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2일 목요일

케플러 망원경, '지구 닮은 행성' 550개 찾았다

NASA 발표
외계 행성 1284개 새로 발견
그중 9개는 '골디락스 행성'… 액체 상태의 물 존재 가능성 커

2009년 발사된 케플러 망원경
지구 밖 1억 2000만㎞ 궤도 돌며 총 2325개 외계 행성 찾아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의 꿈은 우주의 모든 별을 보는 것이었다. 눈이 아주 나빴던 그는 볼록렌즈 두 장을 이용한 '케플러식 망원경'을 발명해 천문 관측을 했다. 또 지구와 같은 행성(行星)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케플러 법칙'을 발표하며 근대 천문학의 토대를 쌓기도 했다. 케플러의 꿈이 그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으로 실현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1일 "케플러 망원경이 우리 은하 중심부에 있는 백조자리와 거문고자리 영역에서 1284개의 외계(外界) 행성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밝혔다. 외계 행성 발견으로는 최다 기록이다.

2325개의 지구 2.0 발견

2009년 3월 우주로 발사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난 2013년까지 모두 1041개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이번 발견까지 포함하면 모두 2325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1억2000만㎞ 떨어진 궤도를 도는 케플러 망원경의 임무는 '지구와 비슷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이었다.

밝게 빛나는 항성을 돌고 있는 행성(검은 점들)의 상상도.
▲ 밝게 빛나는 항성을 돌고 있는 행성(검은 점들)의 상상도.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항성이 내뿜는 별빛이 주기적으로 어두워지면 공전하는 행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왼쪽 작은 사진은 2009년 발사돼 지금까지 2325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한 미국항공우주국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NASA 제공
NASA는 새로 발견된 행성 중 550개 정도가 지구처럼 표면이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중 9개는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존' 안에 있는 지구형 행성이다. 크기는 지구보다 약간 큰 행성으로 추정했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 존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행성이 수성이나 금성처럼 태양 주위를 너무 가깝게 돌면 물이 모두 증발해버린다. 반면 토성이나 해왕성처럼 너무 멀리 있으면 물이 얼어버린다. 태양계에서는 지구와 화성만이 골디락스 존 안에 있다.

외계 행성은 항성의 빛 밝기의 변화로 찾는다.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은 크기가 작은 데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케플러 망원경은 '식(蝕·transit)'을 이용해 행성을 찾는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끼어들면 태양을 달이 가리며 일식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먼 곳에 있는 태양과 같은 항성에 행성이 있다면 항성과 지구 사이에 행성이 끼어드는 일이 벌어진다. 이러면 항성의 밝기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행성의 크기도 계산할 수 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실장은 "행성이 지나는 속도까지 측정하면 행성이 지구처럼 암석을 가졌는지, 목성처럼 가스로 이뤄져 있는지까지 질량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계 행성 발견 추이
간혹 행성이 아닌 경우에도 식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진다. 항성 앞으로 작은 항성이 지나가는 경우가 그렇다. 연구를 이끈 티머시 모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케플러 망원경으로 15만개의 별을 관측한 결과를 새로 만든 소프트웨어로 분석해 행성이 지나간 경우에 해당하는 변화만 찾았다"며 "분석 결과의 정확도는 99%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외계 행성 분야 선두권

한국도 외계 행성 관측 분야의 선두주자이다. 한국은 케플러 망원경과 달리 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외계 행성을 찾는다. 거대한 중력은 시간과 공간은 물론, 빛조차도 휘게 한다. 지구에서 바라볼 때 두 항성이 일직선에 놓이면 뒤쪽의 별빛은 지구쪽으로 오는 동안 앞쪽 별의 중력으로 휘어진다. 앞쪽 별이 마치 거대한 렌즈처럼 작용, 뒤의 별빛이 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처음 제안한 현상이다.

일반적인 중력렌즈 효과는 서서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앞쪽 별에 행성이 있다면, 이 영향으로 뒤쪽별의 밝기가 복잡하게 변한다. 천문연구원은 이 원리를 이용해 지금까지 10여 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다. 또 본격적인 외계행성 탐사를 위해 지난해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전 세계 3곳에 직경 1.6m의 망원경 3대를 건설했다. 각 지역에 있는 3대의 망원경은 8시간씩 24시간 내내 같은 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시험가동을 마치고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망원경이 가동되면, 매년 2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스(Goldilocks) 행성
온도가 적정해 생명체를 탄생시킬 수 있는 액체 상태의 물을 가질 만한 행성. 영국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주인공 골디락스가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수프에 혼쭐이 난 후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경제학에서도 적당한 호황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항성(恒星·fixed star)

태양처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해 빛을 내는 천체. 흔히 말하는 '별'이다.

행성(行星·planet)

지구·화성·금성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며 태양 같은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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