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말의 해인 것처럼 매년 한 해를 책임질 동물이 정해진다. 사람의 띠를 나타내는 12 동물인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호랑이),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를 땅에 사는 인간을 이롭게 한다하여 지지(地支)라고 한다. 또 하늘의 운행을 나타내는 10개의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천간(天干)이라고 한다.
천간의 첫 글자인 ‘갑’과 지지의 첫 글자인 ‘자’를 시작으로 각각 순서대로 짝을 맞춰보면 총 60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를 ‘60갑자(甲子)’ 혹은 ‘육갑(六甲)’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으로 60번째 생일을 가리켜 환갑 또는 회갑이라고 한다. 자신이 태어난 해의 이름으로 돌아온 것이므로 1갑자라고도 한다.
60갑자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한 번 살펴보자. 천간은 10종류이니 10진법으로, 지지는 12종류이니 12진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60갑자는 60진법이겠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가 60을 이루는 것은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기 때문이다.
음양오행을 통해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을 과학적이라 할 순 없지만 사주팔자를 풀이하는 방법은 수학적이다. 사주팔자에서 ‘네 기둥’을 말하는 사주는 사람이 태어난 년(年), 월(月), 일(日), 시(時)의 천간과 지지가 결합한 것이다. 그런데 ‘네 기둥’에 천간과 지지가 각각 하나씩 있으므로 모두 8개로 구성되고, 이것이 바로 ‘팔자’이다. 예를 들어 음력으로 2014년 1월 7일 오전 10시에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갑오년, 병인월, 무신일, 정사시’이고, 8자는 ‘갑, 오, 병, 인, 무, 신, 정, 사’이다. 운세는 이와 같이 사주팔자를 음양오행과 결합시켜 본다.
사주팔자의 학문적 배경 자체는 서양의 점성학, 천문학과 유사하다. 참고로 사주팔자의 근원은 명리학에 있다. 명리학 자체가 데이터를 축적해 귀납적으로 세상사를 유추해보려는 통계학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첨가하자면 각각의 천간과 지지에 해당하는 색깔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년이 말의 해인 갑오년이고 갑은 파란색을 나타내므로 올해를 ‘청마(靑馬)의 해’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요소들의 작용에 의해 인간의 길흉화복이 결정된다는 것이 동양의 운명론이고, 우리가 재미로 보는 사주팔자와 토정비결의 기초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음양의 2진법, 삼합의 3진법, 오행의 5진법, 천간의 10진법, 지지의 12진법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60진법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한 가지 진법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에 다양한 진법을 도입해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려고 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댓글 없음:
댓글 쓰기