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3일 화요일

끈질기게 풀고 또 풀면, 문제 유형이 보인다

'수포자'에서 '수학 고수'된 고교생 3인


수학을 포기하면 대입으로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 된다. 수능 수학 난도가 낮아진 만큼 '수포자(수학포기자)'는 중상위권 이상 대학에 진학하기 더 어렵게 됐다. 그러나 수학을 못한다고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높은 수학 점수를 받는 학생들이 모두 처음부터 '수학 귀신'이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수포자에서 수학 고수로 거듭난 세 학생에게 수학 성적 올린 비결을 들어봤다.

(왼쪽부터)정인범(서울 가락고 2) 내신 19 ← 100점, 임은혁(서울 대일외고 2) 모의고사 55 ← 96점, 문자현(안양 백영고 2) 모의고사 58 ← 92점. /장은주·조혜원 객원기자, 김유경 인턴기자
정인범군|"질문은 구체적으로 하세요"

정인범군은 고 1 2학기 중간고사에서 19점을 찍었다. 힘들어하던 정군의 손을 잡은 건 당시 담임선생님이었다. 집까지 찾아와 격려해준 선생님을 보며 힘을 얻은 정군은 이듬해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우선 온 집중을 다해 학교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도 수학 문제를 풀었다. 교과서와 수학익힘책을 풀고 지우길 4~5번 반복하고, 문제집 두 권을 추가해 똑같이 복습했다. 복습에 복습을 거듭하는 반복 학습이 계속되자, 성적이 가파르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그는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의고사는 쉽지 않았다. 직전 1년간 수학에 관해선 사실상 백지 상태였기 때문에 1학년 과정과 접목해 출제되는 문제는 다 틀렸다. 예컨대 수열(2학년 과정)과 원의 방정식(1학년 과정)을 동시에 알아야 하는 문제는 풀지 못했다. 모의고사에서 계속 3등급을 넘지 못하던 그가 지난해 11월 마침내 1등급을 받게 됐다. 비결은 바로 '질문'이었다. 정군은 "조금이라도 모르는 점이 있으면 때를 가리지 않고 선생님께 달려가 여쭸다"며 "공식 도출 과정을 꼼꼼히 다지고 넘어간 점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무조건 모른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봐야 해요. 그러면 '여기'서 '저기'로 넘어가다가 막혔다는 식의 구체적인 질문이 나와 선생님께서 더 체계적인 답변을 해주실 수 있어요."

임은혁군|"개념·필수 예제로 기본기 쌓으세요"
2013년 11월, 임은혁군은 55점(3등급)이 찍힌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며 '이대로라면 스트레스가 심해 하루도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수학과 끝장을 보기로 결심한 임군은 제일 먼저 공부 시간을 늘렸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수학에 투자한 시간이 의외로 많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는데 안 오른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죠." 방학이 시작되면서 임군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고 1 수학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자습을 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포함,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해 빵으로 세 끼를 때우면서 수학에만 매달렸다. 인터넷 강의를 바탕으로 책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니 공식만 암기하고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구멍'투성이였다. 임군은 기본서 '개념원리'로 개념을 익히고 필수 예제를 풀면서 기본기를 쌓았다. 그동안 풀지 못하는 문제가 나오면 그냥 넘어갔지만, 이젠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로 했다. 한 문제를 4시간 동안 잡고 있었던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습하는 14시간 동안 푼 문제가 30문제에 불과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속도가 붙어 어느 날은 하루 120문제 넘게 풀어냈다. 임군은 이듬해 3월에 2등급을, 6월에 1등급을 각각 받았다.

문자현양|"문제 유형 파악하면 성적 올라요"

일반적으로 수학 문제를 놓고 "풀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라"고들 하지만, 문자현양의 의견은 좀 다르다. "문제를 읽고 고민해봤는데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답지를 보거나 선생님께 여쭤봐서 해결 포인트를 알아내요. 이렇게 시간을 단축해서 더 많은 문제를 빨리 푸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이 같은 방법으로 교과서 외에도 기본서인 '개념원리'와 '개념원리 RPM'부터 어려운 수준의 '블랙라벨'과 '한수위' 시리즈까지 다양한 문제를 풀다 보니 일정한 유형들이 반복되고 있는 게 보였다. "특히 '여러 가지 수열' 부분을 어려워했는데, 관련 문제를 계속 풀어보니 반복 출제되는 패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문양은 수학 성적이 오르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제시된 문제를 읽고 '어떻게 풀어야 하지?'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무엇을 묻는 거지?'를 고민하게 됐어요. 결국 문제 유형을 먼저 파악하는 접근법이 1등급의 비결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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