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청소년 물리 토너먼트(International Young Physicists’ Tournament, IYPT)에서 한국 고등학생 5명이 29개국 145명의 학생들과 경쟁해 은상(5위)을 차지했다. IYPT는 세계에서 국가별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을 모아 과학 교육 수준을 평가하는 대회다. 매년 3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큰 국제 대회로 ‘물리 월드컵’이라고 불린다.
물리는 많은 학생들에게 공부하기 가장 힘든 과목으로 꼽힌다. 이번 IYPT에 참가한 한국 대표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어렵게 느끼는 물리를 어떻게 공부하고 대회를 준비했을까. 참가 학생 중 김경민 학생(청심국제고 2)에게 공부법과 대회 준비 과정을 물었다.
– IYPT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학교 선배들의 소개로 IYPT의 국가 단위 예선전격인 ‘한국 청소년 물리 토너먼트’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원래 물리를 좋아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아했기 때문에 선배들이 토너먼트에 참가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팀에 들어갔어요. 미리 주어진 17개의 물리학 문제를 연구해서 영어로 토론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토론 실력, 연구 실력, 물리학 실력을 융합적으로 쌓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운이 좋아 한국 대회에서 입상을 했고, 국가 대표 선발전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 29개국 영재 학생들과 경쟁하면서 어떤 걸 느꼈나.“세상엔 훌륭한 친구들이 엄청 많더군요. 연구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열심히 준비해 왔습니다. 연구에 있어서 모두 개인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었고, 정말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해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반론에 대비하여 가능한 모든 논쟁 거리에 대해 세심하게 실험을 해온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올해 우승팀인 싱가포르 친구들이었어요. 12분 동안 빈칸 없고 100장 정도 되는 PPT를 발표하더라고요. 더 놀라운 것은 반론에 대비하여 만들어 온 슬라이드였습니다. 연구의 질도 대단했으며, 이론도 간단하고 쉽게 접근했어요. 이런 친구들을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실력을 겨루면서 제 자신이 한층 더 발전했던 것 같습니다.”
– 물리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특별한 공부법이 있는지.“물리 공부법을 설명 드리기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어떤 학문을 ‘잘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진정 자신이 그것을 좋아하나 생각해 보세요. 뭐, ‘필수 과목이다’, ‘다른 과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듣는다’라고 하더라도 공부를 하려면 관심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리를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도 아니고, 천재처럼 한 번에 다 해석 가능한 것도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올라오면서 물리를 접했는데, 운이 좋게 적성에 잘 맞았던 것뿐입니다. 제가 수학을 좋아하는데, 물리가 가장 수학적인 학문이라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진로가 생명과학(Biology) 분야였는데, 고등학교 올라온 뒤로 물리가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선배들에게 연락해 물리 동아리 활동도 하고, 물리 공부 방법도 배웠어요.
물리라는 과목은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게 실생활에서 실험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수업하는 물리 외에 관련 논문을 읽거나 책을 보며 공부를 했어요. 또 틈틈이 ‘일반 물리학’이라는 대학교 교재를 읽으면서 공부했고요. 일단 물리라는 과목이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이랑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저처럼 딱딱한 물리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교양 서적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라는 과목은 눈으로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쉽게 실생활에서 실험도 가능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수업하는 물리 외에 관련 논문을 읽거나 책을 보며 공부를 했어요. 또 틈틈이 ‘일반 물리학’이라는 대학교 교재를 읽으면서 공부했고요. 일단 물리라는 과목이 자연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학이랑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굳이 저처럼 딱딱한 물리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교양 서적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물리 동아리에서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됐나.“저는 ‘Bacon’이라는 물리 동아리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먹는 베이컨은 아니고, 물리 학자 베이컨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입니다. 한국 청소년 물리 토너먼트 대회(KYPT)를 준비하는 동아리입니다. 선후배간의 멘토링을 통해서, 대회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동아리에는 직접 대회에 참여한 선배들도 있고, 저 또한 직접 대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해주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KYPT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연구와 토론을 위주로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저희는 물리 주제를 갖고 직접 토론과 실험을 주로 합니다.”
– 앞으로의 대회 참여나 외부 활동 계획은 어떤가.“저도 2학년이고, 고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내 학업에 더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능하면 직접적인 물리 대회 보다는, 연구대회나 물리 논문대회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물리학적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공학 기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목표는 APS 라는 학회에 논문을 싣는 것입니다. APS는 미국 물리학회 중에서도 제일 큰 물리학회이고, 성인 학회입니다. 학생이 투고해서 실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물리학을 공부하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여 창업을 하고 싶어요. 물리학적인 기술을 갖추고 그것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고 싶습니다. 학자가 되어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운영을 동시에 하고 싶습니다. 물리학으로 사람들을 더 이롭게 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이라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요? 꿈은 크게 꾸는 게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 현재 생각하는 진학 목표는.“음… 솔직히 하버드나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물리학을 전공할 거면 MIT나 CAL TEC 등 공과대학에 가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물어봐요. 저도 많이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공과대학 같은 경우는 물리학을 배우는 데에는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경영(창업)을 함께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하버드 또는 스탠드포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나중에 대학원에 가게 된다면 MBA 같은 것도 같이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글=고영준(청심국제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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