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뢴트겐은 고등학교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도 낙방하였거든요. 더는 학교에 갈 방법이 없자, 학교 자체 시험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에 지원하지만, 결막염에 걸려 시험을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처지를 적극적으로 알려 마침내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아냅니다. 이후 물리학 교수의 실험 조교로 일하며,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해 명성을 얻기 시작하지요. 그러던 중 뢴트겐은 독일 물리학자 필리프 레나르트가 발표한 음극선 실험을 검증하고자 음극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 ▲ (왼쪽 사진)엑스선을 발견한 빌헬름 뢴트겐. 그의 연구 덕분에 의사들이 사람 몸속을 들여다보며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었어요. (오른쪽 사진)빌헬름 뢴트겐이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 /Corbis 토픽이미지·위키피디아
뢴트겐은 이 광선이 밀도가 낮은 나무나 천, 종이 등은 쉽게 통과하지만, 밀도가 높은 물질은 통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요. 그리고 이 광선이 사람 몸을 투과하여 몸속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손에 광선을 비추자 뼈의 형상이 선명하게 나타난 것이에요. 뢴트겐은 '알 수 없다'는 의미로, 이 광선의 이름을 엑스선(X-ray)이라고 짓습니다. 수학의 '미지수'를 나타내는 알파벳 'X'에서 따온 이름이지요. 그가 엑스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랐어요. 당시에는 사람 몸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거든요.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덕분에 의사들은 환자의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아픈 것인지를 빠르게 알아내어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많은 사람이 엑스선의 이름을 '뢴트겐선'으로 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뢴트겐은 "나는 단지 자연 속에 이미 존재하던 것을 발견했을 뿐이다"며 이를 거절했어요. 엑스선에 대한 특허권으로 부자가 되는 길도 마다하며, 엑스선이 인류를 위해 사용되기를 바랐지요. 그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많은 생명을 구하며 큰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1분 상식] 필리프 레나르트는 어떤 사람인가요?
필리프 레나르트는 독일의 물리학자로, 하이델베르크 대학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어요. 1888년경부터 음극선 연구를 시작하여 '레나르트의 창(窓)'이란 것을 고안해 190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요. 그 밖에도 물리학자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독일 나치당의 열렬한 지지자로 인종차별주의·반유대주의 성향이 있었다고 해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포함한 유대인 과학을 비난하고, 동료인 요하네스 슈타르크(191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와 함께 유대인 물리학자를 대학에서 내쫓는 등의 행동으로 오명을 남겼습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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