS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교사와 열정적인 학생들을 만나봤다.
CAS 코디네이터 스티븐 맥넛(Mr.Steven McNutt) 선생님 인터뷰
-CAS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CAS는 지역사회 봉사활동, 개발활동, 교과 외 활동이 결합된 것으로 IB 코어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점수를 매기진 않지만 수준 높은 IB 학생의 양성과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고 필수적인 항목이지요. 학생들이 진취적으로 창의적인 계획을 구상해내고, 이를 추진하고 발전시키며 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른 학생들과 협동하는 방법도 배우게끔 돕습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사를 살려서 그들이 원하는 활동을 창제하고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죠.”
-IB가 추구하는 교육 이념과 CAS는 어떠한 관계가 있나요.“IB가 제공하는 모든 교육과정(PYP, MYP, DP)의 목적은 ‘IB learner profile’에 제시된 10개의 자질을 모두 갖춘 글로벌 학생을 양성해내는 데 있습니다. CAS 프로젝트 역시 이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아주 많죠. 예를 들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은 ‘도전 정신(Risk-taker)’, ‘사려 깊은 학생’(Reflective) 항목과 연결됩니다. ‘배려(Caring)’는 CAS 프로젝트가 타인에게 이로운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이 있죠. 그 밖에도 ‘생각하는 학생(Thinker)’, ‘포용력 있는 사고(Open-minded)’ 등은 공통된 가치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CAS project는 어떠한 모습일까요.“벽화 그리기, 책 읽어주기 봉사, 장애 아동에게 교육 기회 제공 등 학생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어요. 특별한 제약이 없기 때문에 ‘모범답안’도 없습니다. 활동이 학생의 창의성을 보여주고, 진취성과 개인의 열정을 드러내며 학생 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유익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활동이라면 전부 좋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AS 프로젝트, 소문 난 학생들
이목을 끄는 CA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11학년 학생 두 팀과 12학년 학생 두 명을 만나보았다.
시리아 청소년 위한 ‘국경 없는 배움’
가장 먼저 찾아간 팀은 11학년 최희윤·김희진·Linnea 학생이 진행 중인 ‘Learning Without Borders(국경 없는 배움)’이다.
전쟁에 시달리는 시리아 학생들에게 교육 영상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니세프, 브랭섬홀아시아 이사장 Mr.Kenny와 협력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영어부터 수학, 사회 과목까지 이르는 다양한 교육 영상을 만들고 있다.
“저희는 교육 영상을 일단 영어로 만들고 있습니다만, 영어 영상을 시리아어로 번역해줄 다른 학교와도 협력해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희윤)
내년쯤엔 시리아 인근의 요르단에도 방문할 예정이다. 김희진 양은 “계획해 왔던 일들을 실행에 옮기고 경험하며 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많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고교 기업 설립 DECA 동아리
두 번째로 만나본 프로젝트는 11학년 노원 학생이 리더인 ‘DECA’이다. DECA는 고등학교·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작은 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국의 기관이다.
“비록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관이지만 전세계 3500여 개의 학교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대회가 개최되고 있어요.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과 교류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노원 학생은 “우리 학교의 첫 기업으로서 제가 교과과정에서 배웠던 경영 이론이나 개념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 내에서 실험 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화를 생각하다-브랭섬이너피스
12학년 김현지 학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BRANKSOME INNER PEACE(브랭섬이너피스)라는 동아리다. 글로벌이너피스를 따라 ‘국제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이미 CAS 수료 시간을 다 채웠기 때문에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함께하던 11학년 학생 세 명에게 양도했다.
“여름 방학에 글로벌 이너피스에서 인턴을 하며 영감을 받아 학교에서도 지속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제주 출신 보다는 육지에서 온 학생들이 많으니 학생들에게 제주도도 알릴 겸, 평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어요.”
2015년에 열린 평화의 날 축제에서 브랭섬홀아시아 학생들이 평화와 UN에 대해서 홍보하는 부스를 제작·운영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등의 역할도 맡았다.
김현지 학생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평화에 대한 생각을 알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세계 평화 포럼에도 학교 대표로 저를 포함한 저희 멤버 세 명이 다녀왔어요.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포럼의 주제가 동아시아의 전쟁사여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평화에 대해 더욱 할 수 있는 말이 많았어요.”
“동시에 3개 프로젝트 진행했어요”
마지막으로는 무려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12학년 최정윤 학생의 이야기다. 가장 처음 시작한 프로젝트는 Paperplane(페이퍼플레인)이라는 봉사 단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2년 동안 약 200만원을 모아 전액을 기부했다. 첫 해에는 제3세계의 아이들에게 스케이트를 매개로 하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 NGO Skateistan과 협력했다. 브랭섬홀아시아 주니어 스쿨 학생들과 함께 스케이트 보드를 만드는 예술 활동도 하고, 그걸 통해 얻은 수익으로 100만원 가량을 기부할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제주도 내 미혼모 센터 애서원을 지원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진행해주기도 하고, 100만원을 웃도는 기부금도 전달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주면서 더 많이 얻는다는 말의 참의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애서원에서 아이들 생일파티를 해주고 돌아오던 날 굉장히 많이 울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버려지는 아픔을 겪은 미혼모이지만 그들은 강했고, 멋진 엄마였거든요.”
두번째 프로젝트는 Platfrom Post Jeju(PPJ)였다. 제주 영어교육도시 내 세 곳의 국제학교(BHA·KIS·NLCS)가 연합해 2014년에 시작한 웹신문이다. 모든 기사 및 사진, 매니지먼트는 오로지 학생들이 주도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서비스한다.
“언론, 펜이 가진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관련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도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어요. 제가 즐거워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마지막 하나는 ‘시나브로’(http://www.facebook.com/synavro)라는 이름의 SNS 시인 활동이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자작시를 업로드해 공유한다. 아무런 홍보 없이 시작했지만 3000명에 육박하는 팬을 모았다.
이처럼 브랭섬홀아시아를 비롯한 IB School에 다니는 학생들은 생각으로만 꿈꿔오던 것들을 현존하는 무언가로 만들어내며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관심사를 활용하여 사회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일.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CAS 프로젝트가 우리를 놀라게 할 지 기대된다.
글·사진=최정윤(브랭섬홀아시아 12)·박세진·이아현(브랭섬홀아시아 11) TONG청소년기자 구억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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