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에서 국내 유일의 수학 연구소를 이끄는 행정가로, 그리고 다시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사람이 있다. 바로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이다. 박 총장은 미래의 인재는 ‘연결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하며 아주대를 이끌고 있다. 연결 지성이란 대체 무엇일까?
글_최영준 기자사진_남윤중(AZA 스튜디오)
연결 지성을 갖춘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연결 지성은 아무런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연결해서 난관을 돌파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해요.
대표적으로 19세기 중반에 활약한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이런 능력이 특출났죠. 어릴 때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나이팅게일은 대학 수준의 수학을 독학한 뒤 간호사가 됩니다. 이후 80만 명 이상이 사망한 크림 전쟁에 참전합니다. 나이팅게일은 사망자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끝에 많은 젊은이가 사망한 주요 원인이 취약한 병원 위생환경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그 결과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죠.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던 수학과 간호학을 연결해서 세상을 바꾼 겁니다.
연결은 융합과 같은 말인가요?
융합은 다양한 요소가 용광로에 들어가서 결국엔 새로운 성질을 가진 하나의 물질로 재탄생해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 각각의 구성요소는 사라진다는 뜻도 됩니다. 하지만 연결은 다릅니다. 각 구성요소의 정체성이 유지되면서 서로 연결하고 협력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미래가 연결의 시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연결 지성’을 기를 수 있을까요?
자신이 겪어 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경험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책을 읽는 것입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 독서를 추천합니다. 수학적인 훈련도 중요합니다. 학습 능력을 기르려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유의 능력이 필요한데, 수학이 이런 능력을 기르는데 유용하죠. 아주대에서도 학생들이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지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에서도 연결이 중요한가요?
최근에는 영재교육에서도 연결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6년 필즈상 수상자인 테렌스 타오는 현대 수학의 한 분야인 해석학을 전공했지만, 정작 정수론의 중요 난제를 해결한 공로로 상을 탔죠. 수학 안에서도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큰 문제를 해결한 사례입니다. 결국 영재교육에서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를 보는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시나요?
최초의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필즈상 수상자인 팀가워스가 2009년에 조합론 분야의 난제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같이 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제안에 테렌스 타오를 포함해서 40명이 넘는 수학자들이 댓글 토론을 벌였습니다. 결국 문제는 해결됐고, ‘D.H.J. Polymath’라는 저자명의 논문으로 출간됐습니다. 연예인 그룹처럼 수학자 그룹명을 사용한 거죠.
수학동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참여자를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배워나간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수학동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폴리매스 프로젝트는 참여자를 청소년으로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집단지성의 힘을 배워나간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가 큰 것 같습니다.
폴리매스데이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실 건가요?
물론 폴리매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만난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수학에서도 여러 분야의 연결성이 중요해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그리고 사회 문제 해결 사례를 포함해서 수학의 영역이 확대되는 이야기도 하려고 합니다.
폴리매스는 영어로 박식한 사람을 뜻한다. 박 총장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폴리매스는 연결 지성을 갖춘 미래 인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박 총장은 독자들에게 “수학을 공부하면서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익히고, 호기심으로 여러 분야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는 통쾌감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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