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7일 금요일

“자사고 뜨고 외고 진다” 입시기관 분석에 발끈한 外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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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절대평가로 불리? 이공계 선호가 더 영향 미쳐
 정시보다 수시로 대학 더 많이 가 수능 영향력 적다”

“‘그 자료’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거란 전망을 토대로 분석한 거죠. 하지만 외고 인기 하락은 수능 영향력보다는 문·이과 선호도 차이에서 와요. 취업률 등을 고려해 이공계에 인재가 몰리다보니 외고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게 현실이죠.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현상이 아니고, 취업률과 관련한 추세라는 거죠. 주요 외고들이 일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정시보다 수시로 더 보내는데,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영향력이 클 리가 없죠.”(서울 한 외고 입학부장)


최근 한 입시기관이 ‘대입 논술/특기자 감소, 영어 절대평가 도입… 외고·국제고 지원율 하락 예상’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강세에 따른 자사고 선호 유지 예상’ 등의 내용은 담은 분석자료 ‘아는 만큼 보이는 2017학년도 고입 지형’을 냈다. 관련 내용을 접한 자사고들은 웃었지만 외고는 사실 관계를 바로잡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영어 절대평가보다는 취업률로 인한 이과 쏠림 영향이 더 커”
‘아는 만큼 보이는 2017학년도 고입 지형’이라는 분석자료에는 "고려대가 2018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을 폐지하고, 특기자 모집도 줄이겠다고 발표한 후 지난해 외고, 국제고의 지원율은 2015학년도 2.34:1보다 크게 낮아진 1.97:1을 보였다. 올해 2018학년도 영어 절대평가에 따른 대학들의 수능 영어반영 방법이 발표됐는데 상위권 대학에서 등급별 감점제를 적용해 이전보다 변별력이 낮아진 만큼 외고, 국제고 지원율에도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의 한 외고 관계자는 “본교 학생들이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진학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수시전형을 통해서다. 정시 영향력이 적은데 영어 절대평가 영향력이 클 이유가 없다.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 토대의 분석 같지만, 외고 선호도는 수능 영향보다는 ‘(취업률에 따른) 문·이과 선호도’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바로 잡았다.

또 다른 외고 관계자는 “영어 외에 국어, 탐구 등 수능 영역이 변별력을 갖춘 채 살아있는데, (영어 하나 때문에) 외고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외고에서 영어가 수능 공부로 활용되는 곳은 드물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활동을 강조하는 원서강독·토론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외고들은 ‘학종 확대’ 등 입시제도 변화에 맞춘 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율 하락과 관련해서는 “주요 외고의 경우 1차 합격선이 높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어서 애초 지원자 수가 많지 않다. 서울대가 타 대학에 비해 지원율이 낮다고 해서 인기가 하락했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원자 수준이 잘 알려져 있고 합격 컷이 뻔하기 때문에 지원자 수가 적어진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입 수시 비중 증가, 학종 확대로 ‘자사고’ 인기 상승

한편 “외고 선호도가 떨어지고 자사고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건 교육계 안팎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의견이다. 최근 수시모집 인원 증가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자사고가 더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교과 편성의 자율성으로 심화교과 개설이 자유롭고, 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에 적극적인 학생들이 많아 ‘학종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일찍이 “내신 경쟁이 치열해도 학종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강점을 갖추고 있어 자사고 선호 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석현 광양제철고 교감은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입시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이뤄진다. 대학 입시 전형인 ‘학생부종합’과 상당히 유사한 제도여서,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미리 입시환경을 연습해 보는 셈이다. 성취평가제와 전기고라는 특성 등에 힘입어 ‘학종’ 시대를 앞둔 올해도 자사고 경쟁률이 오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천고 관계자는 “벌써부터 전화 문의가 많다. 특히 우선선발이라 할 수 있는 일반면접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지 않을까 전망한다. 작년에 경쟁률이 매우 높았는데,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천고에는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과정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겨울학기 형태의 ‘3학기제’다. 일반 고교에서는 배우기 힘든 AP(대학과목선이수제)나 SAT(Scholastic Aptitude Test·美 대학입학 자격시험) 등을 본교 교사들이 직접 원서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학생 성취도에 따라 학업수준을 평가하는 성취평가제 등으로 자사고 지원자 수는 올해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성취평가제는 석차로 성적이 평가되는 상대평가와 달리, 학업성취도에 따라 A-B-C-D-E(A등급-성취도 90% 이상, B등급-90% 미만∼80% 이상 등) 5단계로 나눠 매기는 절대평가다. 과목별 원점수 90점 이상만 되면 최상위 성취도 A를 받을 수 있다.

박석현 광양제철고 교감은 “학교 석차로 1.5~2배수를 뽑던 종전에는 지원자 풀이 좁았다. 성취평가제 이후 모든 과목에서 ‘A’를 받는 아이들이 (교내) 10%까지 있는 상황에서 1단계 지원자 풀이 넓을 수밖에 없다. 1단계 커트라인이 거의 ‘올(all) A’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단위 자사고가 전기고라는 특성상 ‘한 번 써보자’라는 기대심리로 더욱 많은 지원자가 지원할 수 있다”며 “지난 주 입학설명회에 가보니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30% 이상 증가했더라. 자사고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사고 선호 현상은 전국단위에만 머물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 전국단위 자사고 교사는 “인기가 상승하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달리 대학 진학 실적을 보이지 못하는 광역단위 자사고는 학부모 신뢰나 선호가 크지 않다. 지원자 수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외고 인기 하락은 현장에서도 드러난다. 합동 입학설명회 등을 다녀 보면 학부모들이 자사고 설명만 듣고 외고 차례에서 자리를 뜨는 경우를 꽤 봤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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