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직각삼각형으로 먼 거리 구하기

어마어마하게 높은 바위산이나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선 등대의 높이는 어떻게 잴 수 있을까?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직접 자로 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높이와 기다란 길이를 재는 단순한 방법이 있다. 직각삼각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산일출봉의 높이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 이번 여름방학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
는 친구들도 있을까?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에 시퍼런 바닷물이 부딪칠 때마다 하얀 거품이 부서지
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시원할 것이다.

제주도는 용암이 분출되면서 생긴 화산섬이다.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한라산뿐만 아니라 섬 여기
저기에 있는 오름도 땅 속에 있던 마그마가 바깥으로 나오면서 만들어졌다. 섬 주변 바다에도 화산
활동으로 생긴 지형을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천연기념물 제 420호인 성산일출봉이다.
아주 오래 전 세상이 만들어질 때 키가 아주 크고 힘이 센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
화가 있다. 치마폭 가득히 흙을 담아 쌓아 놓은 것이 한라산이며, 치맛자락에 터진 구멍으로 흙이 흘
러내려 여러 개의 오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설화에서는 제주도를 만든 설문대 할망이 앉아서 쉬었
던 곳이 성산일출봉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봉우리 꼭대기에 움푹 팬 모양이 누군가 앉았다가 일
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대한 할망이 앉았다는 소릴 들을 만큼 성산일출봉은 봉우리를 합친 지름이 약 1km나 된다. 공중
에서 촬영한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면 그렇게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가서 직접 눈으로 바라보
면 생각보다 거대하다. 바다 한가운데에 솟아 있어 주변에 눈으로 가늠할 만한 건물이나 산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산일출봉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지구에서 달, 또는 태양까지의 거리는?
하늘에 떠 있는 두 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는 직접 자로 재 보지 않고도 알아냈다. 두 별을 바라봤을 때의 각이 x°일 때, 중심각 x°에 대한 현의 길이가 곧 두 별 사이의 거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와 두 별을 서로 잇는 삼각형이 있다고 가정하고, 각도에 따라 마주보는 변의 길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냈다. 이렇게 직각삼각형에서 각도에 따른 길이의 비를 삼각비라고 부른다.
또 다른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삼각비로 연구했다. 그는 반달이 떴을 때 지구와 태양, 달이 직각삼각형을 이룬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리고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 사이의 각도를 측정했다(약 87°).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를 a,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를 b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b/a=cos87°이므로, a=b/cos87°=19.1073…×b이다. 즉,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의 약 20배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후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세밀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이루는 각의 크기는 89~90°다.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약 1억 500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약 38만km)의 약 400배나 된다.
삼각비를 이용하면 자연지형의 높이도 구할 수 있다. 일단 우리가 폭포의 건너편 아래쪽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땅에서 내 눈까지의 높이는 acm, 내가 폭포 꼭대기를 올려다보는 거리는 bcm, 올려다보는 각도는 x°, 폭포의 실제 높이는 hcm다.

내가 폭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부분과 내 눈, 폭포 꼭대기를 거대한 직각삼각형으로 생각하면 폭포의 높이를 구할 수 있다. 거대한 직각삼각형의 높이인 bsinx°에 내 눈높이인 a를 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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