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0시 0분 0초를 통과하자마자 '응애' 하는 우렁찬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새해 첫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2014년 1월 1일 한시에 태어난 아기라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는지, 미국에서 태어났는지에 따라 나이가 달라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수가 가진 속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따질 때 서수로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수로 따진다. 여기서 서수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처럼 순서를, 기수란 크기를 따지는 수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서 몇 번째 해를 살고 있는지를 나이에 반영한다. 태어나면 첫 번째 해를 살고 있기 때문에 1살이 된다.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기가 태어나서 얼마나 지났는지를 따지기 때문에 태어나면 0살이고, 1년이 지나야 1살이 된다.
사실 어떤 수가 서수냐 기수냐에 따라 그 의미도 다르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0의 사용 유무다. 서수에서는 0번째란 의미가 없기 때문에 0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수를 사용하는 달력에는 0년이나 0월, 0일이 있지 않다. 하지만 어떤 수가 기수인지 서수인지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의 이런 특성 때문에 헷갈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새천년 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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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는 0년 없기 때문에, 천년을 헤아릴 때 우리는 1년부터 센다. 따라서 새천년의 시작은 당연히 1001년과 2001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1999에서 네 자리 숫자가 한 번에 바뀌는 2000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1999년 당시 논란이 됐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누가 이렇게 연대를 세도록 만들었는지가 궁금해진다. 기원전과 기원후로 연대를 처음 나눈 사람은 6세기 무렵 로마의 주교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다. 그는 예수가 태어난 해를 '우리 주'리는 뜻의 'Anno Domini'의 머리글자를 써서 AD(기원후) 1년으로 정했다. 하지만 그를 나무랄 수는 없다. 당시에는 0의 존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0의 발견지를 인도로 보는 이유는?
사실 0을 누가, 언제, 어디서 발견했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628년 인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브라마굽타가 쓴 천문학책 <브라마스투파시단타>에 소개된 내용을 0을 사용한 최초의 기록으로 보고 있다.
기원전 300년경 바빌로니아 문명에도 0을 의미하는 기호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0은 연산 기능을 하지 못했다. 즉 2+0=2, 3×0=0이라는 걸 바빌로니아인들은 알지 못했다. 당시의 0은 2014의 0처럼 일의자리나 십의자리, 백의자리 등 어떤 자리가 비었을 때 빈 곳을 채우기 위해서만 사용했다. 따라서 브라마굽타의 천문학책을 0을 사용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보고 있다.
7세기경 인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0은 이슬람을 거쳐 13세기경에 유럽에 전파되게 된다. 이때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이 상인이다.
8세기경 이슬람 왕조는 인도와 알제리까지 영토를 확장하게 되는데, 이때 많은 수학, 과학책 아랍어로 번역된다. 브라마굽타의 천문학책도 그 중 하나였는데, 이슬람인들은 이 책에 소개된 인도 숫자와 0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변형시켰다. 당시 이슬람인들은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활발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 계산에 민감했다. 이에 인도의 기수법은 빠른 시간 안에 퍼졌고, 인도 숫자는 점차 쓰기 편리하도록 변형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다.
9세기경 이슬람 수학자 알콰즈미다. 그는 <알자브라 왈 무카빌라>라는 산술책을 지었는데, 이 책은 유럽 상인들의 요구에 의해 라틴어로 번역돼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된다. 위키미디어 제공
13세기 무렵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등 많은 유럽 국가가 이슬람과 교역을 활발히 했다. 그런데 당시 유럽에서 사용하던 수 체계는 계산에 편리하지 않았고, 결국 유럽 상인들을 중심으로 0을 포함한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게 된다.
이밖에도 수학동아 1월호 특집기사에서는 0을 인정하면 신성모독죄가 되는 사연과, 인도에서 0이 발견된 이유, 유럽에서 0이 인정받기까지의 우여곡절 등 0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수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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